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썩어버린 배추, 안 잡히는 멸치..비싸서 못 사고, 없어서 못 판다

정세진 기자 2022. 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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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 쌓여있는 배추. /사진=정세진 기자

"테레비(텔레비전)에서 봤잖아. 배추가 밭에서 다 썩어 버렸어. 강원도 고랭지에서 나는 걸로 제주도까지 다 먹어야 하는데 물량이 부족해."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배추 경매장 근처에서 상인 김모씨가 이날 새벽 강원도에서 올라온 배추를 골라내고 있었다. 더운 날씨 탓에 시들어 버린 배춧잎을 골라내고 비슷한 크기의 배추를 묶어 한 망에 담았다. 가격은 예년보다 올랐지만 많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올여름 폭염에 폭우 피해까지 겹쳐 배추 품질이 나빠진 탓이다.

김씨는 "품질에 따라 1망에 1만원에서 2만5000원까지 있지만 비싼 건 잘 안 나가는 편"이라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농수산물 도매업자 박모씨가 무를 고르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추석을 앞두고 배추와 무를 사는 손님들이 몰리지만 배추 수급은 불안정하다. 매년 11월쯤 시작되는 김장철에는 전남에서 배추가 생산되지만 추석 전에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만 생산된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나물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제공하는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시금치(4㎏)의 전국 도매 평균 가격은 7만3900원으로 일주일 새 56.9% 올랐다. 평년 가격(4만7999원)보다 54.6% 비싸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은 매일 경매에 풀리는 물량에 따라 가격의 등락은 있어도 추석 때까지 배추를 중심으로 일부 채소류의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무도 마찬가지다. 곧게 자란 상품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폭염과 폭우가 겹치면서 작황이 예년에 비해 나빠졌다. 작황이 좋을 때는 무가 크게 자라 20㎏ 한 상자의 실제 무게가 보통 22~23㎏까지 나간다. 농산물 도매업자 박모씨(54)는 "요즘은 멍든 무를 골라내다 보면 20㎏ 한 상장가 18㎏ 정도로 줄어든다"고 말한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은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사과 품종인 홍로는 전북 장수군 등 지자체에서 사과축제를 열 경우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일 도매업자 황모씨는 "경매사들 말로는 비가 많이 와서 사과 수확을 못 해서 최근 가격이 오르는 거라고 한다"며 "날이 좋아도 비 맞은 나무는 사과 탄저병이 생길 수 있어 가격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했다.

과일 도매업자 박모씨는 "장수에서 홍로축제를 하면 그쪽으로 물량이 먼저 풀려 서울에서는 가격이 오른다"고 했다.

과일 도매상 이모씨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홍로나 신고(배)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물량이 풀릴 텐데 추석 전 대목 때 초기물량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가서 매우 비싸다"며 "다다음주나 돼야 일반 시장과 마트에서 신고와 홍로가 풀릴 예정인데 그때 선물세트로 보내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한 과일 도매업자가 추석 선물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추석선물상품으로 인기인 멜론 가격도 예년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경매에서 2만2000~2만3000원에 멜론 1상자를 사서 3만원 밑에서 팔았다"며 "올해는 3만5000원 선에 사서 4만원 넘게 팔고 있다"고 했다.

이씨 입장에서는 택배로 배송하는 선물 특성상 인건비와 부수자재 값도 부담이다. 1개당 650원하는 보자기로 상자를 싸야 하고 별도로 스티로폼 포장지도 넣어야 한다. 추석 대목 전에는 일손을 보태기 위해 추가로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하면서 택배 1개당 인건비가 1000~1500원 추가된다. 이씨는 택배로 판매하는 추석선물 멜론 1상자를 6만원 선에 팔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올해 전북 무주를 중심으로 홍로의 작황이 좋아 태풍이나 폭우 등의 변수가 없다면 다다음주부터는 사과 가격이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추석선물로 인기 있는 멸치는 물량이 부족한 탓에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건어물 도매상인 정모씨는 "여수에서 주바(4.6~7.6㎝ 크기의 멸치)가 잡혀야 하는데 물량이 없다"며 "서해에서 들어온 멸치와 같이 팔고 있다"고 했다.

건어물 도매상인 박모씨는 이날 마른 멸치 한 상자(1.5㎏)에 1만3000~2만7000원에 판매했다. 박씨는 "통영, 여수, 완도 어장에서 멸치가 안 올라온다"며 "생산량이 줄면서 추석 전까지 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 같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의 한 건어물 도매 매장.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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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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