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하반기도 분양 밀린다.. "주택 공급 기대 못 미칠 듯"
분상제 개편 효과 한계.. 금리 인상에 분양 수요↓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1055가구 규모로 들어설 ‘중화롯데캐슬SK뷰’는 당초 이달 예정이었던 분양 일정을 미뤘다. 오는 9월로 잠정 연기했지만, 시공사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복합적인 이유로 이마저도 더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단지들도 사정이 비슷해서 일부는 분양 일정이 해를 넘길 것 같다고도 했다.
하반기 건설사들의 분양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 미뤄졌던 물량이 하반기에 풀릴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분양시장 상황이 여전히 녹록 않아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물량은 하반기에 몰려있다. GS건설은 올해 연간 목표치 2만7490가구 중 1만5961가구(58%), 대우건설은 2만8900가구 중 2만369가구(70%), DL이앤씨는 2만385가구 중 1만5498가구(76%), SK에코플랜트는 2만2018가구 중 1만7601가구(80%)가 하반기에 예정된 물량이다.
이를 포함한 전국 주택분양 예정물량은 연간 41만1000가구였다. 이 중 상반기에 17만3000가구를 실제로 분양했고 하반기에 23만8000가구(58%)가 남아있다.
상반기에는 분양가상한제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사업성 저하, 금리 인상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를 우려해 하반기로 미뤄진 물량이 많았다. 시공사 입장에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분양실적을 올려야 하지만, 시장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목표는 이렇게 잡아놨지만 70% 정도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됐지만 분양가 상승 효과가 미미하고 원자잿값 부담은 여전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 착공 후 공사비가 오를 요인은 여전히 있는데 분양가가 인상된다는 보장이 없어 분양에 나서기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분양 수요가 줄고 미분양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시행사와 시공사 입장에선 섣불리 분양에 나서기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환경인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기준금리가 잇달아 오르는 동안 미분양 주택 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2만7375건으로 1월(2만1727건)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은 47건에서 688건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은 수분양자의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매매시장의 매수세도 위축시킨다”면서 “수분양자가 주택을 분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분양 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인데, 거래가 안 되면 이런 기대를 충족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엔 금리 인상에 따른 분양시장 둔화로 주택 공급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걸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분양실적에 따라 지난해(39만2000가구)보다도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목표치 기준으로도 재건축·재개발을 제외한 일반물량은 올해 29만9000가구로 지난해(33만4000가구)보다 적다.
공급 축소는 하반기가 시작된 이달부터 이미 관측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총 4만1768가구다. 이날까지 실제 분양이 이뤄진 물량은 절반 정도인 2만1702가구에 그친다. 남은 한 주는 통상 휴가철이 시작돼 분양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달 목표치 도달은 힘들 걸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70.4를 기록해 전월(6월)보다 0.5포인트(p) 떨어졌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100보다 작으면 분양 전망이 부정적이란 의미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들이 아파트 분양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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