"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쑥~" 미국 브루더호프에 울려 퍼진 우리 동요

한겨레 2022. 8.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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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박성훈의 브루더호프 이야기]공동체 브루더호프의 일상
테디댄스·다 함께 노래 등
브루더호프 제공

“브루더호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공동체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은 ‘브루더호프데이(Bruderhof Day)’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공동체에서는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팬더믹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많은 분의 방문 요청이 들어와 공동체에서는 ‘브루더호프데이’를 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공동체를 방문해 함께 일하고 먹으며 예배하면서 잠시나마 손님들에게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낮 12시가 되자 뉴욕주뿐만이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공동체 삶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 하나둘씩 마을로 들어오십니다. 간단한 점심을 먹은 후 잠시나마 함께 노동을 체험하는 시간이 제공되었습니다. 블루베리 농장에서 잡초 뽑기, 당일 저녁에 먹을 옥수수 껍질을 까기, 쿠키 만들기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이라 블루베리 농장에서 잡초 뽑는 일은 인기가 없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이나 남자분들은 옥수수 껍질 까는 곳에 모여듭니다. 농장에서 바로 따 온 신선한 옥수수의 껍질을 까자 옥수수수염과 함께 예쁜 노란 옥수수알이 보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며 빨리 먹어 보고 싶습니다.

식당에서는 주로 여자분들과 아이들이 열심히 쿠키 반죽을 떼어 손으로 동그랗게 빚으며 쿠키를 만듭니다. 오늘의 쿠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칩 쿠키와 오트밀 쿠키입니다. 건강에 좋은 오트와 건포도를 넣은 오트밀 쿠키는 오트의 식감이 느껴지면서 아삭한 맛이 일품이라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쿠키 중 하나입니다. 바로 구운 초콜릿 칩 쿠키 역시 촉촉한 맛으로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한국에서는 별로 단 것을 좋아하지 않던 나도 가끔 바로 구운 쿠키가 나오면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이 절제하기가 참 힘든 맛있는 쿠키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가끔 이곳 자매들이 오븐에 굽지도 않은 쿠키 반죽을 먹는 것을 보았는데 익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먹나 싶어 맛을 보니 그런대로 맛이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쿠키 반죽을 넣은 아이스크림도 판다고 하니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지기까지 참지 못하면 쿠키 반죽 한두 개를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옥수수도 까고 쿠키도 만들고 열심히 노동했으니 이제는 사람들과 교제하며 놀이하는 시간입니다. 잔디밭 한쪽에서는 크리켓 놀이터가 준비되어 있어 어린아이들이 막대기로 공을 치며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 마타 할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나무 조각들과 자연물을 가져와 아이들이 맘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게 합니다.

오늘도 이안 할아버지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조랑말 마차를 가져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린 손님들에게 손잡이와 채찍을 건네주고는 말을 움직이는 방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십니다. 흠, 저도 할아버지 옆에 앉아 배우고 싶군요.

르우벤 가족은 어린 손님들에게 얼마 전 태어난 새끼 토끼 6마리를 건네고는 안아 보고 쓰다듬게 하자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입니다. 몇몇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다 되어도 갈 생각은 하지 않고 토끼를 다시 만져 보고 싶다며 부모님에게 간청합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동안 잔디밭 여기저기 그늘에서는 어른들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함께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몇몇 분들은 저희 공동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인 ‘커뮤니티 플레이팅스(Community Playthings)’ 공장을 견학합니다.

