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준비한 의상·소품까지 수준급 무대 "한 편의 특별공연"

김여진 2022. 7. 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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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강원도 경로당 실버트롯 경연대회
왼쪽부터 김경수·이규송·이길선·오금자·성납실·이해창 어르신

이토록 넘치는 흥을 그동안 어떻게 달랬을까. 넘치는 끼를 어디에 숨겼을까. 대한노인회강원도연합회(회장 이건실)와 강원도민일보(회장 김중석)가 공동주최하고 강원도경로당광역지원센터가 주관한 ‘제1회 강원도 경로당 실버트롯 경연대회’는 환호와 웃음, 감동과 눈물이 교차하는 어르신들의 축제였다. 지난 6일 원주문화원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이후 대규모로 열린 첫 강원도단위 어르신 문화행사로 매우 높은 호응 속에 진행됐다. 강원지역 3255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예선이 춘천·강릉·원주·속초권에서 개최, 106명이 1차로 겨뤘고 치열한 경쟁을 뚫은 20명의 무대가 이날 꾸며졌다. 현장에서 “경연이라기보다 한편의 공연을 본 것 같았다”는 평이 나올만큼 전문가들도 깜짝 놀랄만한 실력과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수상자도 그만큼 고심 끝에 결정됐다. 첫 대회 수상의 영예를 안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정리한다. 김여진·김진형

-수상자 소감

■ 최우수상- 김경수(75·속초 금호동 경로당)
“마이크만 잡으면 신들린 것처럼 노래”

이날 1등에 오른 김경수 씨는 윤수일의 ‘터미널’을 부르며 화려한 무대매너와 가창력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과 섬세한 떨림은 프로 가수 못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실력 좋은 참가자가 많아 1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김 씨는 수상이 확정되자 눈시울을 붉혔다. 노래를 좋아해서 20대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듣는다는 김 씨는 신문에서 대회 소식을 접한 후 참가했다. 세탁소를 운영할 때에도 노래는 항상 곁에 있었다고 한다. 김경수 씨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지금도 슬픈 노래를 부르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북한군으로 끌려갔고, 할머니와 어렵게 자랐다고 한다. 14평짜리 아파트에서 허리통증을 안고 홀로 사는 김경수 씨에게 노래는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와 같다. 김경수 씨는 “마이크만 잡으면 무속인들이 신들린 것처럼 노래가 나온다. 속에 맺힌 많은 것들이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역 노래자랑에서 여러번 상을 탄 소문난 실력자다. 송나누리봉사단 회장으로 활동하며 노래 봉사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선행도 펼치고 있다. 김 씨는 “노래하면 젊어지고 건강에도 좋다”며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 노래는 나의 생명이고 인생”이라고 말했다.

■ 우수상- 이규송(66·철원 오덕3리 경로당)
“각설이의 노래, 많은 분들께 힘 됐으면”

이규송씨는 직접 리폼한 모자와 깡통, 닭 인형 등의 소품으로 활용해 각설이로 변신, 예선 당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부른 노래 미스미스터의 ‘광대’에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국인의 해학이 느껴지는 몸짓이 더해져 의상과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찌그러진 깡통에 인생을 담아”라는 노랫말에서는 직접 깡통을 들어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각설이 복장은 지역 노인시설 등 봉사를 다니기 위해 직접 만든 것이다. 봉사현장에서 갈고 닦은 익살스러운 춤과 노래실력은 이날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고, 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데 각설이의 노래가 많은 분들께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우수상- 이길선(68·양양 정암2리 경로당)
“남편 몰래 요렇게 흔들고 스트레스 해소”

이길선 씨는 노래실력은 물론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 장악력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한혜진의 ‘남자인데’를 부른 그의 무대는 오랜 세월 감춰온 흥이 춤과 어우러졌다.

폭발력있는 진성으로 노래를 소화하는 동시에 익살맞은 막춤으로 모두 를 즐겁게 했다. 이 씨는 춤을 어디서 배웠냐는 사회자 질문에 “화장실에서 요렇게 흔들고, 남편 몰래 요렇게 흔든다”며 춤을 이어가 모두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밭농사로 한창 바쁜시기 시간을 쪼갰다는 이 씨는 음악만 나오면 몸을 흔들어 동네에서도 “가수했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씨는 “노래교실도 다녀본 적이 없지만 혼자서 잘 논다”며 “노래 부르면 스트레스가 해소돼 너무 좋은데 상까지 받아 기쁘다. 자주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 장려상- 오금자(69·강릉 일송아파트 경로당)
“갈 곳 없던 우리 실버트롯 행사로 하나돼”

이미자의 ‘아씨’를 부른 오금자 씨의 무대는 프로가수의 무대라고 해도 손색 없었다. 국악의 음색이 담긴 뛰어난 음정과 강약조절이 인상을 줬는데 경기민요를 10년 이상 배웠다고 한다. 한국무용도 5년 배웠고 지역에서 노래 봉사를 다닌다고 한다. 가수 이미자의 엄청난 팬이어서 모창가수로 불렸다. 이미자의 곡만 600개 이상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오 씨는 “나이 먹어서 갈 곳 없던 우리가 실버트롯 행사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뜻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 장려상- 성납실(67·원주 정산3리 경로당)
“좋은 추억 만들어 너무나 행복한 시간”

윤복희의 ‘왜 돌아보오’를 부른 성납실씨도 프로에 가까운 실력을 선보이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원주 정산3리 경로당회장으로 활동중인 성씨는 옥수수축제 노래자랑 대상을 받은 지역의 ‘노래꾼’으로도 통한다. 14년전 원주 부론면에 정착한 성 씨는 자신의 집에서 노래 동호회를 운영,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 씨는 “늦은 나이에 좋은 추억도 만들고 스트레스도 풀고, 너무나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장려상- 이해창(77·양구 고대리 경로당)
청중 울린 ‘지팡이 투혼’ 감동 무대 선사

고대리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이해창씨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무대에 올랐다. 처음에는 서서 부르는 것이 부담 돼 무대 위에 의자를 놓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연 직전 철회, 직접 서서 부르기로 했다. 그는 지팡이 짚은 어르신의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운 성량과 표현력으로 감동의 무대를 선사,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공연 도중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곳곳에서 속출했다. 무대 후 ‘몇 등 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글쎄올시다”하고 담담하게 답했던 이씨는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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