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이랑 '아아' 말고 .. '덥습덥습' 한국에서 여름을 극복하는 법

2022. 7.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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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맛있는 한의학] 20화. 습기의 은밀한 습격

[김형찬 다연한의원 원장/고은정 약선음식 전문가(windfarmer@hanmail.net)]
"습기가 차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바람과 추위와 더위는 사납게 사람을 해치기 때문에 바로 알지만, 슬금슬금 차오르는 습기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들어오는 습기는 장마철의 울열, 자연의 증기, 비를 맞고 돌아다니는 것, 땀에 젖은 옷과 같은 것으로, 이로 인해 허리와 다리가 붓고 아픈 증상이 많이 생긴다. 속에서 생기는 습은 날것과 찬 것, 술과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어 소화기의 기능이 정체되어 습열이 생기는 것으로, 주로 위장에 탈이 많이 난다. 서북지방의 사람들은 속에서 생긴 습이 많고, 동남지방의 사람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습이 많다.

濕氣侵 人不覺 風寒暑暴傷人便覺 濕氣熏襲 人多不覺 其自外而入者 長夏鬱熱 山澤蒸氣 冒雨行濕 汗透沾衣 多腰脚腫痛 其自內得者 生冷酒麵滯脾 生濕鬱熱 多肚腹腫脹 西北人多內濕 東南人多外濕."

-동의보감 잡병편 권3 습(濕) 중에서

점심을 먹고 지하실에 운동하러 내려간다. 시멘트가 뿜어내는 서늘함과 지하의 눅눅함에 매번 묘한 위화감이 든다. 동작을 멈춘 제습기는 물통을 비워주면 '윙~'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 중의 습기를 열심히 빨아들이지만, 지하실 공기를 뽀송뽀송하게 만들기에는 그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뻑뻑해진 바닥에서 다치지 않게 신경 써가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땀이 차올라, 마치 얼음물을 담고 있는 유리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야흐로 덥고 습한 반도의 한여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힘든 이유는 기온이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높은 습도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그냥 더운 것이 아니라 마치 비닐하우스에 들어간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힌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가 발생한다. 더위와 밤새 뒤척임에 지친 몸과 마음은 예민해진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기 십상이다. 뉴스에서 날씨와 함께 내일의 불쾌지수를 알려주는 것은 우산만 챙기지 말고 마음도 잘 챙기라는 일종의 경고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사라질 정도로 진행된 지구온난화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에어컨이 더 돌아가고, 전력 소모가 많아지면 탄소 배출량도 늘 수밖에 없다. 무더위의 한복판에서 더 뜨거워질 지구를 생각하니 숨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뜨거워진다. 반도의 한여름은 몸도 마음도 참으로 난감한 계절이다.

한의학에서는 기후변화를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육기(六氣)로 구분하고, 자연의 기후가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통한다는 의미의 천인상응(天人相應)과 같은 단어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후가 사람의 몸과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날씨의 변화에 잘 적응해서 몸이 내부의 항상성을 잘 유지한다면 폭풍우가 몰아쳐도 문제없다. 문제는 외부의 변화에 내부의 질서가 깨질 때 발생한다. 자연의 변화에 사람이 적응하지 못해서 병이 날 때 육기(六氣)는 육음(六淫)이 된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군이 되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되는 것이다.

날씨 변화 중에 감지하기가 어렵고, 현대인들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습(濕)이다. 위의 인용에서도 '몸에 습이 차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한 것처럼, 습은 슬금슬금, 부지불식간에 들어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여름이 되면서 몸이 붓고 관절이 아파지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기온의 상승으로 몸의 결합조직들이 조금 느슨해지는데, 이에 따라 혈압도 조금 떨어지고 전체적인 체액의 순환이 정체되게 된다. 여기에 외부의 습기까지 더해지면 붓고 관절이 아픈 증상이 쉽게 생긴다. 그리고 이런 증상은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여성이나 운동량이 적은 사람들, 혹은 체력이 약한 고령층 사람들에게서 잘 발생한다.

이 외에도 동의보감에서는 "습이 경락에 있으면 해 질 녘에 열이 나고 코가 막히고, 관절에 있으면 온몸이 자글자글 다 아프고, 장부에 있으면 설사를 하고 소변량은 줄고, 배가 부르고 장이 그득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순환의 저하와 체액의 정체로 인해 심하지는 않지만 지속해서 염증이 발생하는 상황이 '습(濕)'의 상태인 것이다.

몸에 습이 필요 이상으로 차는 외부적 원인은 장마나 북태평양 기단과 같은 계절적 요인, 비를 맞거나 땀에 옷이 젖는 것과 같은 일상의 요인, 그리고 안개나 산과 계곡의 습기와 같은 것을 꼽을 수 있다. 가령 골짜기나 숲에서 야영을 하면 공기는 상쾌해도 몸이 찌뿌듯하고, 무겁고, 관절까지 아픈 것을 연상하면 된다.

