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밥상 물가 '각자도생' 살림법이 필요하다

‘밥상 물가’가 끝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랐다. 통계청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가 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시절(7.5%) 이후 24년 만에 닥친 큰 폭의 상승률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 높다. 요즘 물가는 속된 말로 “미쳤다”고 표현될 정도로 빵, 고기, 과일, 채소, 생선…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의 기쁨보다 장보기의 두려움이 앞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밥상 물가에 대처하는 알뜰살뜰 살림가들을 만났다.

식비에도 한 달 예산 책정이 중요합니다
김해진씨(37)는 초등학생 두 명, 4세 아이 등 총 5인 가족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13년 차 주부다. ‘엄마의 주방’이라는 요리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운영하는 그는 ‘5인 가족 한 달 식비 40만원’으로 한정해 차린 매끼 식단을 공개하고 있다. 알뜰 레시피, 가계부 작성, 장보기 비법 등 식비 절약 방법도 공유한다. 취재에 응한 그는 최근 높아진 체감 물가에 한숨부터 지었다.
“달걀을 비롯해 고기류의 물가 상승을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특히 달걀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가장 만만한 단백질 공급원인데 얼마 전 조류인플루엔자 달걀 파동 이후로 올라간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잖아요? 마트에서 가격을 볼 때마다 화가 날 정도예요.”
김씨는 최근 SNS 이용자들이 보내온 ‘다이렉트 메시지’에서도 심각한 물가 상황을 읽는다. 1인 가구부터 신혼 가구, 막 아기가 태어난 가정까지 가구 인원수를 막론하고 저마다 식비 고민을 보내온다. 그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을 짜고 가계부를 쓰는 등 기본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계부를 쓴다고 무조건 지출을 줄일 수는 없어요. 먹고사는 문제니까 식비는 초과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그렇지만 예산 안에서 인지하고 쓰는 초과 지출과 인지하지 않고 지출하는 것은 나중에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가계부를 쓰는 일이 귀찮고 막막하겠지만 그날 하루 소비한 품목을 적기만 해도 돼요. 단 2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내가 이만큼 썼구나’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한 달 40만원’이란 식비 예산을 정해놓고 쓰다 보면 월말에는 긴축재정을 하기 마련이다. 첫 주는 주식인 쌀과 고정 구매품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달 중 지출 비율이 가장 높다. 2주, 3주 차를 지나 마지막 주는 ‘냉파’(냉장고 파먹기)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때는 재료 소진을 위해 한 그릇 요리로 한 끼를 때우거나 상비된 김치를 활용한 요리를 한다.
또한 가장 저렴하고 맛있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는 것도 식비 절약의 방법이다. 8월에는 호박요리를 많이 먹었다. 애호박, 단호박, 둥근 호박 등 종류별로 구입해 볶음, 찌개, 전 등 다양한 호박반찬을 먹었다. 작년에는 여름 토마토로 여러 가지를 해 먹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비싸져 많이 먹지 못했다.
김씨는 막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만원 장보기’를 실행하기도 했다. 하루에 무조건 1만원만 들고 가 그날 먹을 식재료를 사오는 것이다. 그는 “아이가 셋이다 보니 이제 ‘만원 장보기’를 할 수 없지만, 시간이 허락된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날 가장 저렴하게 나온 식재료를 사다가 하루에 소진하다 보면 장바구니 물가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고 나만의 쇼핑 감각도 체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음식 재료 최대한 낭비하지 않는 것이 절약의 지름길
아이가 셋이 되고 김씨는 온라인 마켓으로 쇼핑 창구를 변경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를 다니다 보면 견물생심이라고 계획에 없던 지출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몰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쿠폰이나 적립금 행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최근 얻은 장보기 팁이다.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바로 결제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 정도 더 고민해요. 그러다 보면 정말 필요한 재료인지, 없어도 되는 재료인지 좀 더 냉철한 판단력이 섭니다. 뺄 것은 빼고 자연스레 알뜰한 소비가 될 수 있고요. 때로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두고 뭉그적거리다 보면 온라인 쇼핑몰 측에서 소비 독려를 위해 슬쩍 당일 할인 쿠폰을 넣어주기도 해요. 그걸 이용하면 꽤 쏠쏠합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그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단연 ‘간식값’이다. ‘아이들 간식비가 너무 많이 들어 어떻게 하면 절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다. 방학까지 있는 달에는 아이들 삼시 세끼를 차려주고 간식 챙기기도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사실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이나 외식, 배달음식 비용만 절약해도 식비의 상당 부분이 줄어요. 식비 절약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죠. 저는 아이들 건강과 절약을 위해 홀푸드(자연식품)를 고집해요. 약간의 과일이나 빵을 직접 구워 간식으로 주고 있어요.”

