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손원제 2022. 7.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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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국정지지율 추락 속 커지는 부인 '비선' 논란
노골적 정실인사, 취약한 '공사 구분' 드러나
대통령 성찰없이 '남탓' 남발, 돌아서는 민심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대부분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불거졌습니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정상회의 기간 민간인 신분의 지인과 동행했다는 사실입니다. 검사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인 신아무개씨가 그 민간인 지인입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대통령 해외 순방에 민간인이 동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인이나 문화예술계 인사, 순방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 등 외교적 역할이 분명하게 규정된 사람들입니다. 특별수행원 또는 기타수행원 자격을 부여해 한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신씨의 경우,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순방 사전답사에 참여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현지 행사 일정을 짜는 등 공식 보좌 조직이 해야 할 공적 업무를 민간인 신분으로 수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문재인 대통령 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한 일을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관계에 있는 민간인이 한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인 찬스’ 특혜 의혹

문제는 이런 중요한 국가적 공무를 민간인, 그것도 사적으로 아는 지인에게 맡기는 게 타당한 일이냐 하는 겁니다. 두가지가 걸립니다. 첫째, 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일정과 동선 등을 민간인 신분의 지인이 맡아서 관리해도 되느냐 입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씨도 공적 권한과 자격 없이 기밀 자료를 받아보고 청와대를 상시 출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엔 신씨에 대해 신원조회가 이뤄지고 보안각서를 받는 등의 공식적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절차가 엄밀히 지켜졌는지 여부는 국회 운영위 등을 통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둘째,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행사를 준비하는 비중있는 업무를 민간인에게 맡긴 것이 일종의 ‘지인 찬스’를 쓴 특혜 제공이 아니냐는 겁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예를 들어 어제 갔던 그분이 대통령과 찍은 사진, 김건희씨와 찍은 사진, 그리고 일정에 대한 얘기, 이분이 만약 자본시장에서 뭔가 행동을 할 때 ‘나는 대통령과 관계가 있다’ 이건 완벽한 신뢰를 주는 거예요. 이분도 무궁무진하게 써먹을 수 있는 거예요. 이런 민간인에게 특혜를 주고받은 데 대한 도덕적 문제의식이 없다는 겁니다.”(정봉주 전 의원, 7월6일 MBC ‘뉴스외전 뉴스맞수다’)

지인에게 공무 참여 기회를 준 것 자체가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력과 신뢰자본을 부여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신씨가 행사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며 특혜가 아니라 능력 있는 민간 전문가를 정상적으로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신씨가 김 여사를 수행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분이 오랫동안 해외 체류하면서 해외 경험 풍부하고 11년 정도 해외유학을 해서 영어에 능통하다. 지금 회사를 운영하면서 하는 일이 국제교류행사 등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일을 주로 한다. 해외 행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첫 순방에서 행사 전체를 기획하고 사전답사하고 업무를 맡기기 위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대통령실 관계자, 7월6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나토정상회의가 열린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입니다. 스페인을 방문하는데 영어에 능통한 인물이라 부탁했다는 설명, 여러분은 납득이 되시나요. 영어가 국제 공용어처럼 쓰인다는 점을 고려해도 핀트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전문성보다 ‘대통령 부부 의중 파악’ 우선시

또 회사를 운영하면서 국제교류 행사 등을 기획·주관했기에 전문성이 있다는 설명을 두고도 추가적 의문이 제기됐는데요. 신씨가 운영한 회사 성격 때문입니다. 신씨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둘째 딸입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이 의료재단 소속 의료교육기관인 메디컬아카데미 글로벌위원장을 거쳐 지난 4월까지 계열사인 한방건강업체 대표로 일해왔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업 소개를 보면, 이 회사는 건강기능식품 수입 판매가 주요사업입니다. 또 ‘아버지 소유 한방병원 내 제품판매 샵, 사내 카페테리아 등의 운영’을 맡고 있다고 돼 있습니다. 2018년 매출액은 19억9천만원입니다. 이런 정도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국제 행사 기획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만한 지 의문입니다. 대통령실은 실제 몇차례나 어떤 규모의 국제 행사를 치렀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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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그런 정도의 경력을 가진 분은 대통령실과 외교부에도 많았을 텐데 왜 공무원이 아닌 분을 꼭 발탁해서 데려갔느냐’는 기자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분은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 행사기획이라는 게 여러 분야 있을 테고 여러 전문성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쨌든 대통령 부부 의중도 이해해야 하고, 그 행사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어야 한다.”(대통령실 관계자, 7월6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결국 오랜 친분으로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 행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해명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하는 게 과연 행사기획에 필요한 최고의 전문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 부부의 행사 기획은 장소 선정부터 인력 배치, 행사 구성, 메시지 작성, 경호, 의전, 미디어 대응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된 작업입니다. 이걸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기획 자체의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기획 자체의 전문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한 번 잘해 보라’고 선심 쓰듯 내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안다고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고 공적 자격도 갖추지 않은 지인에게 턱하니 그 일을 맡긴다면, 그 자체가 사적 특혜를 베푼 것입니다.

