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어라, 아직 살아있네?"..물총새의 죽음의 패대기질

정지섭 기자 2022. 7.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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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처럼 내리꽂아 사냥한 뒤 수십차례 두들겨
뼈 조직을 부숴서 육질을 연하게 해
파랑새 무리지만, 먹성과 사냥법은 맹금류에 빼닮아

날씨가 덥고 끈적합니다. 오늘은 우선 무더위를 식혀줄만큼 섬뜩함을 자아내는 유튜브 동영상(Bajstor.com)부터 함께 감상하실까요? 물총새의 식사장면입니다.

물총새가 입에 문 도마뱀의 뼈를 으스러뜨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에 수 차례 패대기치는 모습. /Bajstor.com 유튜브 캡처

이 가련한 도마뱀은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재빠르게 나뭇가지와 돌더미를 쪼르르르 내달리고 있었겠죠. 하늘 위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낙하해 내리꽂은 물총새 부리에 걸리는 순간, 이 도마뱀은 살아도 산 게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전리품을 물고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앉은 물총새는 여전히 버둥거리며 최후의 저항을 하는 도마뱀을 사정없이 메다꽂습니다. 탕, 탕, 탕, 탕… 도마뱀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들때마다 각도와 방향을 틀면서 거침없이 패대기칩니다. 가차없는 난타에 도마뱀의 발버둥은 조금씩 잦아듭니다. 그 작은 눈에서 절망과 공포, 그리고 체념의 감정까지 선연하게 느껴집니다.

물총새 한 마리가 방금 잡아온 도마뱀을 물고 있다. 이 도마뱀은 삼켜지기 전까지 수십 차례 나무에 패대기쳐질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공원 관리청 Lin Yangchen

이제 탈출은 포기한 것일까요? 도마뱀은 온 힘을 다해 물총새에게 이렇게 무언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빨리 날 삼키는 자비를 베풀어다오” 그 처절한 부탁이 물총새의 뇌리에 꽂힌 것일가요? 수십차례 내동댕처져 기진맥진한 도마뱀을 기어이 꾸역꾸역 삼킵니다. 그렇게 물총새의 위장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도마뱀은 마지막 몸부림을 칩니다. 삶은 이렇게 치열한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생이 마감되는 순간은 처연하고 잔혹합니다.

물총새는 종류에 따라서는 가재 등 갑각류를 먹기도 한다. 이 가재 역시 삼켜지기 전 그악스런 패대기질로 단단한 몸이 곤죽이 될 처지다. /National Wildlife Fund. Greg Berquis

맹금류는 좁은 의미로 수리·매류와 부엉이·올빼미류를 일컫습니다. 하지만, 직접 사냥을 해먹는 사나운 육식 새라는 사전 그대로의 의미를 적용한다면, 수리·매나 부엉이·올빼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맹금이라고 치켜세울만한 새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사나운 성질머리나 먹성, 사냥솜씨 어느 하나 부족한게 없는 하천의 괴수 ‘왜가리’가 있고요. 이 족속도 충분히 ‘범맹금 패밀리’에 넣을만합니다. 바로 물총새죠. 무지개를 이루는 빨주노초파남보를 아우르는 휘황찬란한 몸빛깔, 짜리몽땅한 몸통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쭉쭉빵빵한 부리, 부리부리하고 영롱한 눈매로 대표되는 새입니다.

물총새는 전세계에 90여종이 알려져있다. 총천연색을 방불케하는 화려한 몸색깔이 특징이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홈페이지

전세계적으로 90여종이 있고, 캐나다와 시베리아, 북유럽 등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일부 한대 지역을 제외하고 전세계에 고루 분포돼있어요. 사실 물총새가 속한 파랑새목의 새들은 대부분 곤충과 파충류·양서류 등을 즐겨먹는 육식조류입니다. 그럼에도 이중에서 하필 물총새에게 ‘맹금’ 타이틀을 씌우려는 까닭은 이들의 사냥술과 포식방법이 수리·매나 부엉이·올빼미에 전혀 꿀리지 않기 때문이죠. 물총새 중에 가장 덩치가 큰 호주의 웃는 쿠카부라가 몸길이 46㎝ 정도니 덩치가 크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물총새의 사냥술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떠나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물총새 부리 끝에 걸린 작은 물고기가 탈출하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다 물고기는 물총새가 가장 즐겨 먹는 먹잇감이다. /미주리주 환경보호국 홈페이지

