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이번엔 꼭 vs 물가·기름값 무서워 '집콕'..여름휴가 양극화

심영석 기자 2022.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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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리조트·호텔 등 '만실'.."부담 커도 억눌린 일상 분출 필요"
비용 부담 증가에 '휴가포기'도 속출..의료인 "장소 아닌 '정비'가 휴가 본질"
사회적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 계획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치솟은 물가에 아예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로 억눌린 일상을 맘껏 풀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은 대천해수욕장의 모습© 뉴스1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처음 여름휴가를 맞는 시민들의 표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보령·태안 등 충남 서해안 주요 해수욕장에 위치한 리조트·호텔 등 하루에 30만~40만원에 달하는 고급 숙박시설은 이미 8월 초순까지 예약이 마감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휘발유·외식비 등 전방위적으로 치솟은 물가에 아예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10일 대전·충남 자치단체 및 숙박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대천해수욕장을 시작으로 서해안 주요 해수욕장이 본격 개장하면서 벌써부터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대천해수욕장에는 개장 첫날인 지난 2일 12만 2300여명, 3일 11만 700여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대천해수욕장의 경우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가 열리면서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피서 인파가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 서천 춘장대, 당진 난지도해수욕장,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 등 서해안 지역 주요 해수욕장에도 개장 당일부터 인파가 몰리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피서철로 3년 가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린 보상 심리가 작용한 여행 수요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회원제 리조트인 충남 태안 안면도 아일랜드 리솜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전 객실이 이미 마감된 것은 물론 회원들이 포기한 잔여 객실도 1박 기준 40만원 안팎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동이 나버렸다.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한화리조트 대천파로스의 경우도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객실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충남 아산 영인산 자연휴양림 등 지역 주요 자연휴양림과 데이나이스호텔, 호텔머드린 등 보령지역 주요 호텔 및 숙박업소들도 3년 만에 찾아온 여름휴가 특수에 미소짓고 있다.

이밖에 안면도 등 해변가 지역 펜션 업주들도 2년 넘게 손을 놨던 객실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휴가객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태안 아일랜드 리솜에서 휴가를 즐길 예정이라는 40대 직장인 A씨는 "객실료 등 물가가 많이 올라 예년보다 비용지출은 늘었다. 사실 비용을 생각하면 여행은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라며 "아내와 아이들도 기나긴 일상통제에 지쳐 있어 재충전을 통해 다시 활력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올해 여름 휴가를 갈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 전문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들의 대상으로 여름 휴가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8.4%가 '여름휴가를 갈 생각'이라고 응답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8.22로 전년동월 6.0%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늘어난 비용부담으로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News1

하지만 역대급 고물가가 이같은 여행 욕구 분출 의지를 꺾으며 '집콕'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8.22로 전년동월 대비 6.0%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대전지역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당 2090원을 기록하는 등 "기름값 무서워 휴가 갈 수 있겠나"라며 하소연이 적지 않게 들린다. 외식 물가도 껑충 뛰면서 주요 피서지에서는 가족 단위로 식당을 찾아 지갑을 여는 데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초5·중2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B씨(여)는 "강원도로 2박3일 휴가계획을 잡았다가 최근 포기했다. 숙박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 엄두가 안 난다"라며 "아이들도 기록적인 폭염에 고생이 예상되는지 취소하자는 말을 먼저 꺼냈다. 대신 전기세 걱정 없이 에어컨이나 시원하게 가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C씨는 "아직 자녀가 없어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결국 포기했다. 항공료가 너무 비싸다. 환율이 1300원까지 급등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비용이 배 이상 늘었다"라며 "게다가 코로나도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여 다음으로 미뤘다. 1박2일로 시골 부모님께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휴가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간"이라며 "결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활기찬 일상을 되찾는 시간을 갖는 것이 최고의 휴가"라고 조언했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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