그는 ‘상자째 사다 먹는 과일’도 지양하고 있다. 잘 먹는다고 많이 주는 것보다 적정량을 주는 것에 무게를 싣는다. 자연식품이라 할지라도 과일은 당의 일종인 만큼 잉여 열량이 되기에 십상이다. 식이요법 전문기업 닥터키친에 따르면 하루 과일의 적정 권장량은 하루 100㎉다. 귤은 중과 2개, 바나나는 1개, 사과는 3분의 2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또한 한꺼번에 먹지 않고 식사 1시간 전이나 식후 2시간 뒤 2회 이상 나눠 먹는 것이 좋다.
결국 그의 식비 줄이기 노하우는 적당량 구매와 완벽한 소진으로 음식 재료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약간의 창의력만 더해지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는 다양한 반찬 메뉴를 많이 알고 있어야 2차 활용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요리 레시피가 담긴 책이 유용한 이유다.
“예를 들어 닭곰탕을 끓인다면 국물을 넉넉하게 해 육수를 더 만들어두고 다음번에는 닭고기덮밥이나 닭죽을 해요. 얼마 전에는 감자볶음을 했는데 기름을 많이 쓰지 않고 찌듯이 익혔더니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았어요. 한 냄비 그대로 남았죠. 그래서 달걀과 치즈를 추가해 해시브라운으로 동그랗게 구워줬더니 아이들이 다 잘 먹더라고요.”

대형마트 휴무일을 이용한 세일 상품을 노립니다
결혼 15년 차 4인 가족의 이영란씨(45)는 앞선 김씨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식비를 절약한다. 그는 마트 행사나 때에 따라 저렴하게 나온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서 보관해두고 하나씩 꺼내 먹는다. 이렇다 보니 이씨는 ‘냉파’ 요리 전문가가 됐다. 그는 남은 식재료 위주로 다양한 식단을 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배추는 구입한 지 일주일만 지나도 밑동에 거무스름하게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반 통 정도는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줄 알면서도 2분의 1 커팅 양배추를 살 수밖에 없죠. 저는 양배추 한 통이 있다면 양배추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기준으로 식단을 짜요. 남을 것 같다면 잘게 잘라 냉동한 후 볶음 요리할 때 활용해요.”
생닭을 할인 판매하는 날은 4마리 정도 사와 냉동실에 저장해놓고 일정 기간을 두고 요리한다. 냉동닭을 한 번 끓여낸 후 양념을 하면 생닭으로 만든 것과 다름없이 잡내 없는 닭요리가 탄생한다. 하지만 이상과 실천은 어긋나기 쉽다. “나중에 활용하겠다”는 기세로 냉동고에 식재료를 쌓아놓고 결국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냉장고의 냉동칸을 ‘던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냉파’를 위해 냉장고 지도까지 만들기는 좀 번거롭잖아요? 저는 마트 영수증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소진한 식재료에 줄을 그어 없애면서 요리해요. 그러면 냉장고에 식재료가 쌓일 일이 없어요.”
이씨는 대형마트의 휴무일 전후를 이용한 알뜰 구매 팁도 전한다. 이씨는 휴무일 기준 전날과 다음날을 노린다. 대형마트 휴무일 전날과 그다음 날에는 세일하는 품목이 많이 나온다. 특히 휴무일 전날 저녁의 마트는 세일 상품의 보고다. 그는 오후 9시가 넘으면 거의 팔려서 신선도가 떨어진 상품만 남으니 ‘이른 저녁을 노리라’고 말한다.
“일요일이 휴무일인 마트의 경우 월요일은 그간 팔지 못한 채소들이 많이 나와요. 70% 할인 가격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트에 가면 가장 먼저 알뜰 구매 코너를 둘러보고 쓸 만한 음식 재료를 찾아요. 오픈 시간 직후 가는 것보다 마트 직원들의 할인 준비가 끝난 오전 11시 이후에 가면 더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어요.”

임박 상품, 욕심내지 말고 딱 소진할 만큼만 사세요
높아진 물가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나 재고 과다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임박 상품 전문 쇼핑몰의 약진도 눈에 띈다. 유통업계에서는 폐기에 따른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유통기한 표기 대신 ‘식품을 먹어도 안전한’ 소비기한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과거에는 다소 꺼렸던 임박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임박 상품 전문 쇼핑몰 ‘이유몰’의 경우 2014년 10월 개설 이후 매년 10만명 이상씩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100만 회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장규식 이유몰 이사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의 경우 잔여기간 동안 섭취해도 문제가 되지 않은지 점검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구매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유몰에서는 단순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만 취급하지는 않는다.
“한번은 경기 구리시에서 10여년간 동네 마트를 운영하던 사장님이 폐업 후 다른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지만 재고 처분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있었어요. 매장 임차료만 부담하면서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다 저희를 만나 재고 정리를 깨끗하게 하셨죠. 임박 상품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들이 아니라 저마다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는 임박 상품을 구입하는 노하우로 “익숙하게 알고 있는 기업 제품을 고르거나 비록 생소할지라도 쇼핑몰이 추천하는 해당 영역 전문기업의 상품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며 “임박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것이지만 단기간 내에 소진해야 하므로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양만 구매할 것”을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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