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왜이래.. 줄잇는 '물적분할'에 주주들 분통
DB그룹 계열사인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사업부문 물적분할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2일 하루 동안 주가가 15.7% 급락했다.
이후로도 주가가 횡보하는 가운데, 개인 주주들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DB하이텍 물적분할을 악용하려 한다면서 사측에 대항하기 위해 지분을 모으고 있다. 주주명부 열람도 요청하는 등 사측과 개인 주주 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화학기업 후성이 지난해 해외법인 지주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후성글로벌을 상장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13.6% 급락했다. 후성글로벌이 후성의 해외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 자회사를 관리하는 알짜 회사인데, 이 회사를 상장하면 기존 후성 주주들은 ‘앙꼬 없는 찐빵’을 들고 있는 신세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앙꼬 없는 찐빵 됐다”…들고 일어나는 주주들
올해 초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논란이 됐던 물적분할 후 모자(母子)기업 동시 상장 문제가 여전히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자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을 단행한 뒤 이 회사를 상장하면서, 모기업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업무보고에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 주주와 소통하도록 공시와 상장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소액 주주들은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며 반발하는 중이다.
물적분할 자체는 법에서 허용하는 기업 구조조정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유독 지배주주의 지분을 희석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하는 방편으로 사용되고, 이 과정에서 기존 개인 주주들의 권리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적분할을 하면 분할되는 사업부에 대해 모회사 주주는 의결권을 상실하고, 분할 자회사를 상장하면 모자기업 간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자회사가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면 모회사 주식 가치는 희석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물적분할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배주주만의 의도대로 회사를 쪼개고 상장하는 게 문제”라면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공시 요건이 생긴 게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물적분할을 하면서 상장 계획을 밝힌 기업은 이제껏 한 곳도 못 봤다. 공시의 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사 주식 주주에 현물 배분해야”
일본 경제산업성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요국 증시에서 전체 상장사 중 물적분할 후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회사의 비율이 영국 0%, 미국 0.5%, 프랑스·독일 2%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8.5%에 달한다.
실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모회사 주주에게 얼마나 피해가 발생했는지 계산해본 연구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7년 이후 올 5월까지 모자(母子)회사 동시상장 사례 42건 중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자회사 공모 주식을 받지 못해 발생한 기회손실에 따른 손해액이 8조9300억원에 달했다. 가장 큰 손실이 있었던 경우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4조7000억원대 기회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 독일 다임러가 다임러트럭을 물적분할해 상장할 때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사례, 또 올 7월 영국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헬스케어 전문기업 헤일리온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면서 신주 54.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사례 등을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본시장 선진국들은 종속 자회사의 대규모 신주발행 방식 상장이 사실상 금지돼 있고, 상장하는 경우엔 반드시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분한다”면서 “한국 자본시장 디스카운트 요인인 모자회사 동시상장 악습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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