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재산인데 어쩌나"..집주인에 떼인 전세금 역대 최대

조성신 2022. 8. 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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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세사고액 872억원
금액 건수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대·최다
세금 내지 않아 세입자가 떼인 임차보증금도
2017년 이후 472억원 달해
서울 성북구 정릉동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 [김호영 기자]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사고액이 지난 7월 시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전세 보증금은 서민들의 전재산인 경우가 많은 만큼, 빠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금액(건수)은 지난달 872억원(421건)으로 집계됐다.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대·최다치다.

전세금반화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출시됐다. 공공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청구하는 제도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2016년 34억원, 2018년 79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34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12억원)와 하반기(3278억원) 금액을 모두 넘어서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집값 약세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전셋값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부 실거래 자료를 토대로 작년과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 38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21.1%인 815건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주택은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부쳐질 수 있고, 경매된 금액에서 대출금을 갚은 뒤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을 경우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없다. 전세 사기 대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전세 세입자 보호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직접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전세사기 관련 범죄를 강력히 단속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내년 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집주인 체납에 떼인 보증금 472억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세입자가 떼인 임차 보증금도 2017년 이후 472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 122억원을 넘어섰다. 캠코는 임대인의 세금(국세·지방세), 공과금 체납 시 압류된 주택 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해 체납 세액을 회수한다. 이때 세금은 보증금 등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 변제된다. 즉 주택을 처분한 금액으로도 임대인이 밀린 세금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미납 세금 공매에 따른 임차 보증금 미회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건수)은 122억1600만 원(101건)으로 집계됐다. 8~12월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600만원(143건)을 상회했다.

2017년 52억5000만원이던 피해 보증금은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피해 규모를 보면 세입자는 915명, 금액 기준으로는 472억2100만원에 달한다. 캠코 측은 "최근 특정 체납자의 다수 주택 보유로 인한 보유세 등 세금 체납으로 공매 의뢰가 증가했다"며 "올해는 수도권에서 신축 빌라, 오피스텔 등 깡통 전세로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세입자의 피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리 인상, 매수세 위축에 따른 주택 경기 둔화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깡통 전세 위험까지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의 위험이 크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전세금 미반환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더 안전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계약 전 집주인의 세금 체납액을 확인하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정부도 다음달 발표 예정인 전세사기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임대인 세금 체납에 따른 세입자 피해 방지 대책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완납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하거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현행 세입자는 국세청의 '미납국세열람제도'를 활용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인 동의 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하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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