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에 전력 비상..'히터 못 트는 겨울' 오나

김현아 기자 2022. 7.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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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주 마리포사 인근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오크 산불’이 거세지는 가운데 24일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Global Window

유례없는 불볕더위가 전 세계를 휩쓸며 미처 폭염 대비를 하지 못한 국가들이 혼란에 빠졌다.

여름에도 서늘해 에어컨 보급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영국에서는 올여름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며‘에어컨 구매 대란’이 벌어졌고, 일본에서는 ‘열사병 보험’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냉방 시 상점문을 닫으라’는 지시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여름을 넘기고부터가 더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며 에너지 가격이 폭등, 전체적인 수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난방 등을 위한 전력 수요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25일(현지시간) 보도문을 내고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 터빈 하나를 추가로 가동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루 운송량이 현재 6700만㎥에서 3300만㎥까지 줄어들 예정으로, 이는 해당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미국 및 서방 압박용 카드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겨울 난방용 전력마저 소진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다.

러, 유럽 가스 공급 또 줄이고

英은 40도 넘는 최악 폭염 맞아

日선 고온에 열사병 보험 불티

美 철인3종 대회 다음달로 미뤄

◇더위 휩쓴 북반구, 폭염 대책 ‘비상’ = 지난 19일 오후 4시, 영국 중부 링컨셔주 코닝스비 온도가 40.3도까지 치솟았다. 영국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7월 평균 기온이 20∼25도인 만큼 평소 인근 국가들의 폭염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바라봤을 영국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철로가 휘고, 전선이 늘어지는 것은 예삿일.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응급 환자가 늘어나며 응급 신고 전화가 일주일 만에 10배 증가했다. 약 95%의 가정에 에어컨이 없는 영국의 상황상, 무방비하게 폭염에 노출되며 피해가 더 극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에 따라 영국에서 에어컨 구매가 급증하는 등 그야말로 ‘에어컨 대란’까지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때 이른 열사병 환자가 줄 잇자 ‘열사병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NHK 방송, 아사히(朝日)·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따르면 스미토모(住友) 생명의 한 자회사가 출시한 열사병 전용 보험은 지난달 29일부터 단 3일 만에 신청 건수 6000건을 돌파했다. 다른 보험사인 손해보험재팬도 열사병으로 사망할 경우 보상금을 지불하는 내용의 특약을 성인 상해보험에 추가했다. 총무성 소방청은 지난달 열사병으로 구급 이송된 인원이 1만5657명으로, 소방청이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 27일∼7월 3일 일주일 동안에만 1만4353명이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6월부터 도쿄(東京) 기온이 35∼36도를 넘나들고 있다.

최고 기온이 37.8도를 넘은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지난 24일 예정됐던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대회를 내달로 연기했다. 주최 측은 “역사적인 날씨 상황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보스턴시는 시내에 10여 곳의 ‘냉방 대피소’도 운영하고 있다. 뉴욕시는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24일 개최했지만, 사이클과 마라톤 거리를 보다 짧게 줄였다.

우크라 사태 등 전력 수급 악화

獨 ‘심야 신호등 끄기’ 검토

佛 ‘새벽 조명 광고 금지’등

주요국, 에너지 절감 정책 운영

◇문제는 전력난, ‘난방 없는 겨울’ 올 수도 = 문제는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면서 쓸 수 있는 전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며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겨울에 히터를 틀 전력조차 부족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대목이다. 각국 역시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매체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에 따르면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카이저슬라우테른시는 오는 12월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지 않거나 스케이트용 아이스링크를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에서는 늦은 밤에 신호등을 끄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포츠담에선 사우나 시설의 온도도 낮춰 운영하고 있다. 위르겐 크로그만 올덴부르크 시장은 “여름에 찬물 샤워를 하는 것이 겨울에 추운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상점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시 문을 개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예정이다. BBC에 따르면 아녜스 파니에-뤼나셰르 프랑스 에너지전환 담당 국무장관은 24일 주간 르주르날뒤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냉난방 시 상점들이 문을 열어두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공항과 기차역을 제외하고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조명 광고도 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주 법령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범칙금은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은 겨울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 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력 확보는 정부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6월 27일 도쿄 일대의 전력 예비율이 떨어진다며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주의보는 전력예비율이 5%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중국도 전력난 우려가 계속되자 석탄 화력발전 가동을 급히 늘리고 있다. 다만 석탄 발전이 기후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전 세계적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아·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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