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숲으로 가자..절대 나오고 싶지 않은 그린 플레이스

2022. 8. 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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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란 말은 그야말로 더위를 피해 도망친다는 뜻이다. 이에 적합한 것은 ‘인적이 드문 숲’이다. 그러나 휴가철인 지금 그런 곳이 과연 있을까? 여기 있다. 한번 머물면 바깥으로 절대 나오고 싶지 않은 숲속 둥지로 당신을 초대한다.

당신은 스트레스를 피할 때 물을 택하는 타입인가? 나무를 택하는 타입인가? 이제부터 소개할 여행지는 나무와 숲의 쿨링 기능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필자는 진정한 피서란 몸의 더위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확신한다. 단순히 체온을 떨어뜨리고 싶다면 에어컨 빵빵한 만화방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피서란 그런 게 아니다. 정신적으로 쌓인 독소를 낯선 공간에 의지해 쏙 빼내고 오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숲은 든든한 피서지다. 숲 중에서도 인적이 드는 곳이라면 정신 건강을 위한 피서에 적당하다.

숲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 안을 걷는 순간, 긍정적인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 그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 실제로 숲속을 산책하면(운동이 아니라 그냥 ,슬슬 걷기만 해도) 사람의 심박수가 안정되고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되며 인지력이 향상되는 게 증명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15.8% 낮아진다고. 그렇다면 진정한 휴가로 숲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숲에선 많은 걸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많은 걸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와이파이는 잊고 숲에서 나만의 길을 찾자. 사진은 양평 아틴마루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더 부유하다고 할 수 있다.’ 숲에서 살아온 그의 말에 의하면 자연 속에 사는 일은 부자가 되는 일인 것이다.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마음이 부유해져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휴가가 어디 있을까. 숲은 그렇게 일상에 파묻혀 어리석음을 덧입고 살아온 현대인들을 말없이 훈육하는 거룩한 곳이다.

하지만 유명 휴양림엔 사람이 꽤 많아 그 또한 분주하다. 오롯이 나만의 돌아봄 시간을 원하는 이라면 좀더 프라이빗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원할 텐데 말이다. ‘나만의 작은 숲,’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여기 작은 해답이 있다. 도움이 되시길.

▷나만의 뒷산을 소유할 수 있는 곳

▶양평 가마봉 아틴마루에서의 고요

캐빈 내의 모습. 숲을 품은 창이 인상적이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친환경 어메니티 세트. ‌양평 아틴마루의 캐빈들. 언덕을 따라 네 개의 동이 있다.
여름의 숲은 잔뜩 분주하다. 매미 소리, 새 소리, 계곡의 물소리부터 거친 빗방울 소리까지. 하지만 가마봉 능선에 자리한 아틴마루에서라면 다르다. 고요, 고요, 또 고요뿐이다. 그건 굽이굽이 휘몰아치는 양평 명달리 가마봉 아래 빼곡히 자리한 잣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거룩한 숲 때문이다. 가마봉은 그리 높지 않고,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사시사철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잣나무들이 든든한 호위무사가 되어주는 곳이다. 이곳에 자리한 아틴마루는 한마디로 ‘특별한’ 공간이다. 가마봉의 꼭대기에 마치 누군가의 기도실처럼 둥지를 틀고 있다(캐빈이라고 부른다). 멀리서 바라보면 새둥지 같기도 하고, 숲을 지키는 도사의 바위 동굴 같기도 한 모습이다. 숲 언덕에 툭, 툭, 툭, 툭 떨어져 있는데, 그 이름도 아름다운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채다. 캐빈들은 언덕 경사면을 따라 흩어져 있고 집마다 작은 데크와 텐트가 구비돼 있다. 밤이 되면 데크에 누워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작은 소리, 심지어 나뭇잎의 바스락 소리까지 선명해진다. ‘내면(IN)’에 있는(AT) ‘마루(하늘, 으뜸, 높은, 산)’라는 아틴마루의 뜻이 한번에 다가온다.
카페 겸 라운지 역할을 하는 회색 건물. 숲에 둘러싸여 있다, 아틴마루와 연결된 숲. 빨간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숲으로 통한다, 캐빈 옆에는 나무 데크와 텐트가 준비돼 있다.
아침이면 숲의 정령을 만나러 길을 떠나자. 사실 아틴마루의 기적은 캐빈 뒤로 펼쳐진 가마봉의 다정한 나무 숲에서 일어난다. 인적이라곤 하나도 없는 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나뭇잎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인다. 아침 햇살을 입어 반짝이는 숲은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하고, 그 기운과 동행하는 길 내내 가슴이 벅차 오르니까. 코스는 아틴마루 초입의 공용 라운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낮은 캐빈과 달리 높게 솟은 이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리셉션이자 풍경 조망대이자 문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차를 마시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영화를 볼 수 있다. 뒤로는 깊은 숲이 펼쳐지는데, 산책로는 빨간 천으로 표식이 돼 있으니 천천히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한 시간 이상 천천히 걸어도 좋다. 산길은 완만하고, 아름다우니까.

