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독일와인 '슈패트레제'

2022. 7. 20. 0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맥주 한 잔이 더위를 잊게 해준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이지만, 세계적인 최고급 리슬링 화이트 스위트 와인 중에 귀부와인과 아이스바인으로도 유명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많이 봉헌된 미사주는 독일의 리슬링 화이트 와인이다. 아쉽게도 지구온난화로 아이스바인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겨울철 영하 7도 이하에서 수확해 양조한 아이스바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독일의 리슬링 와인은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드라이한 카비네트(Kabinet) 와인부터 스위트한 와인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슈패트레제(Spatlese)-아우스레제(Auslese)-베렌아우스레제(Berenauslese)-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renauslese)-아이스바인(Eiswein)까지 다양하다.

리슬링 스위트 와인은 독일 수도사들의 우연한 사건이 발단이 되어 탄생했다. 슐로스 요하네스베르크 와이너리는 슈패트레제 와인을 만든 역사적인 곳이다. 이 와이너리는 산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전설의 라인강, 부채꼴 모양의 포도밭,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이 가득한 유명한 가톨릭교회의 성지이다. 817년 한 문서에서 요하네스베르크 포도원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발견되면서 가장 오래된 포도원으로 인정받았다.

독일의 수도원은 8세기 초엽에 주로 영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되었고, 베네딕트 규칙을 신도들에게 확산시키는 데 노력했으며, 신에게 바치는 헌주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상징을 위한 성혈의 와인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 역사적인 기록에 의하면 요하네스베르크의 베네딕트 수도사들은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서 매년 수도원장의 허락을 받고 기도를 드린 후에 포도를 수확했다. 1716년 요하네스베르크 수도원은 풀다 베네딕트 수도원에 귀속됐다.

1775년 150㎞ 떨어진 풀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수도원장에게 포도 수확을 허락받기 위해 사람을 보냈지만 무슨 일인지 2주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해는 유난히 포도가 빨리 익어 일부는 포도나무에서 매달려 썩어가고 있었지만, 수도원장은 회의 참석차 다른 지역에 출타하여 돌아오지 않았다. 수도사들은 포도를 수확하여 최고의 와인을 성전에 바쳐야 했기에 애간장을 태웠다. 수도사들은 매일 포도가 익지 않고, 수도원장이 빨리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결국 수도원장이 체류하고 있는 지역으로 카를(Karl) 전령을 보내 포도 수확 허가서를 받고 돌아왔지만, 포도는 너무 익어 양조하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도사들이 회의한 결과,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여 늦게 수확한 포도로 양조했고 그다음 해 놀라운 기적을 만들었다. 위대한 전설의 와인, 슈패트레제가 탄생됐다.

최근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슐로스 요하네스베르크의 슈패트레제 와인에 100점 만점을 주어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는 "여운에서 초자연적인 신선함이 느껴지며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이라고 극찬했다. 코로나19처럼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와인을 양조한 수도사들의 신앙심과 열정이 지금 빛나는 것은 인(人)택트라고 생각해본다.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