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청년 농부들의 끌올 프로젝트, 농촌의 멋!

이민아 2022. 8.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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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감물면의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뭐하농 하우스’. 자연주의 감성 물씬 풍기는 외관부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 덕분에 팜 카페 정도로 알고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이곳은 ‘농촌살이’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한 공유 플랫폼입니다.

이곳 한켠에는 자연의 순리대로 작물을 키우는 농장이 마련되어 있고 농부와 농업 중심의 주제로 큐레이션 된 책방과 지역 작가들의 굿즈를 판매하는 편집숍이 있으며 때로는 도시민을 위한 식문화 체험을 열기도 합니다.

이토록 다채로운 공간을 꾸린 건 괴산의 청년 농부 6인. 농사에 전념하기도 바쁠텐데, 그들이 이런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6명의 청년 농부를 대표해 이지현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ㅁ농업회사 법인 주식회사를 창립한 괴산의 청년 농부 6인

Q. 평범하게 농사만 짓는 농부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저희는 농부를 좀 더 멋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지역의 청년 농부 6명이 모여 농업회사 법인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농촌 문화 기획, 농업 관련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특히 저희가 괴산에서 시작된 그룹이니까 괴산의 농부들을 주인공 만드는 일을 만들고 싶어하죠.

그 첫 번째로 카페를 만들어서 농민들이 생산해내는 제철 채소를 활용한 ‘채소 디저트 카페’가 저희 모토예요. 그 밖에 농부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포럼이라든가 세미나나 클래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농부에 대해서 사람들이 그냥 먹거리를 기르는 사람으로만 농업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농부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를 통해서 농업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뭐하농 하우스에서 맛볼 수 있는 표고버섯 오픈 샌드위치와 시그니처 음료인 햅쌀 라떼

Q. 농업의 문화를 바꿔야겠다 마음 먹은 계기가 있나요?

제가 귀농했을 때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되게 아까워했어요. 그러니까 아까워한다는 건 제가 이전에 가졌던 직업이 농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있었고, 농촌에 내려와서 내가 농부가 되겠다고 아저씨들한테 막 배우러 다니는데 농부님들은 오히려 “농업에 희망이 없어”, “농사지으면 고생해”하고 저희를 자꾸 보내려고 그러셨어요. 농촌에서조차 이 농업이라는 게 힘들고 하기 싫은 일들인 거예요. 그래서 이상했죠.

나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자연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 농부밖에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런 멋있고 중요한 업(業)을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하찮게 여기는 걸까.

그래서 ‘내가 농부로서 끝까지 살아가려면 어떻게 이 농업이 변해야 될까’ 고민했을 때 제가 찾은 정답은 ‘결국에는 농업과 농부의 가치가 올라가야 된다’는 거였어요.

농촌 복합문화공간 뭐하농 하우스에서 진행된 포럼과 팜가든 모습

Q. 두 분은 어떻게 해서 농부가 되었나요?

결혼을 했는데 1년간 저녁을 남편이랑 한 번도 같이 못 먹었더라고요, 너무 바빠서. 매일 야근이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제가 쉬면 저쪽이 안 쉬고 저쪽이 쉬면 제가 안 쉬고.

‘이렇게 살고 싶어서 우리가 결혼을 했을까? 우리가 원하는 삶은 뭘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회사를 다녀서는 ‘우리가 회사만을 위한 삶을 살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때 버릇처럼 얘기하던 게 ‘5년만 참자, 10년만 참자’였거든요. 그런데 왜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이렇게 사는 걸까.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찾자 한 거죠.

현재 행복하려면 어떤 직업이 그게 가능할까 고민하다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함께 가족이랑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농부’ 가장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살아가는 직업을 택한 거예요.

Q. 30세 귀농, 결단이 빨랐습니다. 만족하시나요?

딱 적당했던 것 같아요. 도시에서의 사회 경험을 통해서 제가 진짜 원하는 삶이 뭔지도 알았었고, 도시에서 체득한 제 업력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요. 그러다 보니까 시골에 왔을 때 후계농들처럼 농사짓는 거에만 익숙한 게 아니라 농사도 배우지만 여기서 제가 원래 도시에서 하던 일을 접목시켜서 새롭게 저희만 할 수 있는 어떤 농업의 영역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부 사진 왼쪽부터 이지현, 한승욱 부부가 농사지은 표고버섯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에서 국책연구원으로 일하던 이지현 씨는 30세가 되던 해 남편과 함께 충북 괴산으로 귀농했다.

Q. 귀농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제가 청주에서 자랐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서울로 학교 가야지 성공한 거고 서울에서 회사 다녀야 된다’ 그래서 청주와 서울 말고는 아는 곳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양한 지역에서 굉장히 다양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시골에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봐서 상상을 할 수 없었는데. 나는 도시가 싫어서 마치 도망 온 것처럼 여기 피신 왔는데 막상 내가 내려와 보니 그게 아니라 저한테 너무나도 큰 기회의 땅이었던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고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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