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나누는 행복 억만금 줘도 못 사" 팔순 봉사대장 배정자씨

천경환 2022. 8. 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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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작은 나눔이라도 항상 나에게 행복이라는 더 큰 선물로 되돌아옵니다. 이젠 제 삶의 일부이자 즐거움이 됐지요."

그러나 그를 비롯한 봉사대원 6∼7명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넘친다.

그는 "처음에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다른 사람 밥 챙기러 간다고 불평하던 남편이 언제부턴가 복지관에 나와 일손을 보탠다"며 "요즘에는 남편도 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새로 얻는 느낌"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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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자원봉사대 이끈 억척 할머니..지난해 자원봉사대상서 대통령표창
사직2동자원봉사대장 배정자씨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보잘것없는 작은 나눔이라도 항상 나에게 행복이라는 더 큰 선물로 되돌아옵니다. 이젠 제 삶의 일부이자 즐거움이 됐지요."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YMCA 사회복지회관에서 만난 배정자(80)씨는 팔순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봉사에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매주 두 차례 이곳에 나와 잔치국수를 삶는다. 밥 한 끼 챙길 곳이 마땅찮은 소외계층 200여 명을 위한 행복 밥상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찜통 같은 주방에서 면을 삶고 고명을 볶는 일이 간단치 않다.

마스크까지 푹 눌러 쓰고 바삐 움직이다 보면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기 일쑤다.

재료 손질하는 사직2동 자원봉사대장 배정자씨 [촬영 천경환 기자]

그러나 그를 비롯한 봉사대원 6∼7명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넘친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고마워하는 이웃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배씨는 40년째 이 지역 자원봉사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 나오지 않는 날은 인근의 또 다른 복지관 급식소를 찾아 배식을 돕고,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을 한다.

명절이나 어버이날에는 김치를 담고 떡국과 삼계탕을 끓여 쓸쓸한 이웃을 찾곤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네 공원과 산책로 등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보호 활동에도 참여한다.

이런 삶이 알려져 지난해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요리하는 사직2동 자원봉사대장 배정자씨 [촬영 천경환 기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2년 지인 소개로 새마을부녀회에 발을 들인 게 계기가 됐다.

봉사라는 용어 자체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 정도로 여겼던 그는 이곳에서 급식 봉사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행복 에너지를 얻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어느 정도 소질도 있어 음식 조리를 도왔는데,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며 "답례로 내민 한 어르신의 얼음장 같던 손이 내 마음속 온기를 움직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사직2동 자원봉사대를 만들어 지금까지 억척스럽게 이끌고 있다. 적십자봉사회, 1365 자원봉사센터 등과 연계해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봉사활동하는 배정자씨 [배정자씨 제공]

그의 선한 영향력은 남편에게도 전파됐다.

그는 "처음에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다른 사람 밥 챙기러 간다고 불평하던 남편이 언제부턴가 복지관에 나와 일손을 보탠다"며 "요즘에는 남편도 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새로 얻는 느낌"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 2년 그의 손은 더욱 분주했다.

사적모임 제한 등으로 10명은 달려들어야 할 일을 두세 명이 맡다 보니 1인 3역, 4역 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됐지만, 그날 만난 이웃들의 밝은 얼굴을 떠올리면 어느새 새로운 힘이 솟곤 했다.

김장봉사하는 배정자씨(오른쪽에서 두번째) [배정자씨 제공]

그는 봉사에 빠져 지내느라 가족들과 변변한 여름휴가 한번 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가족들의 성원에 힘입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각오다.

그는 "나이 들면서 가끔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행복은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다"며 "그 가치와 즐거움을 알기에 눈 감을 때까지 이 일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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