현재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비즈니스 3가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어린이용 가구와 장난감을 만드는 ‘커뮤니티 플레이팅스’와 장애인 의료 기구를 만드는 ‘리프턴(Rifton)’, 그리고 간판을 만드는 ‘단소니아 디자인(Danthonia Design)’입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커뮤니티 플레이팅스’는 조지아에 있던 마세도니아 공동체에서 운영하던 사업이었는데, 그 공동체 전체가 부르더호프와 조인하면서 이 사업을 아예 우리가 가져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메이플릿지 공동체는 이들 중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메이플릿지 공장에서 형제들이 만든 가구를 검사하고 포장하기는 전 과정을 지도하는 슈퍼바이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의료 기구를 만드는 ‘리프턴’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이 장애인들을 위해 이런 것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많이 해서 하게 된 사업입니다. 우리 공동체를 비롯해 우드크레스트 공동체 등 미국의 여러 공동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공동체는 간판을 다는 식으로 ‘단소니아 디자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손님들이 저희가 일하는 ‘커뮤니티 플레이팅스’ 가구 공장 견학을 하고 돌아오자 조금 전 열심히 만든 쿠키가 오븐에서 다 구워져 음료와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역시 바로 구운 쿠키는 언제 먹어도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군요. 쿠키를 3개나 먹은 후 더 먹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는데, 공동체 전체가 함께 놀이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첫번째 놀이는‘ 테디베어 댄스’입니다. 파트너와 나란히 서서 음악이 흐르면 박수를 치며 가운데 벤치를 향해 나아 가는데, 벤치 가운데에는 곰 인형을 안고 있는 한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일단 곰 인형을 안고 있는 사람 양옆으로 파트너와 앉습니다. 곰 인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옆에 있던 한사람에게 곰 인형 건네줍니다. 곰 인형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와 함께 손을 잡고 춤추며 나아갑니다. 곰 인형을 건네받은 사람은 다음 커플을 위해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반복하는 댄스인데 아주 단순하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말 동심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댄스입니다. 처음엔 쑥스러워 댄스에 참여하길 꺼리던 어른들도 옆 사람들의 권유로 참여하고서는 어린아이같이 즐거워합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납니다.

‘테디베어 댄스’가 끝나자 여러 팀으로 나누어 발야구(족구)를 합니다. 두세살 먹은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 참여하는 발야구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공동체 치과의사인 조는 4살 데이비드가 공을 차자 일부러 공을 못 받는 척하면서 천천히 공을 잡아 슬로우 모션으로 달리며 아이가 1루에 안전하게 착지하도록 하는 쇼맨십에 모두 배꼽 잡고 깔깔깔 웃습니다. 이겨도 져도 모두 유쾌한 발야구였습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한참 뛰고 나니 뱃속에서 꼬르륵하고 소리가 나는군요. 배꼽시계가 정확한지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동체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공동 식사입니다. 우리의 공동 식사는 하나님 나라를 맛보게 하는 잔치라고 할 수 있는데, 식탁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누구라도 주방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감사의 마음으로 임할 때 매 끼니는 버림받은 사람들,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시고 5000명을 먹이시고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씀하신 예수님의 본을 통해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손님과 이웃, 친구 그리고 새로 온 이들을 우리 가정과 공동 식사 자리로 자주 초대하는데 이는 성경이 명령한 대로 환대를 베풀 때 모든 이들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메뉴는 팀 할아버지가 만드신 수제 햄버거와 샐러드, 그리고 손님들과 함께 껍질을 깐 옥수수입니다. 팀 할아버지의 햄버거는 언제 먹어도 역시 일품입니다. 할아버지는 평생 독일 정통 소시지를 만들어 오셨는데, 소시지를 싫어하시는 한국 분들도 할아버지의 소시지를 먹어 보고는 아주 맛있다며 더 달라고 하십니다. 얼마 전에는 할리파뇨 고추를 넣어 소시지를 만들었는데 소시지의 매콤한 맛에 하빈이, 유빈이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손님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가끔 젊은 청년들을 독일에 있는 학교에 보내어 소시지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게 하는데 그들도 팀 할아버지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네요.

브루더호프 제공

팀 할아버지의 수제 버거와 함께 오늘 제가 기대하는 것은 옥수수입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자라 옥수수를 아주 좋아하는데 미국의 옥수수는 한국의 옥수수와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의 옥수수는 찰옥수수로, 옥수수 알이 톡톡 터지는 찰진 씹는 맛이 일품입니다. 미국의 옥수수는 한국의 옥수수처럼 톡톡 터지고 찰지지는 않고 물렁물렁하지만, 단맛이 일품입니다. 어떤 손님은 옥수수에 설탕을 넣었냐고 하실 정도로 달콤합니다. 가끔 강원도 찰옥수수가 그립기도 하지만, 달콤한 옥수수의 맛이 찰옥수수의 그리움을 희미하게 합니다.

