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2022. 7.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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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은 풍요로워졌는데 만족하지 못한다

1960년대를 생각해 본다. 지금과 비교하면 훨씬 더 추웠다. 온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경제적 환경의 차이가 더 클 것이다. 초가집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아궁이 불이 꺼진 후 옹기종기 모여 잠을 이루지만 방안의 물이 얼 정도이다.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빈약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더 그립고 만족스럽다. 먹고 자고 입는 생활 여건이 개선되었는데 오늘날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고 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1980년 중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넓은 사무실에 과장 책상이 창가에 있고 양 쪽으로 책상들이 마주보고 배치되어 있다. 과장 책상 맨 앞이 대리, 그 다음이 3급 사원, 4급 사원, 5급 사원 순으로 앉게 된다. 3을 15호봉이라는 처음 듣는 직급을 받고 정확하게 중간에 앉게 되었다. 입사 첫 날 자기소개가 끝나자 마자 들은 소리는 “목소리가 크다”였다. 열린 공간에 앞을 보고 일하는데 가리는 것이 없다. PC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지 다 안다. 조용한 사무실에 전화벨 소리만 들릴 정도였다. 모두 7분 걸어 구내 식당까지 갔고, 커피 같은 것은 없었다. 사업계획이나 중기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전자계산기를 놓고 밤새도록 종횡 숫자 맞추며 많은 시간을 고생했다. 가끔 회식하는 날은 잘먹는 날이라고 좋아했고 6시 퇴근하면 선배와 동기들이 한잔하자고 한다.

사무환경은 놀랄 정도로 개선 되었다. 그 당시에 비하면 거의 호텔 수준이다. 강의나 자문으로 회사를 방문하면 원하는 음료수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되어 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있고, 무엇보다 화장실의 변화가 크다. 식당은 몇 가지 종류가 있어 선택이 가능하며, 밖에 나가 자유롭게 사먹을 수도 있다. 개인별 PC는 기본이며, 대부분 직원들은 모니터가 2개 또는 3개이다. 사무실 전화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 개인 방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고, 대부분 칸막이가 되어 있어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장이 된다. 직원들에게 직장생활 만족하냐 물어보면 무엇이라 대답할까?

# 직장인들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직장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기대하는 수준이 높고 까다로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만 수준이 높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도 클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960년대와 지금은 삶의 수준이 높아졌다. 직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이 아니면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전 국민이 아닌 직장인에 국한하여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몇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자신이 직장생활과 일에 대한 명확한 의의와 목표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의의와 목표가 불명확하다 보니,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왜 일하며 어느 수준으로 이끌 것인가가 불명확하니까 만족이 높을 수 없다.

둘째, 성장에 대한 욕구이다. 1970~1980년대 직장인들은 상사와 선배에의한 지도가 당연했다. 그들로부터 배웠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정과 관계가 맺어졌다. 다른 직장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 내 관계 속에서 성장을 추구했고 성장했다. 그 당시에 가르치는 수준과 방법의 정도차는 있었지만, 상사와 선배에 의한 지도는 기본이었다. 요즘 젊은 직원은 사무기기의 발전과 높은 수준의 개인 역량으로 회사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해보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상사와 선배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오히려 알려주는 상황이 되었다. 회사에서 단순 반복되는 업무, 관습에 젖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유지 업무를 수행하는 상사와 고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변화를 느끼며, 세상은 열려 있는데 좁은 방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한심한 일을 바라보며 만족할 젊은이는 많지 않다. 이곳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머물고 보다 더 만족할 것이다.

셋째, 자신의 위치에서의 권한이다. 많은 기업이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평생직장이기 때문에 주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며 주도적으로 일하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직장과 일을 찾아 이직을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을 기획하고, 추진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온갖 규정을 통해 절차를 지키며 금전과 관련해서는 부서장의 허가를 득해야만 한다. 팀장들도 불만이 많다. 15년 이상 근무하여 팀장이 되었지만, 의사결정에 관한 권한이 없다. 정해진 전결 권한도 상사에게 말하지 않고 행하면 질책을 받는다. 일은 많고 권한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불만, 팀장 입장에서는 상사와의 갈등이 심해진다.

넷째, 외부 요인과 비교갈등이다. IT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정보를 알게 된다. 몰랐을 때에는 갈등이 없지만, 알면서도 못하게 되면 불만은 증가한다. 나보다 떨어지거나 안 좋은 상황과는 비교하지 않는다. 항상 더 나은 조건과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불만은 증가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직장에 매여있는 시간으로 인해 할 수 없는 것도 불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섯째,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조언이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과 일이 잘하고 있는지? 자신이 한 일이 전체 성과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자신이 마치 기계의 부속품이 된 듯한 인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일을 잘했는데 그 결과가 전체의 조그만 요인으로 치부되어 버리면 일에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일을 하지만, 성과를 알지 못하면 개선이 일어날 수 없다. 조직장과 주변에서 그 일이 왜 중요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조언해야 한다.

이전 직장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조사한 적이 있다. 주니어보드를 통해 50개의 힘들게 하는 요인을 찾고, 그 중 20개를 중요성, 긴급성, 실현 가능성의 축으로 선정해 전 직원이 어느 정도 힘들어하는가 설문을 진행하였다. 부서와 개인 이기주의, 성과 역량 보다는 상사와의 관계가 중요, 내실보다는 형식, 하라고 하고 자신들은 하지 않는 상사의 이중성, 신뢰할 수 없는 관계, 소통의 부재 등 다양했다. 직원이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어느 회사나 있다. 중요한 것은 만족하지 않는 근본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하는 실행력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더욱 큰 병폐가 되어 조직과 구성원에게 짐이 될 것이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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