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에 LH 임대아파트 '부실 재도장'..준공 무사통과

이준엽 2022. 7. 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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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시내 차선을 도색하면서 부실시공을 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도장업자가 유죄 판결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5년 동안 LH 임대아파트 재도장 사업을 재하청받아 또 부실시공한 사실이 YTN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시공부터 준공까지 무사통과였는데, LH는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재하청이 이뤄졌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준엽 기자!

이번에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진 재도장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요?

[기자]

LH에서는 저소득층이나 국가 유공자 등을 위한 주거복지 목적으로 국민임대나 영구임대 아파트를 짓고 관리합니다.

이런 임대아파트는 10년마다 전체 칠을 다시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요.

지난 2016년부터 5년 동안 LH에서 입찰에 부친 게 242건입니다.

YTN이 취재한 결과 이 가운데 3분 1 정도에 해당하는 74건을 특정 재도장 업체, A 공영이 재하청받아 시공한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는데요.

A 공영은 최소 20곳이 넘는 현장에서 상습적으로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복도 부분 시공을 부실하게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규정에 따르면 재하청이 원래 안 된다면서요?

[기자]

네 YTN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재도장 사업들 계약내역서를 보면요.

처음 입찰을 따낸 업체가 재하청을 주면 안 되게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A 공영은 LH 발주액 기준으로는 700억 원어치 사업을 버젓이 재하청으로 수주한 겁니다.

심지어 대표는 지하주차장 재도장을 또 다른 업체에 다시 하청을 줬다고도 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박 모 씨 / 부실시공 업체 A 공영 대표 : (지하주차장) 에폭시하는 인력을 갖다가 쓴 거에요. 전문으로 하는 분을. 도장을, 한 사람이 다 합니까 그거를?]

A 공영이 재하청을 받기 위해서 낸 공사참여제안서를 살펴봤더니 원청업체들 이름으로 된 전자계약서까지 꼼꼼히 챙겨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건설업 등록 최소 요건인 직원 2명만 갖춰 놓고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는 3년 동안 실적 신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자체의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건설공사대장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까지 받기도 했는데 제대로 된 업체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업체는 지하주차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실시공한 건가요?

[기자]

지하주차장 바닥을 칠할 때 LH 시방에 따르면 두 가지 공법이 있습니다.

'에폭시 코팅', 그리고 '에폭시 엠보' 혹은 '라이닝'이라고 부르는 공법인데요.

어느 공법으로 입찰이 나오건 페인트의 최소 두께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A 공영이 시공한 현장을 YTN 취재진이 직접 가 보니 애초에 두께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페인트를 얇게 발라놨습니다.

또 시공 전에 LH에 어떤 업체, 어떤 페인트를 쓸지 승인을 받게 돼 있는데요.

저희가 A 공영 시공 현장들 페인트 거래명세서를 입수해보니 승인받았던 페인트 사용이 아예 없거나 극소량만 있었습니다.

대신 현장에서는 제조 일자가 1년 넘게 지났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비브랜드, 이른바 '잡표' 페인트 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께가 중요한 이유는 두께에 따라 차들이 지나다닐 때 오랫동안 칠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견디는 힘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엉망으로 시공하다 보니 일부 현장에 가 보면 재시공을 여러 차례 했다는데도 시공 2년 만에 칠이 휑하니 벗겨져 있었습니다.

원래 10년에 한 번씩 재시공하니까, 앞으로 8년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거죠.

[앵커]

아파트 복도 벽도 잘못됐다고 했는데 어떻게 시공했나요?

[기자]

아파트 복도 일부를 시공할 때도 시방에 규격이 다 정해져 있는데요.

1단계로 수성페인트를 바르고 2단계로 다채무늬 도료를 바른 뒤 마지막으로 코팅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안 지켰습니다.

첫 단계에 수성페인트 대신 번들거리는 낙서방지페인트를 바르고 두 번째 다채무늬 도료까지만 바른 뒤 코팅 없이 마무리한 겁니다.

낙서방지페인트가 수성페인트보다는 비싸지만 코팅재나 인건비 절감 효과까지 하면 자재비를 더 아낄 수 있는데요.

이렇게 시공하면 겉보기에는 코팅한 것과 비슷하게 번들거리지만 직접 가서 연필로 낙서를 해보면 차이가 뚜렷한데요.

코팅을 제대로 하면 연필이 안 그어지는데 그냥 죽죽 그어지는 겁니다.

코팅을 생략했으니, 더 쉽게 더러워질 수밖에 없겠죠.

[앵커]

그런데 부실시공 남발한 해당 업체 대표,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지난 2015년에 서울 시내 곳곳 도로를 기준에 못 미치는 불량 도료로 시공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이들이 시공한 차선은 비만 오면 안 보여서 악명이 높았는데요.

YTN 취재결과 LH 임대아파트를 부실 재도장한 업자 박 모 씨가 바로 이때 '브로커' 노릇을 해 징역형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인물이었습니다.

형이 확정된 2016년 3월부터 2년이 집행유예 기간인데요.

박 대표는 이 기간에도 활발히 LH 임대아파트 재도장을 하면서 부실시공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문제 있는 인물이 문제 있는 시공을 했는데, LH 책임은 없습니까?

[기자]

말씀드렸듯이 LH에서 시공 전에 어떤 자재를 쓸지 승인해줍니다.

시공하면서 당연히 이 자재를 쓰는지 다른 자재를 쓰는지 감독을 해야겠죠.

그런데 시공 과정에서 LH는 문제 현장들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또 취재진이 당시 준공검사 서류도 살펴봤는데요.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복도 벽면에 시방대로 시공을 안 했다는 지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재하청 자체가 안 되는데, 재하청 사실도 저희 취재 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의혹에 대해서 해당 업체 대표와 LH는 각각 뭐라고 해명했나요?

[기자]

일단 업체대표 박 모 씨는 아파트 복도는 시방대로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습니다.

대신 1단계에 더 좋은 페인트를 썼다고 항변했는데요.

지하주차장 바닥은 승인자재를 안 썼을 뿐 제대로 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YTN이 취재한 내용과 다르다고 지적했더니, 특수 도료를 제대로 주문해서 썼다면서 며칠 말미를 주면 거래명세서를 증거로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약속된 날이 지나서도 박 씨는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해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 모 씨 / 부실시공 업체 A 공영 대표 : 무슨 말씀이세요, (시방대로) 라이닝이죠. 잡표(저급 제품)를 썼다고 쳐도 다 KS(인증 제품)예요. 잡표라는 건 있을 수가 없어요. 거래명세표 드린다니까요.]

LH는 YTN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부실시공은 물론, 재하청 여부를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요.

업체에서 작정하고 속이면 어떻게 알겠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재를 제대로 쓰고 있었는지나 시방대로 시공이 이뤄졌는지는 확인이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앵커]

취재가 시작되고야 알았다고 하는데, 이후 LH는 어떤 조치를 내놨습니까?

[기자]

보도를 앞두고 LH는 지난 5년 동안 임대아파트 재도장 공사 현장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충북 음성군을 비롯한 일부 현장에서는 이미 부실시공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TF를 따로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요.

품질이 미흡한 현장은 하자보수와 보완시공을 추진하고 재하청 관련 불법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적극 조치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저희 취재를 도운 김용민 의원실에서는 감사원 감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은 복수의 LH 현직 직원들이 1차로 낙찰받은 업체들을 상대로 A 공영에 재하청을 종용한 정황도 포착했는데요.

후속 취재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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