맛있고 달콤한 옥수수를 3개나 먹고 배가 어느 정도 부르자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디저트는 블루베리 파이입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는 커다란 블루베리 농장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그 농장이 바로 우리 집 앞마당에 있습니다. 블루베리가 한창인 여름이면 아침저녁으로 어슬렁어슬렁 집 앞을 거닐면서 파랗게 익은 블루베리를 따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오늘은 이곳 청년들이 저희를 위해 열심히 블루베리를 따서 맛있게 파이를 만들었네요. 우리 공동체 블루베리 파이를 맛본 손님들은 블루베리가 이렇게 많이 들어 있는 파이는 처음 먹어 본다고 말합니다. 바삭하고 고소한 파이 도와 잘 어우러진 신선한 블루베리 파이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역시 그 명성에 맞게 블루베리 파이 한 숟가락을 입에 넣자 입안 가득 상큼한 맛으로 가득합니다. 맛있는 파이를 만든 주방의 자매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디저트까지 먹고 저녁 식사를 끝내자 모닥불을 피우고 모두 둘러앉아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공동체 방문자마다 인상 깊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입니다. 한번은 한때 뉴욕에서 아주 잘나가던 성악가 한 분이 우리 공동체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오신 적이 있습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다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더니 그분이 말했습니다.

“밀라노 오페라보다 낫네”

사실 전문성으로 따지자면 어떻게 우리의 노랫소리가 감히 밀라노의 유명 성악가의 노래와 비교할 수 있을까마는, 함께 마음을 모아 부르는 노랫소리가 그분의 마음을 울린 것입니다. 노래는 우리 삶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브루더호프 제공

몇 년 전 한국 고등학생들이 우리 공동체에 방문한 적 있습니다. 차를 타고 함께 가는데 노래자랑이 벌어지더니 갑자기 한 학생이 이야기했습니다.

“어디 한번 유빈이도 노래 좀 불러봐! 원어민 발음으로 한번 들어보자”

유빈이가 엄마한테 도움을 청합니다.

“엄마 같이 불러요” “뭔데?” “그거 있잖아요. 우물가에 올챙이 한마리….”

모두들 유빈이의 유창한 원어민 영어 발음을 기대했지만 유빈이는 한국에서 형아들이 왔으니 그동안 엄마한테 배운 한국 노래를 부르고 싶어해 올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우물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쑥 ~, 닭 다리가 쑥~”

브루더호프 제공

갑자기 차 안이 웃음소리로 뒤집혔습니다. 모두 눈에 눈물이 맺히도록 웃었습니다. 뒷다리가 닭 다리로 변한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항상 노래를 부릅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모일 때마다 노래를 부릅니다. 가족이 모여 부르는 노래나 모임 때 함께 부르는 노래는 우리를 한마음으로 이어주고 하나님께 집중하게 합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찬송가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저녁 노래와 재미있는 동요, 계절과 자연을 찬미하는 노래, 세상에 정의와 밝은 빛을 비추고자 하는 노래, 사랑의 노래, 바하의 마태 수난곡이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하이든의 천지창조, 헨델의 메시아 등 모든 노래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그를 찬양합니다.

제가 공동체에 처음 와서 놀란 것 하나가 노래집입니다. 그 당시는 부활절 기간이라 부활절 노래집이 있었는데 두꺼운 책 한권이 모두 부활절 노래였습니다. 100년 동안 형제자매들이 여러 나라에서 모아온 노래집입니다. 그 노래집은 부활절이 끝나자 계절 노래집, 캠프파이어 노래집, 크리스마스 노래집, 형제회 모임 때 부르는 노래집, 결혼 축하를 위해 부르는 사랑 노래집 등 두꺼운 노래집 등으로 끝없이 변신하며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여름에 자주 부르는 캠프파이어 노래책을 꺼내 손님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자연을 찬미하며 즐겁게 노래했습니다. 아쉽게도 캠프파이어 시간이 끝났습니다. 어린 손님들은 집에 가기가 아쉬운지 부모님을 졸라 계속 놀고 싶어 합니다. 손님들을 배웅하며 한여름 밤에 형제들과 자주 부르는 저녁 노래를 불러봅니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별 하나 하늘에서 빛나네, 곧 수많은 별 나타나리/ 방랑자의 길 인도하리, 동이 틀 때까지 지켜주리/ 주께서 큰 별 작은 별들 이름을 지으시고 계수하시네/ 주님의 영원하신 힘을 찬란한 별빛 무지개로 찬양해/ 별들이 밤낮으로 노래해, 천국의 음악 빛의 노래/ 천사가 나팔 소리 높여 기뻐하며 함께 노래하리’

글 박성훈(미국 브루더호프 공동체 메이플 리치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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