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 36번 국도 인근 산양 고립시켰다..'로드킬' 경보

남종영 2022. 7. 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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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덮친 산불은 주변을 초토화했다.

녹색연합은 "울진·삼척 지역 산양들이 신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산양의 서식지 4535㏊를 태웠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은 1950년대까지 전국 산간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2019년 기준으로 설악산, 울진∙삼척 등에 약 1300마리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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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울진∙삼척 산불' 산양 서식지 조사
기존 삶터 없어지면서 위험 무릅쓰며 이동
"36번 국도 사이에 고립..찻길사고 위험 커"
산양 두 마리가 36번 국도 도롯가 유도 펜스를 넘어 도로로 이동 중이다. 녹색연합 제공

지난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덮친 산불은 주변을 초토화했다. 주민 4600명이 대피했고, 울진종합버스터미널은 문을 닫고,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화마는 사람 앞에서 멎었지만, 그 피해가 동물에게는 지속된다. 산불로 피폐화된 숲을 헤매며 산양은 지금도 위험에 휩싸여 있다.

18일 녹색연합이 3월12일부터 넉 달간 산양서식지 산불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울진·삼척 지역 산양들이 신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산양의 서식지 4535㏊를 태웠다. 산양들은 서식지 서쪽과 남쪽으로 이동했다. 경북 봉화와 삼척 남쪽 지역 그리고 불영계곡 방향이다. 녹색연합은 “이 가운데 안일왕산과 악구산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산양들이 36번 국도에 가로막혀 고립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산양이 자주 발견됐던 울진 두천리와 소광리 일대에서는 조사 기간 산양이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산불로 먹이 식물이 불에 타고 계속된 가뭄으로 물까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산양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덕풍계곡과 삿갓봉, 36번 국도 인근에서는 분변 자리 등의 서식 흔적이 높은 밀도로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산양은 소리에 민감해서 도로에서 1㎞ 이상 떨어져 살지만, 최근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 가까이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건설된 30번 국도 도롯가에서 발견된 산양 똥자리. 녹색연합 제공
3월9일 36번 국도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차에 치어 죽어있다. 산불로 인해 새 서식지를 찾아 떠난 산양도 찻길사고(로드킬)의 위험성이 커졌다. 녹색연합 제공

무인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살펴보면, 산양은 차량 운행이 적은 밤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도로변에 나타났다. 산불 직후 먹이가 부족해진 3∼4월 출현 빈도가 가장 높았다. 3월17일부터 4월17일까지 이틀에 한 번꼴로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산양들은 도로 인근에서 먹이를 먹거나 분변 활동을 하며 서성이다가 오랜 시간 도로를 지켜봤다. 몇몇 산양들은 유도 펜스가 끊긴 지점을 통해 도로 가까이 접근하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옛 36번 국도와 새로 건설된 36번 국도 사이에 산양 개체군이 고립됐다고 분석했다. 서식지 단절 문제를 상쇄하기 위해 옛 36번 국도의 복원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아무런 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덧붙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은 1950년대까지 전국 산간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2019년 기준으로 설악산, 울진∙삼척 등에 약 1300마리 남아 있다. 녹색연합은 “최근 발생한 산불로 산양 서식지는 더욱 줄고 파편화됐다. 정밀한 이동 경로 조사와 서식지 복원을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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