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집값.. 전국 '깡통전세' 주의보

박세준 2022. 7.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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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던 경남 김해의 A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는 매매 계약이 한 건도 없다.

1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전국 아파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매매와 전세 거래가 각각 한 번 이상 있었던 경우는 모두 2만9300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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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 뛰어
최근 금리 인상 등 여파 주택시장 침체
1∼6월 거래 7.7% 전셋값이 집값 추월
76%가 지방이지만 수도권도 적잖아
전문가들 "전세가율 높은 곳은 피해야
반환보증보험 등 안전장치 마련" 주문
지난해 8월 1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던 경남 김해의 A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는 매매 계약이 한 건도 없다. 최근에는 1억4500만원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도 나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 지난 5월 보증금 1억4700만원 전세로 나갔다. 사실상 집을 매매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인 셈이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하면서 전국에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역전세’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떨어지게 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전국 아파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매매와 전세 거래가 각각 한 번 이상 있었던 경우는 모두 2만930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7%(2243건)는 해당 주택의 평균 전셋값이 평균 매매가를 추월했다. 역전세 사례의 대부분(76.4%)이 지방이었지만, 수도권도 23.6%로 적지 않았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주택은 지방의 저가 주택 비율이 높다. 2020년부터 패닉바잉(공황매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 부동산 투자 열풍이 일면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당시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격 조정을 받는 지역이 늘고 있다.
문제는 집값과 전셋값의 조정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2+2년)으로 늘어나면서 갱신 계약의 비중이 커지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까지 겹쳐 신규 전세 계약의 규모가 줄어들었다. 세입자 처지에서는 신규 전세 계약이 활발하지 않으면, 전세시장의 시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신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의 경우에는 금전적 여력이 없어 전셋값을 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 전세 시세가 급변하기 어려운 구조다.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만큼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떼이는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595건, 금액 규모는 3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5790억원 등 꾸준히 증가세다. 다만 이 가운데는 역전세로 집주인이 부득이하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 외에 전세 사기 등 고의적인 범죄도 포함돼 있다.
최근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전단지가 붙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현상이 아직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향후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지방의 소형 주택은 수도권에 비해 빠르게 가격이 빠질 수도 있다”면서 “전셋집을 구할 때 매매 시세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고, 전세가율이 너무 높은 곳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집값 하락이 계속되면 깡통전세가 문제될 수 있다”며 “세입자들은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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