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집중된 규제완화에.. "장특공·대출 풀어달라" 1주택자들 볼멘소리

조은임 기자 2022. 8. 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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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유예 이어 종부세 개편까지 "다주택자 혜택 중심"
기재부 "장특공 거주기간 요건 관련 논의 없어"
"금리상승기에 대출금리 규제 완화해야 부작용 적어"

지방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A씨는 1990년대부터 보유해왔던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를 처분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년 넘게 보유한 만큼 차익이 상당한 규모인데 2019년부터 거주요건이 추가돼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의 절반을 받지 못하게 돼서다. A씨는 “장기보유 1주택자의 경우 투기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혜택을 줄인건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전문직 B씨는 아파트를 매수하고자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주거 안정을 위해 집을 사고 싶은데, 실거래가 15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대출이 아예 막혀 있어서다. B씨는 “소득이 높은 편이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도 여유가 있지만, 15억원 이상은 아예 대출이 나오지 않아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1주택자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나온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이어 7·21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종합부동산세 개편 또한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에 혜택이 집중됐고, 이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1주택자들은 지난 정부에서 축소한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대출 제한이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우선적인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3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도로변에 시중은행 예금 금리 광고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뉴스1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 달 21일에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일반적인 1주택자들은 종부세에서 공제액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서는 체감하는 부담이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개편안은 종부세를 산출할 때 주택 수를 따지던 규정을 바꿔 가액 만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가 없어진 것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 기본 공제금액을 2023년부터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주고 올해는 한시적으로 14억원까지 특별공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첫 부동산 규제 완화안 또한 다주택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양도세 중과세를 내년 5월 9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그간 다주택자에겐 적용되지 않았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정부 초반 부동산 대책이 전반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둔 건 사실”이라면서 “1주택자에 대한 부담도 낮춰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뉴스1

2019년부터 양도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축소된 사안은 실제 장기간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이 큰 불만을 가지는 방안 중 하나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2019년 12·16대책에서 거주요건이 추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이전에는 1가구 1주택자라면 10년 이상 보유했을 경우 최대 80%까지 양도세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달라졌다. 2018년 9·13대책에서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혜택을 적용하기로 한데 이어 12·16대책에서 거주 기간을 요건으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연 8%의 공제율을 보유 4%, 거주 4%로 구분하면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가 발표되자 마자 거주지역 외에 주택을 가진 1주택자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이 일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당시 결정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체계는 유지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도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내부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현 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 방안 또한 1주택자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서는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생애최초주택구매자에 한해 대출 상한을 무력화 시켰지만 그외에 무주택자, 1주택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집을 넓혀 이사를 가거나 거주 지역을 변경하려는 1주택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미 주택담보인정비율(LTV)로 주택가격에 대한 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5억원 이상 대출금지 방안이 가격 안정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적인 분석을 내놨다. 규제 풍선효과로 15억원 미만 아파트에 거래가 쏠리고 시장의 상대 가격 분포에 왜곡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에 대출금리가 급등한 만큼 해당 규제가 없더라도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금처럼 금리가 올라 가격이 조정받고 있을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 해제를 해둬야 한다”면서 “금리가 높을 때는 대출을 풀어줘도 그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적정한 시기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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