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로 토사물·터널 통제·마을 고립..'남한산성' 덮친 폭우 3중고

유재규 기자 2022. 8. 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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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광주시 양측 도로통제..검복리마을 진입 자체 불가
팬션운영자, 이용객에 환불처리도..맛집 밀집 백숙마을은 '적막'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일대에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흘러들어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현재 경기광주시 검복리는 남한산성로 양방향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고립돼 있는 상태이다. 2022.8.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 광주=뉴스1) 유재규 기자 = # "터널진입 통제는 새벽부터 이뤄졌어요."(남한산성터널 차량통제 관계자) # "토사물은 밤샘작업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 됩니다."(굴착기 기사) # "마을 자체가 고립됐어요."(시민)

최대 400㎜ 가까운 물폭탄이 경기지역 곳곳에 내린 가운데 9일 경기 광주지역과 성남지역 각각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의 진입은 험난 그 자체였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닭죽촌민속마을 일대 위치한 삼거리에서 남한산성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일찌감치 차단돼 있었다.

취재진이 설정한 최종 목적지는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이다.

이곳 검복리 마을에는 지난 8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나무가 부러지고 마을에 있는 주택들이 토사물로 뒤덮여 거주민들의 발이 묶여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남한산성 진입차도 입구부터 검복리 마을까지 약 7㎞로 차량 이동 시, 15분 정도 소요된다.

구불구불한 도로는 토사물은 물론, 자갈과 돌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은 아슬아슬하게 나무에 걸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때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기 광주방면으로 이어지는 남한산성터널.

이곳에서 이날 이른 오전부터 차량을 통제하는 관계자를 만났다. 그 관계자는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새벽부터 성남과 광주를 오가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며 "새벽에는 아예 오도가도 못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의 팬션 운영자가 검복리 마을 일대 흘러나온 토사물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날 폭우로 전기와 통신 등이 마비됐다.ⓒ 뉴스1 유재규 기자

터널 안에는 도로 한쪽으로 쏟아진 토사물을 치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굴착기 기사도 있었다.

굴착기 기사는 아직 덤프트럭(5~25톤)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상황을 전달했다.

굴착기 기사는 "흙과 모래가 빗물을 먹어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에 덤프트럭에 싣는 평소 양보다 덜 적게 실어야 한다. 그래야 빗길에 브레이크를 밟아도 무게 때문에 밀리지 않는다"며 "전혀 갈피를 못 잡겠으나 (토사물 제거작업)밤샘작업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한산성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유명한 백숙거리가 있다. 여행객뿐만 아니라 등산객들도 등산을 마치고 난 후,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들로 즐비해 항상 방문객이 줄을 잇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사정은 달랐다.

백숙거리 일대를 다니는 한 주민은 "이곳은 평일에도 등산객들과 연인들이 많이 와 북적대고 또 비가 오더라도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하지만 (거리를 가리키며)보면 알겠지만 누가 오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소수의 일반음식점만 가게 내 불이 켜져 있을뿐,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전문점은 문을 닫았다.

이곳으로 다니는 차량 역시, 물 웅덩이와 큰 돌들을 피하기 위해 거북이 마냥 '엉금엉금' 그 자체였다.

최종 목적지인 검복리 마을에 다다를 때쯤, 누군가 취재진의 차량을 멈춰 세웠다.

자신이 검복리 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50대 남성은 "3년째 펜션을 운영하는데 이같은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마을 자체가 그냥 고립이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13~15일 황금연휴는 물론, 휴가철이라 특수를 맞이할 때인데 13~15일 팬션을 예약한 손님에게 사정을 전달한 후, 전부 환불 처리해 드렸다"며 "전기와 통신이 아예 끊겨버려 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밤에 비소식에 이날 새벽부터 일찍 와 점검했는데 말도 못한다.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하산하는 길이다"고 말하며 토사물을 헤치고 내려오느라 더러워진 바지를 연신 닦아냈다.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일대에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흘러들어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현재 경기광주시 검복리는 남한산성로 양방향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고립돼 있는 상태이다. 2022.8.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감복리 마을에 진입하기 위해 광주지역을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이날은 소용 없었다.

감복리 마을 밑에 있는 남한산성면사무소를 지나쳐야 하는데 해당 도로 구간은 이미 일찌감치 통제돼 있었다.

도로를 통제하는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비가 많이 와 토사물이 넘쳐 흘러 이날 오전부터 통제했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8일)부터 이날 오전9시까지 경기지역은 약 400㎜ 이상 비가 쏟아졌다.

대기 하층에 자리잡은 북태평양고기압 위로 대만에서 '구름먹이' 격인 수증기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고 상층에선 티베트고기압이 누르기 때문에 강한 비를 뿌릴 비구름이 계속 세력을 유지 중이다.

경기지역에는 11일까지 100㎜~300㎜(많은 곳 경기 남부 35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경기 성남지역에서 광주지역으로 넘어가는 남한산성터널을 한 관계자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유재규 기자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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