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조던 필의 기막힌 상상력..독특한 SF 공포 [시네마 프리뷰]

고승아 기자 2022. 8. 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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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스틸컷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비행접시인 '그것'이 등장하는 독특한 공포영화이자 SF 장르의 '놉'(NOPE)은 기막힌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그려냈다. 세번째 연출작으로 돌아온 조던 필 감독은 익명성과 유명세, 보고 싶지만 보지 말아야 하는 것, 고독을 좋아하는 것과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것 등 이중적인 이미지를 끝없이 교차시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17일 개봉한 영화 '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현상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서 '겟 아웃' '어스'로 마니아층을 끌어모은 조던 필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기묘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투성이로 난장판이 된 한 세트장과 사방이 둘러싸인 튜브가 등장한다. 이어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 분)의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키스 데이비드 분)가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전과 열쇠에 맞은 것이다.

이후 고독을 좋아하는 OJ는 가업을 이어 할리우드 영화사에 말 조련사로 참여한다. 이 자리에 등장한 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는 말을 탄 흑인 기수를 묘사한 16장의 연속 사진이 훗날 영화 산업 전체의 기반이 됐다고 소개한다. 말의 이름과 주인의 이름은 기록에 남았으나, 흑인 기수의 이름은 사라졌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말이 사고를 치자 OJ와 에메랄드를 곧바로 촬영장에서 쫓아낸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OJ는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에게 급히 말 한 마리를 판다.

리키 주프 박은 어린 시절 할리우드에서 아역 스타로 유명세를 얻고 지금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본인 캐릭터 이름을 딴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리키 주프 박은 영화의 오프닝 이야기와 다시 연결된다. 아역으로 활동할 당시 '고디가 왔다'에 출연하다가 끔찍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리키 주프 박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만, 외려 이러한 과거를 자랑스레 전시를 해놓고,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것'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다. 움직이지 않는 구름 뒤에 숨어있는 '그것'에 등장인물들은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를 통해 '유명'해지고자 한다. OJ와 에메랄드는 '그것'을 찍어서 오프라쇼에 나가고자 하고, 리키 주프 박은 주피터 파크의 쇼에 이용하려고 한다.

'놉'은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그것'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풀어내고자 한다. 5장으로 구성된 각 이야기들이 저마다 다른 흐름으로 이어가다가 맞닿는 순간, 그것이 정체를 드러내고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것의 정체를 맞닥뜨린다 해도 관객들이 이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웅장한 사운드와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그것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보는 이들을 강렬하게 빨아들인다.

감독은 어쩌면 이처럼 계속해서 보고싶어지는 '그것'의 속성을 통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관객들 역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끊임없이 기묘한 그것을 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성에 대해 던지는 영화의 화두는 "'나쁜 기적'이라는 것도 있을까"라고 묻는 OJ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간은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길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인간은 길들이고자 하는 욕망을 계속해서 품는다. '그것'을 파악한 OJ만이 오직 "보지 마!"라고 외칠뿐이다.

조던 필 감독과 '겟 아웃'에 이어 재회한 다니엘 칼루야는 특유의 큰 눈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OJ를 통해 영화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낸다. 케케 파머는 공포심과 성취감을 오묘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그려낸다. 스티븐 연, 마이클 윈콧, 브랜든 페레아도 영화의 기묘한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7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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