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요지 주택공급 위해 재초환 줄이고 안전진단 완화.. "소급 여부에 촉각"

최온정 기자 2022. 8. 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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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진입장벽 낮아질 듯.. "강북권 단지 부담금 감면"
일각선 "소급적용 여부 등 세부안 지켜봐야" 주장도

정부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재건축 사업이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안전진단 등 핵심규제를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고 재건축부담금을 17년 만에 완화하기로 했다. 부담금 면제기준인 3000만원을 상향 조정하고, 임대주택 공급 등 공익에 기여한 사업장은 부담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1주택 장기보유자와 고령자의 부담도 줄여줄 예정이다.

안전진단 제도도 완화한다. 점수를 받기 가장 어려웠던 구조안전성 항목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추고, 평가항목 배점은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등급을 받은 단지에서 의무적으로 거쳐야하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 요청 시에만 시행하도록 했다.

◇ 정비업계 ‘일단 환영’… “정비사업 물꼬 트였다”

정비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발목을 잡았던 규제가 풀리면서 사업성과 사업속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북권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업장은 부담금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단지 전경./류현준 인턴 기자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노원구 상계주공 1~16단지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는 단지 평균 재건축부담금이 3.3㎡ 1억5000만원~2억원 수준”이라면서 “면제 기준이 1억원 정도로 높아진다면 이 금액의 절반인 7000만원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 정도면 해볼만 한 수준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상계주공 3단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단지의 경우 구조안전성 배점이 높은 현 상태에서는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정밀안전진단을 접수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규제 완화로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78만329가구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전체의 24%인 42만8080가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제도 변경을 기다리면서 안전진단 등 절차를 보류했던 단지에서는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간 정비사업 진행 후반단지에선 재초환 부담금이, 정비사업 진행 초반 단지에선 수위 높은 안전진단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진행의 속도가 저조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정비사업 시동에 거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 정비사업이 속속 진행되면 부동산 참여자들 사이에선 좋은 주택이 공급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주택시장 안정화 요인 중 하나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 당장은 재건축 아파트에 수요가 몰려 반짝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 소급적용·재초환금 새 계산산식 미지수… “9월에 세부안 지켜봐야”

다만 일각에서는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 향후 추진계획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소급적용 여부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곳에서는 후속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강맨션이나 반포 주공 1단지(3주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소급 적용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가구당 7억7000만원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 서초구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도 가구당 3억원대, 반포 주공 1단지(3주구)의 경우 가구당 4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곳도 마찬가지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 주택가격 상승분의 최대 절반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동 한양7차 재건축 조합의 사례처럼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단 조합을 해체하면서 사업의 속도를 내기보단 돌아가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면서 “추진위 단계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한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손질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안전진단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이미 정밀안전진단 혹은 적정성 검토에 들어간 단지에서는 과거 기준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재건축 단지인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의 경우 전체 14개 단지 중 1·2·3·4·5·7·10·13·14단지가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해 적정성 검토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라 소급적용 여부가 중요하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 거주중인 주민 B씨는 “우리 아파트의 경우 전체 13개 단지 중 갔다”면서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 이번 아마 발표만으로는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사업추진 속도는 정부 발표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중 재건축부담금 완화 세부안을 발표하고, 연내 안전진단 규제 완화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규제 완화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민간 주도의 공급 활성화라는 모토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위로 합의될지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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