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으로 52만 가구..민간 도심복합개발에 용적률 500%
■ 5년간 270만 가구 공급
신통기획·구도심·역세권 등 활용
신규 정비구역 '22만 가구' 지정
민간·도시개발도 '통합심의'로 속도
분상제 개선 등 구체적 방안 빠져
전문가 "부지·재원·민간참여 관건"
윤석열 정부 첫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및 민간의 참여 독려를 통해 도심 공급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특히 주택 수요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개발이 유일한 공급 통로인 만큼 이를 통해 2027년까지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에 더 많은 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향후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은 △도심 공급 확대 △주거 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 △공급 시차 단축 △주거 사다리 복원 △주택 품질 제고의 다섯 가지 전략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도심 공급 확대와 이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공급 시차 단축이 핵심이다. 원 장관은 “국민의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 공급을 늘리겠다”며 “민간 정비사업을 정상화 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심 개발 활성화로 전국에 52만 가구 공급=부지가 제한적인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신규 정비구역(전국 22만 가구)을 지정해 사업을 유도한다. 서울에서는 인허가 단계를 줄인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해 10만 가구,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역세권과 노후 주거지를 중심으로 4만 가구, 지방은 쇠퇴한 구도심 위주로 8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비구역 신규 지정이 정비사업 전반을 촉진하는 효과를 지닌다면 재건축부담금의 감면과 안전진단 규제 완화 계획은 재건축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규제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 이른바 ‘3종 규제’로 꽁꽁 묶여 있었던 재건축 사업이 이번 정책 발표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다음 달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뿐 어느 선까지 부담금을 감면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시점도 연내로만 규정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재초환 문제가 과거에는 서울 핵심지의 재건축 사업성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지금은 지방 노후 주거지 정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역·단지별 특성과 사업성 저해 여부, 일반분양분 확보 물량 등을 종합 고려해 다음 달 중 입법 세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만 추진할 수 있었던 도심복합사업의 문을 내년 상반기부터 민간에 본격 개방한다. 도심복합사업은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사나 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에 사업을 맡기는 ‘비조합방식’으로 추진되며 주거고밀개발 유형은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와 같이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도심복합사업을 통해 앞으로 5년간 공급할 예정인 물량은 전국 52만 가구로 지난 5년간의 41만 가구보다 11만 가구 늘어난다.
◇인허가 통합, 소규모 재건축 완화로 공급 촉진도=아울러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측면 지원도 펼친다. 이를 위해 각종 심의와 영향평가를 통합해 심의하는 이른바 ‘통합 심의’를 민간 정비·도시개발사업에 도입한다. 또한 지금까지는 단일 공동주택 단지에서만 추진할 수 있었던 소규모 재건축을 인근의 다른 단지와 통합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해 도심의 개발 밀도를 높이고 도시형생활주택의 세대수도 현행 300세대에서 500세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주택 인허가가 급감해 장래에 공급이 부족해질 지역을 ‘주택공급촉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처음 발표된 정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친 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택 공급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한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선언적 의미에 그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민간에 보다 많은 권한을 이양한다는 가이드라인으로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지와 재원 확보, 민간의 참여에 이번 대책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장의 정상화를 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당장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며 “활성화를 약속한 정비사업도 참여하는 주체의 상대방이 있는 만큼 공공택지가 아닌 이상 정부가 계획한 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 눈에 띄는 공급 확대는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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