아틴마루를 찾는 이들은 보통 숙소의 아름다움과 그 주변의 풍경에 취해 이 비밀의 숲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건 바로 이 뒷산이다. 천천히 걷고, 음미하고, 바람과 해를 만끽하면 당신의 일상에 행복이 스며들 것이다. 사실 이곳의 주인이자 설계자인 건축가 최봉국은 이곳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런 글을 적고 있다.

‘2019년, 10개월간 떠나온 유라시아 횡단 중 러시아 시베리아 구간을 건너던 어느 날이었다. 쉬지 않고 열여섯 시간을 운전하고는 지쳐 갓길에 차량을 세웠다. 드넓은 초원 어디쯤이었는데 지평선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대단할 것도 없는 노을인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지친 몸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그날만큼 몸과 마음이 맑아본 적이 없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오랜 시간 꿈꾸던 대지를 찾아 헤맸다. 인생의 수없이 잊혀져 가는 순간들 중 어렵사리 남겨질 추억의 장소가 될 곳인데 더할 나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여백으로 가득 차길 바랬다. 초원에 붉게 퍼진 노을을 바라보던 순간을 나누고 싶었다.’

라운지 내부의 모습. 1층은 리셉션 겸 카페, 2층은 문화 공간 겸 휴식처다,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조식. 정갈하다.
이 글의 감성이 오롯이 스며든 숲에선 어떤 계절, 어떤 날씨라도 상관없이 자연 그대로의 여백에 감탄하게 된다. 이곳은 숲과 내가 하나가 되기 위해 많은 걸 비우고 가는 곳이다. 그러니 과한 술, 넷플릭스와의 하룻밤은 어불성설. 책 한 권, 생수 한 통을 들고 단출하게 찾아가자. 아침식사가 걱정이라고? 걱정 마시라. 아침에는 식빵, 감자 스프,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커피로 구성된 정갈한 식사가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캐빈에 입주했다면 다른 어느 여행지도 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온전히 조용히 명상하듯 머물고 온전히 숲을 즐겨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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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아틴마루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상세 주소는 입실 당일 문자로 안내)

-인원 기본인원 1인(최대 2인)

-요금 주중 18만 원, 주말 24만 원 (1박 기준)

▷이토록 시원한 캠핑

▶가평 풀램핑, 스테이 온디엣지

가평 숲속에 위치한 스테이 온디엣지.
나만의 숲을 찾는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캠핑이 아닐까. 텐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증폭된 자연의 소리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지상 낙원을 꿈꾸게 하니까. 하지만 모든 이들이 캠핑장비를 갖추고 사는 건 아니다 보니 캠핑에 대한 열망을 현실에서 실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여름 숲, 캠핑 장비, 수영’이라는 삼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도 서울 근교에서라면.