내부에서 습을 발생시키는 것으로는 익히지 않은 날 음식과 차가운 음식, 그리고 술과 밀가루를 꼽는다. '얼죽아'와 '치맥'이 딱 떠오른다. 이런 물질적인 요소와 더불어 우울과 같은 감정적 침체와 운동 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 또한 습한 몸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지형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덥고 습하고, 겨울에는 춥고 건조해서 위에서 말한 서북지방과 동남지방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습'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는 불리한 요소다. 한국에서 늘 관절이 아팠던 어르신이 LA에 사는 딸집에 가 있을 때는 훨씬 덜 아팠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계절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 몸에 쌓인 습기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가 있는 곳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습의 해결책도 앞서 이야기한 내용에 다 있다. 차가운 것과 날 것 그리고 술과 밀가루 음식을 적게 먹고, 야식과 과식을 삼가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한낮을 피해서 햇볕을 쬐는 시간을 갖고, 담백하고 따뜻한 익힌 음식을 즐겨 먹어야 한다. 이와 함께 땀을 조금 내는 것이 좋다. 특히 하루 내내 냉방기 아래 있었던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 땀을 내서 몸에 쌓인 찬 기운과 그로 인해 쌓인 습기를 배출하는 것이 좋다. 몸 안에 습기가 쌓이고 찬 것을 즐겨 먹을 때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나 냉방병에 걸리게 된다.

여름은 열기와 습기가 과해서 건강을 잃지 않는 선에서 조금 덥게 나는 것이 좋다. 여름에 태양을 피하고 시원한 것만을 찾아다니면 사람은 약해지고, 그 차고 서늘함을 만드는 대가로 지구가 더워진다. 마음을 상쾌하고 뽀송뽀송하게 갖고 올여름은 땀을 좀 흘리며 조금 덥게 나자. 그런 변화가 작게는 나를, 좀 더 나가서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고은정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매운 닭곰탕

요즘은 마치 내가 동남아의 어느 도시에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연일 흐리고 비도 오락가락한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니 집안 곳곳이 꿉꿉한 것은 물론이고 내 몸은 천근이라도 되는 양 힘이 든다. 만사에 의욕이 떨어져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힘들기만 하다. 예전에 할머니가 온몸이 물먹은 솜 같다고 하신 말씀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밥맛도 없지만 먹은 음식의 소화도 잘 안되고 어쩌면 탈이 나는 것은 아닐지 매일이 아슬아슬 위태롭기만 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온몸의 땀구멍을 통해 끈적끈적 기분 나쁜 땀이 흐른다. 어서 이런 시간이 지나고 쨍한 날씨가 집안과 내 몸 구석구석에 쌓인 습을 날려줬으면 좋겠다. 뽀송뽀송해지고 싶다.

차라리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다. 불 앞에 서기도 싫지만 뭔가 기운을 낼 음식을 해 먹어야 할 것 같다. 곧 복날이니 닭을 한 마리 산다. 말끔히 씻고 충분히 물을 부어 폭 삶는다. 닭다리의 살이 뼈에서 분리되면 익은 것이니 꺼내 살과 뼈를 분리한다. 뼈를 다시 닭 국물에 넣고 한 번 더 폭 끓인다. 그사이 대파와 부추를 준비하고 발라놓은 닭살에 밑간을 해놓는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뼈를 건져내고 준비해둔 닭살과 대파, 부추를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간이 모자라면 소금으로 채운다.

큰 그릇에 담아 앞에 놓고 앉아 먹으니 처음엔 얼큰하고 차츰 달다. 대파와 부추의 맛과 향도 좋다. 몇 숟가락 먹지 않아 콧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릇을 비울 때쯤엔 마치 운동을 하고 난 뒤의 느낌처럼 개운하다. 모르긴 해도 몸속이 약간은 뽀송뽀송해진 느낌이 든다. 대파나 부추만으로도 맛은 물론 몸을 가볍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다.

<재료>

토종닭 1마리(1.3kg 정도)

물 4L

닭고기 양념 : 간장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후추 약간, 들기름 1큰술, 다진 마늘 4큰술

대파 4뿌리

부추 20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닭은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다.

2. 큰 솥에 닭을 넣고 물 4L를 붓고 센 불로 끓인다.

3.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45분간 더 끓인다.

4. 불을 끄고 닭을 건져 내서 살만 바른다.

5.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를 닭 삶은 국물에 넣고 다시 30분간 더 끓인다.

6. 닭 뼈를 넣고 끓이는 동안 대파를 다듬어 씻어 길이로 반을 갈라 5cm 길이로 잘라 놓는다.

7. 부추는 다듬어 씻어 5cm 길이로 썰어 놓는다.

8. 발라 놓은 닭살을 닭고기 양념으로 무쳐 놓는다.

9. 뼈를 건져내고 준비한 닭고기, 대파, 부추를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10. 모자라는 간을 소금으로 한 후 그릇에 담아낸다.

[김형찬 다연한의원 원장/고은정 약선음식 전문가(windfar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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