가장 일반적인 사냥법은 물고기 잡기 입니다. 나뭇가지나 횃대위에서 꼼짝없이 뚫어지게 물속을 봅니다. 물총새의 눈은 90m앞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정거리에 먹잇감이 걸려든 순간, 바로 물속으로 빛의 속도로 뛰어듭니다. 공중에서 가속까지 붙어 부리 끝을 앞세우고 낙하하는 사냥꾼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부리 끝에 물린채 물밖으로 끌어올려진 물고기는 초반에는 기세좋게 발버둥치며 부리 끝을 탈출할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때 시작됩니다. 물총새 특유의 ‘죽음의 패대기’! 보는 이로 하여금 두눈을 지그시감게 만들정도로 가차없이 조금의 틈을 주지 않고 먹잇감을 사정없이 패대기칩니다. 이 타격은 포식자의 무의미한 가혹한 패악질이 아닙니다. 잡은 물고기를 나뭇가지에 두들기는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한 유튜브 동영상(Birds and Nature)을 보실까요?

횟수를 거듭할수록 하늘빛으로 윤이 나던 물고기의 은빛 비늘이 떨어져나가고 맨살이 드러납니다. 마치 생선 요리 전에 칼로 비늘을 긁어내는 것이 연상돼요. 열번, 스무번, 서른번…. 가차없는 난타에 버둥거리던 물고기의 몸짓은 사그러듭니다. 눈꺼풀이 없는 물고기이건만, 그 동그란 눈알에서 절망과 공포가 선연히 느껴질 지경입니다. 도마뱀, 물고기, 개구리… 그 어떤 것이든, 물총새의 입에 잡히는 순간, 먹히기 전에 온몸의 뼈와 구조물이 산산조각 나는 극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척추동물이라는 점입니다. 덩치는 작아도 온몸이 탄탄한 골격을 갖고 있죠. 패대기질은 이들 먹잇감의 뼈를 잘근잘근 부숴 한결 먹기 편하고 부드러운 육질로 만들어줍니다.

물총새가 물고기를 꼬리끝부터 물고 있다. 곧 방향을 바꿔 머리부터 목구멍에 넘어가도록 할 것이다. /대만 국립공원 홈페이지

먹히는 동물들 입장에서는 의식이 있는 채로 패대기쳐져 뼈와 근육이 산산조각나고 피부조각이 떨어져나가니 고통도 이런 고통이 없을 것입니다. 어느정도 먹을 준비가 됐다 싶을 때 물고기나 도마뱀, 또는 개구리를 공중으로 휙 던지거나, 혹은 가볍게 입속에서 빙글빙글 돌립니다. 먹는 포지션은 무조건 헤드퍼스트입니다. 눈코입이 달린 대가리부터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이죠. 이렇게 해야 나중에 꼬리보다 두꺼운 대가리가 목구멍에 걸려서 식도가 상하거나 막히는 걸 막아주죠. 이렇게 전세계의 물총새 종류는 울창한 숲부터 건조한 초원지대까지 사는 곳과 덩치에 맞게 사냥합니다. 그래서 물고기 뿐 아니라 개구리와 도마뱀·뱀, 곤충과 갑각류, 심지어 작은 젖먹이짐승까지 사냥해요. 다음 유튜브 동영상(VOICEOFCAMERA)에서도 물총새가 방금 잡아 펄떡이는 도마뱀을 사정없이 내리꽂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없는 패대기질로 뼈와 내장 비늘이 모두 산산조각났을 도마뱀이 초죽음 상태에서 물총새의 목구멍속으로 사라집니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파르르 움직이는 꼬리의 움직임에서 생의 처절한 의지를 엿봅니다. 그 비장한 삶의 몸부림을 보여준 근육 한올까지 물총새는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흡수하고 나머지는 새똥으로 찍 배출할 것입니다. 물총새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단독생활을 합니다. 자기 세력권이 강한 편이죠. 이 새는 특히 다채로운 울음소리로 유명합니다. 교르르르, 꺽꺽, 츱츱, 꽤액. 삐요요요. 휘리릭…. 어떻게 저런 소리를 다 낼까 싶을 정도로 사람 귀를 매혹시키는 다양한 울음소리를 구사하죠.

총천여색 깃털을 뽐내는 물총새가 횃대에 앉아서 먹잇감을 응시하고 있다. /영국 크랜브룩 타운 의회

사람의 귀에는 그저 야생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공감각적 요소이겠지만, 뱀과 개구리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의 전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이들 족속의 매혹적인 언어 구사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호주 토종 물총새인 웃는 쿠카부라입니다. 너무 다채롭고 영롱해서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쿠카부라의 키득거리는 울음소리(유튜브 AZFamily 3TV and CBS 5 News)를 들으면서 이번주는 마무리하겠습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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