그럴 때 ‘스테이 온디엣지’를 추천한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글램핑 장이면서 동시에 개별 풀을 갖춰 ‘풀램핑’이라 불리는 곳. 모든 객실에 침실, 화장실, 어메니티와 타월이 갖춰져 있으며 타입 A는 개별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영장이 명물이다. 어떤 캠핑장에 개별 수영장을 갖추고 있겠는가. 게다가 이 수영장은 개폐형 돔 시설이 있어 비가 오나 밤이 오나 수영을 할 수 있다. 밤이면 온수가 제공되는 것도 장점이다. 타입 B는 자쿠지가 있다. 수영이나 자쿠지를 즐기다 출출하면 숲을 배경 삼아 바비큐를 해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자. 은은한 숲의 향이 아로마가 되는 이곳, 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푸른 숲의 기운이 눈 돌리는 곳마다 가득하니 뭐가 부럽겠나. 캠핑장 전체가 숲속의 동화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것도 장점. 작은 골목들을 돌면 알프스 산장 같은 브런치 카페가 나온다. 커피 한 잔 하면서 바라보는 산세에 마음이 부푼다.

까페 드 까사에서 차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텐트 등 캠핑 장비, 침대가 갖추어진 곳. 개별 풀 혹은 자쿠지가 딸린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텐트 마을을 지나면 이국적인 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까페 드 까사.
경기도 북동부에 있는 가평은 전체적으로 산으로 뒤덮여 밤 시간엔 선선하고 쾌적하다. 동쪽으로는 강원도 춘천, 서쪽은 경기도 남양주, 남쪽은 양평군과 인접해 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주변 놀거리, 볼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에 머물면 그 자체로 만족스러워 다른 곳으로는 나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낮엔 산책하고 수영하고, 밤엔 불멍. 아름다운 숲속 캠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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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 온디엣지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남이터널길 52-35

-Tip 브런치 레스토랑 까페 드 까사

글램핑장인 스테이 온디엣지는 다정한 동네처럼 꾸며져 있다. 그 일등공신이 바로 이 까페드 까사가 있는 골목. 스페인의 이국적 공간에 온 것 같은 인테리어와 쾌적한 공간 구성, 다양한 브런치 메뉴가 일품이다. 브런치 메뉴는 보통 1만 원대. 숙박을 하는 이들에겐 15% 할인권이 제공된다.

▷당일치기 숲 산책

▶발왕산과 운두령

운두령횟집 옆에 위치한 고택. 숲을 배경으로 물소리, 새소리로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싱싱한 송어회는 콩가루와 초고추장 그리고 마늘, 야채를 넣고 취향껏 비벼서 먹는다. 콩가루의 고소함이 송어회와 어울러져 고소함이 일품이다.
눈까지 시원한 여름의 용평스키장.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힐 때 평창에 가본 사람이라면 입을 다물 수 없을 것이다. 왜? 한 계절을 앞당긴 것처럼 서늘한 날씨 때문이다. 고도가 높은 평창은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기온과 환경을 가졌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쾌적하다. 도시의 열대야에 시달리던 이들이라면 이 고장의 차가운 바람에 순간 이동으로 대륙을 옮겨 간 듯한 착각마저 들 것이다. 이 고장이라면 단 몇 시간을 머물러도 좋겠다. 휴가를 내고 숲속에서 몇 일간 머무는 것도 행복이지만, 이런 냉장고 날씨라면 차갑게 칠링한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는 것처럼 단 몇 시간만 머물러도 정신이 번쩍 들 테니까. 그야말로 효율적인 피서지리고 할 수 있겠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발왕산에 도착해 용평리조트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자. 산 꼭대기에 올라 시린 바람 속에 숲을 산책하다, 보기만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스카이워크를 걷자. 발밑에 펼쳐지는 깊은 골짜기들은 아름다운 절경, 그리고 아찔한 비경이다. 산의 정상이 시원함을 너머 춥게 느껴질 때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 출출해질 때쯤 찾아야 할 곳은 ‘운두령 송어횟집’이다. 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송어횟집이 많이 몰려 있는 운두령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반드시 ‘운두령횟집’이라는 고택으로 입장하길 바란다. 이곳은 송어회 자체도 일품이지만 음식점 옆 오래된 한옥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숲을 가로지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배경으로 한 고택은 정자를 품은 넓은 정원이 시간여행을 선물한다. 경상도에 있던 조선시대 고택을 분해해 이곳에 가져다 놓았다니, 풍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 천천히 정원을 돌며 숲의 정기를 기운을 담아오자. 짧은 여정이지만 이정도로 더위를 피하고 행복 에너지를 가득 채우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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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두령 횟집

-주소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387-3

[글과 사진 우주엔(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3호 (22.08.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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