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6개월] ③'에너지·식량 무기화' 러시아 전략에 전 세계 '휘청'

이율 2022. 8. 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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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겨울 앞두고 가스 끊길까 전전긍긍..'절약' 외 뾰족한 대책 없어
우크라 곡물선 운항 재개돼 식량난 급한 불 껐으나 불안요인 여전
세계적 물가 급등에 공급망 불안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은 기세등등하게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지금 상황은 누가 누구를 제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어 러시아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정 수입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러시아의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함께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으나 다행히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돼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까지 겹쳐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 위해 조명꺼진 독일 베를린의 전승기념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스관 틀어잠근 러에 유럽 경제 직격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고, 독일은 그중에서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55% 달하는 최대 수입국이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 지난달 27일에는 20%로 재차 줄였다.

가동 멈춘 독일행 러시아 가스관 (루브민 AP/DPA=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천연가스 해상 파이프라인 육상 시설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2022.7.11 jsmoon@yna.co.kr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시늉만 해도 유럽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면 유럽 각국에서는 가정의 난방부터 산업생산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경로를 다변화하려고 하지만, 추진 속도는 매우 느려서 그나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은 '절약'이 전부다.

EU는 러시아가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 3월까지 최근 5년간 평균치 대비 가스 사용을 15% 줄이는 비상계획에 돌입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EU 제재 방침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회원국 간 공조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미·영·EU 중앙은행 빅스텝…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유럽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악화는 전 세계에 그늘을 드리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1월(4.4%)과 4월(3.6%) 전망치보다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2.3%로 대폭 낮췄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4월 8.3%, 5월 8.6%, 6월 9.1%, 7월 8.5%로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전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은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10.1% 상승해 주요7개국(G7) 중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장률도 -0.1%로 후퇴했다.

유례없는 물가 급등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폭의 2∼3배로 인상하는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거듭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에 연이어 0.75%포인트나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기존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의 첫 인상이고, 빅스텝은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이같이 성장세는 미약한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중동에서는 식량난 가중…어린이 생명 위협

소말리아의 한 난민캠프에서 굶주린 1살짜리 아이 안고 있는 엄마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 이전에는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공급했다. 특히 식량 위기가 심각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핵심적인 밀 수출국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지난달 말 흑해를 통한 곡물수출 재개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24척의 선박이 식량을 싣고 수출길에 올랐다.

그러나 수출물량은 앞으로도 한 달 평균 500만~600만t이었던 전쟁 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며 그나마 전쟁의 진행 양상에 따라 언제 수출이 다시 끊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더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를 일컫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 7개국에서는 8천만명 이상이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 동북부 국가들은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소말리아의 경우 전쟁 전 밀 수입량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기근에 시달리는 이들 지역 주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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