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 '플하'만한 게 없는 걸

한겨레 2022. 7. 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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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인기 급등
친환경적이고, 제조사에도 이득
가정용 충전설비로 활용 극대화
충전 중인 베엠베(BMW) 520e. 베엠베 제공

자동차 전문 기자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는 건 꽤나 고달픈 일이다. 가깝게는 가족과 친척, 멀게는 주위 친구들의 직장 동료, 심지어 친구의 장인 어른까지 자동차를 살 때 여지없이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 연락은 언제나 귀찮고 수고스럽다. 세상 물정 모르던 기자 초년 시절이야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봤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은 다른 차를 샀다거나 구매가 나중으로 미뤄졌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한달에 두세번꼴로 추천을 종용하거나 잘 아는 영업사원의 연락처를 전달해달라는 연락이 오곤 한다.

이젠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아봤자 그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굳이 외면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동차 브랜드들의 판매 전략도 엿볼 수 있다. 그들이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왜 그 차를 결정했는지 입력값을 찾으면 구매 트렌드를, 전시장에 방문해 영업사원들의 추천 차종이나 자동차 할인율을 보면 브랜드의 판매 전략이 눈에 보인다. 직접 길거리에서, 혹은 전시장을 방문해 얻어야 하는 정보를 그들이 물어다 준 셈이다.

1. 볼보 XC90 리차지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보 제공

전기차와 내연차 사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들었던 키워드는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영업사원들 또한 많은 추천을 한다고 한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지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과도기적 기술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기술적으로도 가장 복잡하다. 내연기관차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넣고 충전 단자까지 달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부상하는 걸까?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바람으로 엔진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돼버렸고 디젤 엔진은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지난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0만대로 2020년 4만6천대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약 23만대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전기차 충전기 개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배터리 기술이라도 눈에 띄게 발전해 주행가능거리라도 확실히 늘려주면 좋으련만 4~5년 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항간에는 대부분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전고체 배터리가 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들어간 양산차를 만나는 건 아무리 낙관해도 족히 5년은 걸릴 듯하다.

사실 요모조모 따져보면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한 게 없긴 하다. 전기차와 관련된 문제는 배터리가 핵심이다. 무게, 부피, 성능, 가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를 외주업체에서 공급받는다. 배터리가 커지면 자동차 제조사들의 이익이 줄어든다. 또 한가지는 친환경차 의무판매 규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설계한 ‘제로 배기가스 자동차(ZEV) 크레디트’를 토대로 한다. 제로 배기가스 자동차 크레디트는 전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친환경차로 채워야 하는 규제로 연간 2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기업에 적용된다. 크레디트는 해당 친환경차의 에너지 효율(주행가능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 크레디트가 높진 않지만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의무판매 규제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3. 베엠베(BMW) 745e 차량의 충전구. 베엠베 제공

이러한 이유로 현재 거의 모든 브랜드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라인업에 넣고 있다. 몇몇 눈에 띄는 브랜드들을 보자면 그중 첫번째는 볼보다. 볼보는 일찍이 자신의 라인업에 발 빠르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다. 지금은 라인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구성해 100% 친환경 전동화 브랜드로 전환했다. 2040년 기후중립 달성을 위한 볼보 본사의 탄소 배출량 저감 액션 플랜에 따른 행보다. 최근에는 배터리 용량을 11.6㎾h에서 18.8㎾h로 늘려 전기 모드 주행가능거리를 기존보다 80%나 늘린 XC90, S90, XC60을 선보였다. 세 모델은 전기만을 사용해 53~57㎞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시민 평균 출퇴근 거리가 29㎞임을 고려하면 완충 시 기름 한방울 쓰지 않고 이틀 동안 출퇴근이 가능한 수준이다.

4.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다음은 베엠베(BMW)다. 베엠베는 지난해에만 9095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가장 많이 판매한 브랜드에 올랐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7571대를 판매하며 그 뒤를 이었다. 베엠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에 386대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2020년 3315대로 늘어난 뒤 2021년엔 9095대로 급증했다. 베엠베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는 모델은 중형 세단인 530e다. 지난해 4466대가 판매되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다. 지난해 국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체 판매량은 1만9701대였는데 530e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3%에 육박한다. 베엠베는 지난 3월 320e를 출시해 2022년에도 이러한 기세를 몰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매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하려면 가정용 충전설비를 설치하는 게 좋다. 회사에도 있으면 더 좋고. 설치할 때 번거롭고 비용 부담이 있겠지만 한번 겪고 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다음 차로 전기차를 사면 충전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충전설비를 공유할 수 있다니. 이런 게 바로 과도기적 기술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김선관(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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