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IoT를 지나 IoE의 시대로

정예린 2022. 7. 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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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재 유니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스마트키를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차량 잠금이 해제된다. 아파트 공동 현관을 지날 때도 스마트폰에 등록된 정보를 인지해서 자동으로 문을 열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도 호출한다. 이제는 없으면 서운하리만치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매김한 기술. 이것은 사물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우리가 이렇게 IoT 기술에 익숙해지는 사이에 만물인터넷(IoE)이라는 새로운 기술 또한 우리 생활에 한발 다가오고 있다. IoE는 사물끼리의 연결은 물론 사람과 인공지능(AI Process),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등이 모두 무선으로 소통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 신발이 하루 동안 나의 운동량을 측정해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로 퇴근한 후 적합한 피트니스센터에 데려다줄 날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무선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변화됐듯이 앞으로 또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지 기대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통신 기술과 동행했을까.

무선 이동통신은 1885년 유선 전화기 등장 이후 62년 만인 194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처음 개통됐다. 그리고 57년 후인 2002년, 무선 통신 가입자 수가 유선 전화 가입자 수를 넘어서면서 이른바 '호모 모바일쿠스' 생활이 시작됐다. 오늘날에는 매일 400만대 이상의 휴대폰이 판매되고, 매초 25만 건 이상의 문자가 오간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기가 동시에 연결돼 왔는지 주목했으면 한다.

통신 기술의 시작은 1861년 웨스턴 유니언이 미국의 동부 기지국과 서부 기지국을 '유선'으로 잇는 전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후 1885년 알렉산더 벨의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AT&T가 설립되면서 기지국 간이 아니라 사람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유선 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1909년에는 AT&T가 웨스턴 유니언을 매입할 수 있을 정도의 부와 세를 키웠다. AT&T 성장의 배경에는 '기지국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 수'가 있다. 즉 통신에서는 연결 가능한 기기의 수가 곧 돈인 셈이다.

한편 '무선' 통신 기술은 1901년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처음 대서양을 건너는 무선 전보 기술을 성공하면서부터였다. 이러한 무선 전보 기술은 육지와 항해하고 있는 선박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로 자리 잡으며 그 수요가 수천 단위(Kilo-Scale)에 이르렀다. 이 기술 덕분에 1912년 타이태닉호 탑승자 일부가 구조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지국 간의 무선 통신 기술은 레지널드 패슨던에 의해 다수의 사람에게 방송하는 기술로 발전했다. 에드윈 암스트롱이 1918년에 발명한 슈퍼헤테로다인 수신기 기술로 가격과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1930년대 무선 통신 수요자는 백만 단위(Mega-Scale)에 이르렀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개발된 군사 기술 가운데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무선 통신 기술이 민·관으로 이관되면서 1946년 AT&T가 첫 무선 이동통신 서비스인 Mobile Telephone Service를 시작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계속 늘자 AT&T는 1981년에 매킨지에 가입자수 예측을 의뢰했다. 당시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은 2000년께 90만 가입자 수준에서 완전 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2000년 이동통신 가입자는 1억1000명이었다. AT&T는 매킨지 보고서를 근거로 1982년 이동통신 사업을 10억달러에 매각했다가 1987년 140억달러에 되사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무선 통신 가입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 왔고, 최근에는 세계 인구수에 육박하는 72억대를 넘어서면서 수십억 단위(Giga-Scale)를 연결하고 있다.

무선 통신 기술은 2009년 이후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음성 연결을 넘어 SNS와 같은 데이터 형태의 연결로 급성장했다. 2013년부터는 통신사의 주 수입원이 음성통신에서 데이터통신으로 전환됐다. 인류는 불과 10년 만에 '호모 데이터쿠스'로 진화한 셈이다.

세계 인구는 77억명 안팎이지만 사물의 개수는 무한하다. 그러다보니 사물, 사람, AI와 빅데이터를 모두 연결하는 IoE의 세계는 조·경 단위(Tera-Scale) 커넥션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 세계 통신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고, 우리 공학자들 역시 무한 상상의 세계 속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 본다.

변영재 유니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bien@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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