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종이침대 논란에..한국 기업은 훨훨 날았다

이향휘 2022. 7.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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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구 업체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인터뷰
도쿄올림픽 종이침대 논란
홍보효과로 매출에 도움돼
작년에만 제품 7만개 판매
침대에 300kg 올릴수 있어
성인 5명이 누워도 충분해
MDF 가구보다 30% 더 저렴
배송비도 싸고 재활용 용이
친환경 가치소비 관심 많은
1인가구·MZ세대 고객 다수
지난해 여름을 달궜던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경기보다 종이침대 논란이었다. 친환경 활동에 나선다는 취지로 선수촌에 비치된 종이침대는 푹 꺼지거나 쉽게 찌그러져 선수들 사이에선 '성행위 방지 침대냐'는 조롱을 받았다. 2011년 동일본지진 후 재난 상황에 곧잘 쓰였던 골판지로 만든 종이침대가 혹독한 비난 세례를 받은 것이다. 국내에서 종이가구를 만들던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37)는 당시 "디자인도, 구조도 전혀 다르기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악재였어야 할 뉴스는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국 종이침대가 주목받고 뉴스에 나오면서 주문도 늘기 시작했어요.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상치 않은 노이즈마케팅으로 주목받은 페이퍼팝 사무실을 찾아갔다. 서울 선릉역 주변에 위치한 자그마한 사무실엔 직원 여러 명이 근무 중이었고, 사무실 곳곳이 종이로 만든 수납장과 책장, 소파, 독서실 칸막이, 거치대 등으로 빼곡했다. 가구라 하기엔 다소 허술해 보였다. 그가 만들고 있는 종이왕국에는 어떤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을까.

―도쿄올림픽 이후 달라진 점은.

▷올림픽 전만 해도 사람들이 종이가구 제품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제품을 받아도 '종이인데 왜 비싸요?'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종이에 비닐테이프는 빼주세요' 등 주문이 많다. 매출도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만개 제품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 작년 기록을 넘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2위는.

▷종이책장과 수납정리함이다. 최근엔 페스티벌이나 나들이용으로 등받이 의자가 많이 팔린다. 가볍기도 하고 저렴하기도 하다.

―일본 종이침대 논란에 무덤덤했던 이유는.

▷직접 분해해서 본 게 아니라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생긴 것부터 너무 달랐다. 일본 종이침대는 접는 형태로, 우리 것은 더욱 견고한 조립 구조 형태로 만들어졌다.

―성인 남녀가 뛰어도 무너지지 않는지.

▷침대 위에 300㎏을 올릴 수 있고, 성인 4~5명이 자도 문제없다. 개발할 때 15㎝ 매트리스와 같이 사용하는것을 기본으로 만들었다. 매트리스와 같이 사용하면 상관없다. 다만 토퍼는 안 된다. 판매 후기를 보면 "튼튼하다" "구겨지지 않는다"는 글이 많다.

―종이가구는 얼마나 저렴한가.

▷중밀도섬유판(MDF) 가구보다 20~30% 저렴하다. 페이퍼팝 사이트에서 싱글침대는 7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장점은 배송비가 5000원 안쪽이라는 것이다. 화물배송이 아니라 모두 다 택배배송이 가능하다. 이케아는 싱글침대가 13만원대이며 배송비는 별도인 것으로 안다. 가구를 구입하다 보면 배송비가 더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게 큰 장점이다. 또 제품 중 95%가 재활용되며 종이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1인 가구가 1~2년 거주한 뒤 이사하면서 버리기 쉽다.

―고객 중 1인 가구 비중이 얼마나 되나.

▷60~70% 된다. 행사를 앞두고 단체로 사는 고객도 많다. 성별은 반반인데, 저를 비롯해 팀원 20여 명이 모두 MZ세대다. 친환경에 높은 점수를 주는 가치소비에 관심이 많다.

―이케아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해서 오래 쓰는 게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면 오래 쓰는 게 환경 부담이 적지만, 가구도 1~2년 쓰고 버려지는 게 많다. 재활용 비율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럴 바에야 재활용과 분리배출이 쉬운 종이가구가 더 낫다.

―종이가구의 수명은.

▷부분적으로 닳는 곳만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10년, 20년 쓸 수 있다. 하지만 10년 넘게 쓰려고 종이가구를 사진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저렴한 데다 재활용이 편하고 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종이책상에 물을 흘리면 젖을까 염려하는데, 특수코팅을 입히기 때문에 젖지 않는다.

―종이가구의 역사는 얼마나 된 건가.

▷서구와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종이가구가 보편화됐다. 일본엔 50년 된 종이회사도 있고,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 종이가구는 조선시대로 올라간다. 종이를 꼬아 만든 광주리라든지 작은 선반, 갑옷 등 종이공예, 지기공예가 발달했다. 1950년대에 어린이 책상으로 많이 쓰였다가 1970년대에 MDF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사라졌다. 그러다 튼튼한 골판지가 생산되고 지속가능한 소재와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2010년대부터 국내에도 관련 업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종이가구를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는 업체는 페이퍼팝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자부한다.

―코로나19가 종이가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종이컵이 갑자기 보급됐던 계기가 1920년대 스페인독감이었다. 당시에 유리컵을 쓰다가 관리·위생 문제가 불거지면서 종이컵을 찾기 시작했다. 종이가구 역시 코로나19를 겪고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열풍을 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종이가구 범위를 실내 박스, MDF와 합판까지 포함하면 200억원 시장이 형성됐다.

―가격이 핵심이라고 했는데, 최근 펄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만만찮다.

▷생산 자동화와 신제품 개발로 이겨내고 있다. 하남공장에 협동로봇 4대가 있는데 사람과 함께 종이가구를 만들고 있다. 로봇을 통해 단가를 낮출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소파와 스툴, 수납정리함 등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투자는 얼마나 받았나.

▷시드라운드로 8억원 정도를 받았고, 내년 상반기에 시리즈A로 수십억 원을 받을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종이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군대를 전역한 후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시는 박스 공장에 다녔는데 적성에 맞았다. SPC그룹에 박스를 납품하는 회사였다. 너무 좋은 종이들이 그냥 버려지는 걸 보고 어떻게 재활용할까 고심하다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창업 초기에는 문구류나 종이박스 등을 제작했다. 사실 종이박스는 1~2원 싸움이다. 종이컵보다 심하다. 그러다 2018년 소셜벤처 주식회사로 미션을 갖고 다시 창업하게 됐다. 사진을 좋아했는데, 박스에 종이를 입히는 과정이 사진을 현상할 때와 똑같다. 새로운 걸 개척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게 스타트업이니까.

▶▶ 박 대표는…

△1986년 서울 출생 △2004년 현대고 졸업 △2013년 페이퍼팝 창업 △2018년 상상스타트업 캠프 2기 참가 △2020년 벤처 인증 △2018 소셜벤처 주식회사 페이퍼팝 창업

[이향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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