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만 있나, '철나방'도 있다..4천km 비행 '박각시 나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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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해마다 장거리 계절이동을 하는 가장 흔한 동물은 포유류나 철새가 아닌 곤충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는 야행성 나방인 해골박각시에 소형 초단파 발신장치를 부착한 뒤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나방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곤충이 척추동물 못지않은 복잡한 이동전략을 펼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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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 나방에 0.2g 발신기 달아 월동 이동경로 추적
실험실에서 키운 애벌레로 학습경험 없는데도
풍향 반영 직선항로 유지..몸속 자기장 감지 추정
지구에서 해마다 장거리 계절이동을 하는 가장 흔한 동물은 포유류나 철새가 아닌 곤충이다. 수조 마리의 나방과 나비, 메뚜기, 잠자리가 대륙과 대양, 큰 산맥을 넘어 연례 왕복 여행을 한다.
한때 곤충은 그저 바람에 실려 이동한다고 믿었지만 최근 레이더 관측 등을 통해 곤충도 철새처럼 일정한 방향을 잡아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큰 나방이라도 3g 남짓한 작은 곤충이 어떻게 수시로 바뀌는 바람을 뚫고 수천㎞에 이르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는 야행성 나방인 해골박각시에 소형 초단파 발신장치를 부착한 뒤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나방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곤충이 척추동물 못지않은 복잡한 이동전략을 펼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나방은 해마다 가을이면 북유럽에서 알프스 산맥을 넘어 지중해나 북아프리카 또는 사하라사막 이남으로 이동해 월동한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애벌레부터 길러 한 번도 이동한 경험이 없는 나방 14마리에 무게 0.2g의 초소형 발신기를 달았다. 연구의 주저자인 이 연구소 마일스 멘츠 교수는 “이 박각시는 하룻밤에 이보다 많은 양의 꿀을 빨기 때문에 발신기는 비행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야간에 곤충에 발신기를 부착해 80㎞에 이르는 긴 이동 거리를 직접 추적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경비행기를 타고 박각시가 이동하는 상공을 빙빙 돌면서 박각시의 발신기가 내는 초음파를 5∼15분마다 수신했다. 놀랍게도 나방은 목적지를 향해 완벽하게 직선 비행을 유지했다.
수신한 초음파로 드러난 박각시의 비행 전략은 매우 정교했다. 뒤에서 진행방향으로 순풍이 불면 나방은 비교적 높은 300m 고도에서 바람을 타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식으로 비행했다.
그러나 앞이나 옆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 나방은 고도를 낮추고 바람에 떠밀리지 않도록 방향을 잡으며 속도를 높여 날았다. 멘츠 교수는 “한동안 곤충은 바람에 떠밀려 이동한다고 믿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는 곤충이 새와 견줄만한 순항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바람 조건이 좋지 않을 때도 잘 헤쳐나간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각시는 어떻게 이런 복잡한 비행을 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앞으로의 연구과제”라면서도 “풍향과 풍속이 바뀌는 밤 동안 직선 비행경로와 비행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볼 때 박각시가 뛰어난 야간 시력과 함께 몸속에 나침반처럼 자장을 감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날개를 펴면 13㎝에 이르러 유럽 최대인 해골박각시는 가슴에 얼핏 해골처럼 보이는 무늬가 나 있어 린네가 1758년 명명할 때 그리스신화의 죽음의 여신 ‘아트로포스’를 이름에 넣었다. 벌통을 습격해 꿀을 훔치고 놀라면 찍찍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독성이 있거나 사람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n166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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