가령 박근혜 정부에선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본인보다 더 잘 파악했던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북미 순방 일정표를 받아 ‘빨강’ ‘보라’ 등 옷 색깔을 기입한 일이 있었습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최씨가 적은 색깔의 옷을 그대로 입었습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민간인을 ‘비선’으로 활용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겪지 않았습니까. 이번 일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위험성을 띤 행위일 수 있다는 점을 경각심을 갖고 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원했던 정말 믿을 만한 분 아니었습니까? (…) 그러면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보수를 받았습니까?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 생기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 지인을 쓰고 또 그 지인을 대동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대통령 영부인의 문제는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정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따져야 할 사안이 됐다고 봅니다.”(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7월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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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라 특혜 아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이분에게 별도 보수를 지불하지 않은 건, 이분이 인사비서관 부인이다. (그래서) 이해충돌 등 여러 법적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스스로 자원봉사하겠다고 무보수를 자청한 것이다.”(대통령실 관계자, 7월6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그러나 앞서 봤듯이, 무보수가 모든 특혜 가능성을 덮는 가림막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력 자체가 사회적 위상과 평판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전용기와 현지 숙박 제공, 경호 등의 기본적 처우를 물질적 보상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면 무보수로 일하고 해외 가서 항공료와 호텔비를 내달라고 요청할 국민들이 엄청 많겠죠. 이 일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7월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빙산의 일각’ 드러난 것일 뿐

이번 일이 갑자기 돌출한 사건이 아니라 취임 이후 계속돼온 윤 대통령 부부의 ‘지인 찬스’ 논란의 흐름 속에서 벌어진 ‘빙산의 일각’이란 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숱한 비난에도 아랑곳 없이 ‘정실 인사’ ‘연줄 인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검찰 재임 시절 부하들이나 법대충(서울법대·대광초·충암고) 학연으로 얽힌 인물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40년지기·지인들로 내각과 대통령실을 채웠습니다. 대통령실에 외가 친척인 최아무개 선임행정관을 임용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신씨와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부도 윤 대통령의 중매로 맺어진 사이입니다. 6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명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인 ㄱ씨 아버지와 윤 대통령이 아는 사이였고,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 근무할 당시 이 비서관과 ㄱ씨를 소개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신씨와 신씨 어머니 전아무개씨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각각 1000만원씩 2000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신씨 동행에 이런 고액 후원에 대한 대가성은 없는지도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비서관도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꼽혔던 인물입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전지검에서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대선 때는 김건희 여사 의혹 등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또한 봉하마을로 권양숙 여사를 방문할 때 지인을 대동하고, 자신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을 대통령실에 채용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물론 대통령도 부속실 등 개인 보좌의 성격이 짙은 기구엔 일정한 정도까진 잘 알고 편한 사람을 두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을 넘어선 안됩니다. 국정의 중추인 대통령실과 내각을 꾸릴 때는 친소를 떠나 능력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널리 인재를 구해 써야 합니다. 지금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여기서 너무 멀리 벗어난 듯 보입니다. 이번 신씨 논란도 윤 대통령 부부의 취약한 공사 구분에서 원천적으로 비롯된 문제는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BTS 끌어들인 권성동 ‘궤변’

여기선 이번 지인 동행 논란과 관련해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놓은 궤변에 대해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실드’치기 위해 느닷없이 방탄소년단(BTS)을 끌고 왔죠.

