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볶음 리필 안 돼요"..고물가시대 한식집 상차림도 달라져

오보람 2022. 7. 1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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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천모(29) 씨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단골 추어탕집을 찾았다가 식전 음식으로 나오던 수육이 없어진 걸 알게 됐다.

천씨는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추어탕 재룟값과 돼지고깃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몇 년 만에 수육을 뺐다더라"며 "늘 먹던 게 안 나오니 좀 아쉽다"고 말했다.

식당 사장 이모(44) 씨는 "배추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손님들이 알아서 겉절이를 먹을 수 있게 하니 버려지는 양이 너무 많다"며 "번거롭지만 조금씩 리필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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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떨어질라..' 가격 인상 대신 반찬 가짓수 줄이는 등 고육책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치킨 피자 등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0%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직장인 천모(29) 씨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단골 추어탕집을 찾았다가 식전 음식으로 나오던 수육이 없어진 걸 알게 됐다.

천씨는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추어탕 재룟값과 돼지고깃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몇 년 만에 수육을 뺐다더라"며 "늘 먹던 게 안 나오니 좀 아쉽다"고 말했다.

식자재비 물가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는 가운데, 백반집 등 한식당이 메뉴 가격을 올리는 대신 반찬 구성을 바꾸는 방법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원가가 뛴 반찬을 손님에게 리필해주지 않거나 아예 구성에서 빼버리는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가격을 1천∼2천원씩 올리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손님 지키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용산구의 한 백반집은 최근 인기 반찬인 감자볶음을 한 접시만 제공하기로 했다. 감잣값이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무한정 제공하기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직원 한유선(61)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2만원 선이면 감자 20kg을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4만원을 훌쩍 넘기는 걸로 안다"며 "손님들 보기가 미안하지만 다른 채솟값도 너무 올라 이렇게라도 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한정식집은 광어회 대신 덮밥용 회무침을 제공하고, 돼지고기 장조림은 달걀 장조림으로 대체해 원가를 낮췄다. 8가지로 나가던 기본 반찬은 7가지로 줄였다.

식당 주인 A씨는 "원래대로 반찬을 드리면 1인분에 대략 1천원 이상 원가가 오른 상황"이라며 "음식값을 올리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겠지만, 가뜩이나 다른 물가도 올랐는데 점심값까지 오르면 손님이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에너지·원자재를 비롯해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폭이 전월(5.4%)보다 커졌다. 품목별로 보면 감자(37.8%), 수입 쇠고기(27.2%), 닭고기(20.1%), 돼지고기(18.6%) 등이 올랐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래시장에 진열된 감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손님에게 반찬을 제공하는 방식을 바꿔 원가를 절약하려는 식당도 있다.

경기 시흥시의 한 칼국숫집은 테이블마다 놓아뒀던 겉절이 그릇을 얼마 전 뺐다. 손님이 알아서 리필해 먹게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종업원들이 그릇을 채워주는 식이다.

식당 사장 이모(44) 씨는 "배추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손님들이 알아서 겉절이를 먹을 수 있게 하니 버려지는 양이 너무 많다"며 "번거롭지만 조금씩 리필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리하게 원가를 깎으려다 자칫 '꼼수를 쓴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고 저항감도 큰 상황이라 나름대로 전략을 취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야박한 가게라고 생각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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