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한복생활

박완규 2022. 7. 2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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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의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는 것에서 예(禮)가 시작된다고 여겼다.

딱히 예복이랄 게 없던 시절에 한복 외엔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제 제89호 침선장 기능 보유자 구혜자는 "한복은 옷 입은 사람이 움직여야 비로소 감춰져 있던 아름다운 선이 드러나게 된다"며 "한복의 멋은 부드러운 선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복생활의 가치를 공유하고 전승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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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의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는 것에서 예(禮)가 시작된다고 여겼다. 주부들이 손수 바느질을 해서 옷을 지었고, 세탁할 때는 옷을 일일이 뜯어 풀 먹이고 다듬이질하고 다시 깁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바늘 한 땀 한 땀에 정성을 담았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젊은 나이의 어머니는 격식을 따지는 행사에 참석할 때는 늘 한복을 입었다. 딱히 예복이랄 게 없던 시절에 한복 외엔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한복은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옷이다. 동정 정도는 누구나 직접 만들어 달았다. 공들인 한복을 입으면 우아한 자태가 드러났다.

한복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한국 바지의 허리춤은 누가 입어도 되도록 융통성을 부여한 데 그 특징이 있다”며 “넉넉한 한국의 괴춤은 끝없이 인간을 감싸주는 융통성 있는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우리문화 박물지’)이라고 했다. 국가무형문화제 제89호 침선장 기능 보유자 구혜자는 “한복은 옷 입은 사람이 움직여야 비로소 감춰져 있던 아름다운 선이 드러나게 된다”며 “한복의 멋은 부드러운 선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복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기본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그후 고유한 복식 문화로 발전하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전형이 확립됐다. 한복이란 말은 19세기 말 개항 이후 서양에서 들여온 양복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운동가 박은식이 1915년에 펴낸 ‘한국통사’에는 “안중근 의사가 죽기 전 어머니가 손수 지어 주신 한복으로 갈아입었다”는 구절이 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상징하는 전통 생활 관습이자 전통 지식인 ‘한복생활’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복생활은 바지·저고리 또는 치마·저고리로 이루어진 2부식 구조와 옷고름을 갖춘 한복을 지어, 착용 순서에 따라 입고, 예절이나 격식이 필요한 의례·놀이 등에 맞춰 향유하는 문화를 뜻한다. 한복의 역사성·전통성과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앞으로 일상에서 한복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한복생활의 가치를 공유하고 전승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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