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껌 뱉은 쓰레기 버렸지?..낡은 빌라 소화전·우편함 맴도는 마약상

유동주 기자 2022. 7.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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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세관 직원이 대마 카트리지, 초콜릿 등 대마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후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된 대마 밀반입이 급증했다.(인천일보제공) 2019.3.14/뉴스1


마약 판매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마약류 은닉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마약상들이 특히 애용하는 곳은 '소화전'이다. 주택가에 흔히 보이면서도 평소에는 주민들이 쉽게 열어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약 사건을 자주 다룬 법률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최종 소비 단계에서 이뤄지는 마약류 거래는 1~2g 수준의 작은 양에 불과하다. 포장을 포함해도 일반적인 사탕보다도 크기가 작다. 주민들이 오가고 일상 생활이 이뤄지는 주택가 빌라라고 해도 소화전 속에 넣어두면 씹던 껌을 버린 쓰레기로 보일 정도로 작아서 눈길을 끌지 않아 분실 위험도 적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합성 대마 그리고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판매하다 구속기소된 40대 A씨는 소형 빌라의 '소화전'을 마약류 은닉 장소로 주로 이용했다.

텔레그램을 이용해 '비대면'거래상담 후 대포 통장 계좌로 입금을 받으면 A씨는 서울 시내 주거지역에 있는 연립 주택형 빌라의 소화전 혹은 배전함에 물건을 넣어 '비대면'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던지기' 수법에 '빌라 소화전' 주로 쓰여

던지기 수법에 의한 비대면 마약 거래에선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 출입이 어려운 아파트보다는 건물 입구에 잠금장치도 없는 낡은 빌라의 소화전이 주로 이용된다.

직접 마약을 만들어 판 혐의로 수년전 붙잡혀 처벌됐던 40대 제약회사 영업사원도 집근처 소화전을 주로 이용했다. 자신의 주거지인 경기지역 빌라에 제조시설을 차려 직접 2000회 사용량인 필로폰 60g을 제조해 근처 빌라 소화전을 이용한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된 후 필로폰 제조와 던지기 수법 그리고 대포폰과 대포통장 마련 방식에 대해선 다크웹 검색을 통해 알게됐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소화전을 이용하는 건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경남 창원에서 붙잡혀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 B씨는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한 마약상에게서 액상대마를 구입하면서 서울 강남구 한 빌라 소화전에서 테이프로 붙여놓은 대마와 액상대마를 찾아야했다.

(광주=뉴스1) 광주 북구 한 아파트 소화전. 2022.6.28/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사위와 함께 기소됐던 20대 남성 C씨도 대마 매수를 하면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라의 현관 출입문 안쪽에 있는 소화전을 이용했다. C씨는 박 전 국정원장 사위가 미국에서 귀국길에 백팩에 넣어 온 엑스터시와 대마를 함께 투약했던 30대 여성 D씨의 전 남자친구다. C씨는 여자친구였던 D씨와 함께 여러 차례 마약류를 구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30대 여성 D씨는 2019년 8월26일 새벽, 필로폰 투약 후 대마까지 흡연하고 수면유도제인 스틸녹스(졸피뎀 성분)까지 과다 투약한 상태에서 자신의 지프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미 필로폰 매수 및 투약 전과로 2017년 징역형이 집행유예된 상황에서 다시 적발된 D씨는 자신과 함께 마약류를 구매하거나 투약한 이들을 모두 경찰에 자백했다.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위해서다. 이때 전 남자친구 C씨와 강남 유흥가 술자리에서 만났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위, 그리고 지인인 또 다른 30대 여성 E씨 등이 D씨의 자백에 의해 같이 입건돼 기소됐다.

도로 위 '라바콘' 속에는 마약 대금용 현금다발…'빌라 우편함'은 '마약류 사서함'처럼 쓰여
2016.11.2/뉴스1

빌라 '우편함'도 소화전 만큼이나 자주 이용된다. 30대 여성 D씨 지인으로 함께 기소됐던 30대 여성 E씨는 서울 강남구 빌라 밀집 지역의 우편함을 이용하는 판매상에게 엑스터시를 여러 번 구매했다.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이자 국내에 대량으로 마약류를 공급했던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전세계' 박왕열의 국내 판매책들도 빌라 '우편함'을 자주 이용했다.

박왕열 지시에 따라 텔레그램을 통해 전국에 마약류를 공급했던 중간 판매책들은 우편함과 소화전을 고루 사용했다. 이들이 빌라 우편함과 소화전을 주로 쓰면서 이 수법이 전국에 퍼진 셈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C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마약상은 소화전 외에 빌라 가스배관도 이용했다. 빌라 외벽 가스배관 안쪽에 붙여 숨겨놓는 식이다.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거래에는 도로에 흔히 보이는 '라바콘'이 쓰이기도 했다.

C씨는 신원불상의 마약류 판매상으로부터 합성대마를 구입하면서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근처 골목길에 세워져 있는 라바콘 밑에 현금 50만원을 뒀다. 그 후 판매상 지시에 따라 근처 빌라 외벽에 설치돼 있는 금속 선반 위에 있던 합성대마 0.27g을 가져갔다.

PC방 화장실 '천장'·'양변기 물통'도 마약류 은닉 장소로 자주 이용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주택의 모습. 2022.6.5/뉴스1

PC방 화장실이 은닉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C씨는 500만원을 판매상에게 입금한 뒤, 지시에 따라 서초구 남부터미널 근처 PC방 화장실 천장에서 엑스터시 30정과 케타민이 들어 있는 지퍼백 4개를 수거해갔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들여온 다량의 케타민과 필로폰 등을 판매하다 적발된 일당도 공중화장실 변기 밑과 물통 속을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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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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