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참봉, 면 서기, 9급 공무원..그리고 권성동

정남구 2022. 7.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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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의 쿠데타를 도와 성공시키고 세조∼성종 대에 최고권력을 누린 한명회가 수양대군을 만나기 전, 38살에 음서로 처음 맡은 관직이 태조 이성계의 옛 사저인 개성 경덕궁을 지키는 궁지기였다.

한때는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옛 5급(을류), 9급 시험을 거쳐 공무원이 되는 일이 많았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면서 2010년대 들어 9급 공무원 시험은 고시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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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유레카] 정남구 논설위원

수양대군의 쿠데타를 도와 성공시키고 세조∼성종 대에 최고권력을 누린 한명회가 수양대군을 만나기 전, 38살에 음서로 처음 맡은 관직이 태조 이성계의 옛 사저인 개성 경덕궁을 지키는 궁지기였다. 궁지기나 능지기는 ‘종 9품 참봉’이다. 참봉직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능참봉’이 미관말직의 대명사였다. 그렇긴 해도 양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벼슬자리였다.

조선의 관직은 1품에서 9품까지 있었다. 각 품을 정과 종으로 나누고, 또 종6품 이상은 상·하 2계로 나누니 모두 18품 30계다. 과거에 합격하면 정9품부터 임용했다. 정3품 상계(통정대부) 이상은 임금이 있는 ‘대청마루 위에 올라가’ 국사를 논할 수 있다 해서, ‘당상관’이라 했다. 정2품 이상을 대감, 종2품과 정3품은 영감이라 했다. 당상관은 금이나 옥으로 만든 관자를 망건에 달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총독과 그의 행정 최고 보좌관인 정무총감 아래 모든 고등관을 9등급으로 나눴다. ‘면 서기’가 하급 공무원을 통칭하는 말로 많이 쓰였는데, 일본인에게 출세길이 막힌 한국인이 많이 진출했다.

공무원 계급이 9개인 것은 일제 때도 해방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해방 뒤 일반 공무원 직급을 1급과 2~5급 갑·을로 나눴다가 1981년에 1~9급 체계로 고쳤다. 기능직 10급은 1978년 만들어졌다가 2011년 폐지됐다. 2006년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했는데, 조선시대의 당상관처럼 3급 이상으로 구성하고 있다.

한때는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옛 5급(을류), 9급 시험을 거쳐 공무원이 되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시작해 고위직에 임명되면 화제가 되곤 했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면서 2010년대 들어 9급 공무원 시험은 고시처럼 변했다. 비록 초임은 적지만 신분이 보장되고, 지방직의 경우 약 25년이면 5급까지 승진할 수 있다. 최근 경쟁률이 조금씩 떨어지고는 있으나, 2022년 국가직 9급 경쟁률이 29.2대 1로 여전히 높다. 메가공무원 합격전략연구소 분석을 보면, 2021년 합격생의 절반 가량은 1년 반 넘게 시험준비를 한 이들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장제원 의원한테 압력을 넣어, 윤석열 대통령 지인인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의 아들을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으로 채용한 일이 드러났다. 성악가로 일했고,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10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채용이 공정한 처사냐는 문제 제기에 권 원내대표는 ‘뭐가 문제냐’며, ‘7급도 아닌 9급이라 월급도 얼마 안되고’ 오히려 ‘내가 미안하더라’라고 말했다. 딴세상 사람처럼 얘기하는 게 참 놀랍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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