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대 1 청약 나오는데 더해진 주택 공급대책.. '옥석 가리기' 심해진다

오은선 기자 2022. 8.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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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년간 수도권에만 158만 가구 등 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청약접수 일정이 종료된 양주신도시 옥정지구 A-4블록(공공분양)은 특별공급 1195가구에 단 122명이 청약했다.

지난 9~10일 일반공급이 진행된 인천 중구 영종지구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에서도 1212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가 408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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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년간 수도권에만 158만 가구 등 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지의 토지 보상이 속속 나오는 데다 최근 청약 시장 분위기가 냉각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더 나은 입지에 주택이 공급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청약 시장에 참여하는 실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2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내 상가에 입주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뉴스1

◇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보다 싸도 청약 경쟁률은 0.1대 1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시장에서 대거 미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청약접수 일정이 종료된 양주신도시 옥정지구 A-4블록(공공분양)은 특별공급 1195가구에 단 122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로 따지면 0.1대1 수준이다. 이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분양 단지다. 미달 물량은 일반공급으로 전환됐지만 2순위 청약까지 진행된 일반공급에서도 1287가구의 공급 물량에 389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 9~10일 일반공급이 진행된 인천 중구 영종지구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에서도 1212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가 408명에 그쳤다. 앞서 특별공급에서는 896가구 모집에 27명만이 지원했다. 이 단지 역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가격이었다.

‘줍줍’ 혹은 ‘로또’라 불리던 서울의 무순위 청약의 인기도 급격히 식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10번에 걸쳐 무순위청약 공고를 냈고,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근 5번째 무순위청약을 진행했다.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은 9번 만에 청약을 마감했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높은 단지들의 경우 청약 수요가 집중되는듯 하지만 이마저도 작년과 비교하면 쪼그라든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경기 하남시 학암동 ‘위례포레자이’ 전용면적 131.88㎡ 1가구 무순위 청약에 4030명이 몰렸다. 지난해 7월 이 단지의 전용 101㎡ 1가구 무순위 청약엔 8675명이 몰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만 남은 전국 분양예정 물량은 총 21만839가구나 된다. 특히 서울은 2만3404가구가 분양을 대기 중이고, 경기는 6만1755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줍줍·로또 청약은 옛말… ”구매심리 안정화 과정에 들어섰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70 만가구 공급대책은 이 같은 분위기에 더 찬물을 끼얹었다. 일반적으로 공급이 확대되면 수요가 분산되고,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뿐더러 분양시장 인기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도심공급확대’를 기조에 따라 3기 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을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 공급물량이 50만 가구에 달한다. 당장 지난해 수준의 전세가격 급등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도권에 집중된 당장의 청약시장에 참여하기보단 서울 등지에 나올 청약 물량을 좀 더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거세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구매 심리의 정상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공급확대가 ‘벼락거지’가 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던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둘러서 내 집을 마련하거나 아무 곳이나 (청약을) 넣고 보자, 당첨부터 되고 보자는 심리는 수그러들 것”이라며 “앞으로 도심에서 더 좋은 물건들이 나올 텐데 지금 청약통장을 써 버리면 금리인상 등 위험 요인이 많으니 청약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더 심화될 것”이 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집 마련 열기가 진정되면서 ‘묻지마 청약’이 사라지고 시장이 건전해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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