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꼴 부자 감세 '올인'..취약계층 대책은 '찔끔'[윤석열 정부 100일 -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는 속도 조절 중..금리 상승 여파로 집값은 떨어져
'반지하 시민 사망' 여론 악화..16일 공공임대 공급 발표 주목
17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집값은 떨어지고 있지만 정책 효과라기보단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250만호+α’ 공급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도심 대규모 주택 공급안과 재건축 및 1기 신도시 등의 규제완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 공급안 등을 밝힐 예정이다.
■ 부동산 보유세 완화에 집중
발표를 앞둔 ‘250만호+α’ 공급안을 제외하면 이번 정부는 출범 당일부터 최근까지 줄곧 부동산 보유세 감면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당일인 5월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매할 때 기본세율(6~45%)외 보유 주택 수에 따라 부담하던 최대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을 1년간 없앤 것이다.
기획재정부 집계를 보면 조정대상지역 내 2~3주택을 가진 다주택자가 15억원 상당 주택을 10년간 보유한 뒤 매각해 5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중과 유예를 통해 1억4000만~1억9000만원가량의 절세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16일에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경방)을 통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경감했다. 7월21일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를 아예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취임 후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세 감면에 나선 셈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해 규제완화는 속도 조절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이른바 ‘재건축 3대 대못’ 규제로 통용되는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분상제) 등이 아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분상제의 경우 지난달 ‘합리화 방안’이 공개되긴 했지만 ‘민영 아파트 분상제 폐지’ 등과 같은 소식은 없다.
대선과 윤 대통령 당선을 즈음해 한 달가량 반짝 상승했던 집값은 취임 이후 줄곧 하향세를 걷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가격(8월8일 기준)은 취임식 전날인 5월9일을 시작으로 13주 연속 하락했다. 수도권도 동일하게 13주 연속 가격이 떨어졌고, 서울 아파트값도 5월 말부터 10주 연속 하락 중이다.
집값 하락은 새 정부의 정책 효과라기보단 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새 정부 출범 이전이나 이후나 매매거래량은 별 차이가 없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과 금융규제 영향으로 매매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격 하락도 계속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취약계층 주거대책 ‘부족’
‘부자감세’ 비판을 받아온 부동산세 감면정책에 반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주거 분야 민생안정 방안’을 통해 취약계층 주거대책을 공개했지만 전세대출 규모를 일부 확대하고, 주거급여 수급 대상 가구를 현 127만가구에서 175만가구(2027년)까지 늘리기로 한 것 외엔 별다른 내용이 없다. 청년층 대상 월세보조금 지급이나 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전세사기 단속 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하던 정책들이다.
최근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반지하에 거주하던 시민들이 잇달아 사망하면서 비판은 더 가중되고 있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는 지난 11일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불법건축물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는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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