권성동 “대통령이 국정 수행 과정에서 꼭 공직자만 수행하라는 법은 없거든요. 필요하면 일부 민간인도 데려갈 수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대통령 행사 때 보면 뭡니까, 우리 유명한 가수, 문재인 대통령 때 보면 수시로 동원하잖아요, 그렇죠? BTS.”
진행자 “BTS 갔어요?”
권성동 “BTS 수시로 해외 방문할 때마다 동원해서 같이 무슨 퍼포먼스도 벌이고 했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7월6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참 어처구니 없는 궤변입니다. BTS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9월 대통령 특별사절단 자격으로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뉴욕 출장에 동행한 건 사실입니다. 유엔(UN)총회 회의에 참석하고 공연도 했었죠. 2018년 10월에는 문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행사에도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특사나 특별수행원 자격은 아니었고, 유럽 공연 도중 하루 빈 시간을 활용해 ‘한국·프랑스 우정의 콘서트’ 공연에 참석해 두 곡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걸 자격과 전문성이 검증 안된 민간인 지인에게 대통령 부부의 행사 일정을 기획하는 국정 업무를 맡긴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건 권 원내대표 자신도 결코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BTS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잖아요. 그리고 UN이 초청한 겁니다. 권성동 의원의 그 말을 들었는데, 그런 천박한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 때문에 대한민국의 문화나 한류가 훨씬 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잘 나갈 수 있는 혹은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데, 정치 권력이 여전히 문화 아티스트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버젓이 언론에 대고 이야기하는 그 정도의 인식 수준으로는 정말 미래가 밝다고 할 수가 없죠.”(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7월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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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신씨의 경우는 BTS가 아니라 BTS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해야 할 일을 민간인 지인에게 맡긴 것에 비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진정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바란다면,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잘못을 감싸기보다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직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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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 가속화

이번 논란은 하락일로인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단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최근 몇주 사이 대부분 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리얼미터와 알앤써치, KSOI 조사에선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난주(6월5주차)의 경우 긍정 평가가 43%, 부정 평가가 42%로 바짝 붙었습니다. 긍정 평가는 6·1 지방선거 직후 53%에서 4주만에 10%포인트가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논란이 벌어진 뒤인 8일엔 한국갤럽 조사(7월1주차)에서마저 결국 부정 평가(49%)가 긍정 평가(37%)를 역전하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났습니다. 전주보다 부정 평가는 7%포인트 오르고, 긍정 평가는 6%포인트가 줄어, 격차가 12%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갤럽 7월1주차 조사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의 이유로 인사(25%),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12%), 경험·자질부족·무능함(8%), 외교(6%), 독단적/일방적(6%) 등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김건희 여사 행보를 이유로 꼽은 비율은 1%였습니다. 그러나 KSOI 7월1주 조사에선 ‘조용한 내조를 뒤집은 대통령 부인의 행보’를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한 비율이 13.8%에 이르렀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 조사는 부정 평가를 한 사람에게 왜 지지하지 않는지를 물은 것이고, KSOI 조사는 최근의 지속적인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모든 조사 대상에게 물은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 지지층까지 포함한 전체 여론은 김건희 여사 행보를 지지율 하락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진행자 “김건희 여사는 이번 나토에서도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관심도가 대단했는데 그게 마이너스였다고 보세요?”
현근택 “왜 그러냐 하면 공식적으로는 활동을 한다 안 한다 이런 얘기를 잘 안 하고 있어요. 수행원을 둔다든지 안 둔다든지 애매한 상태거든요. 공식적으로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그리고 이런 지원 어떤 팀을 꾸리겠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라고 해서 하면 괜찮아요. 그런데 공식적인 어떤 표현 없이 그냥 어찌 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애매한 상태에서 활동을 하는 거거든요.”(현근택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7월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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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분과 인사 문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근식 “지금 특히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그치지 않고.”
진행자 “내홍.”
김근식 “계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볼 때는 집권여당이 저렇게 자기들끼리 패싸움 하는 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7월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그러니까 지지율 떨어지는 제1위가 인사 아닙니까. 18%가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대통령의 인사를 부정적으로 보더라고요. 그건 아니에요. 그래서는 안 돼요.”(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7월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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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민생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도 지지율 하락의 큰 배경입니다. 다만 경제가 좋지 않다는 사실 자체보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민심을 돌아서게 하는 더 직접적인 이유라는 진단이 많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이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을 갖다가 정확하게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보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정확한 대책이 나올 수 없고 정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니까 국민이 미래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 그래서 지금 여론조사가 그런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거라고 저는 봐요.”(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6월30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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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탓’ 반복하는 윤 대통령

눈길을 끄는 건 인사 문제도 민생 문제도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인식과 발언이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래 거의 매일같이 출근길 기자 문답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여기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거친 발언을 여과없이 내놓으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높이고 있다는 겁니다.

인사와 관련해선 7월4일과 5일 잇따라 문제 발언이 나왔습니다.

▶4일 출근길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빈틈없이 발탁했다.”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과 비교될 수가 없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혈중알코올농도 0.251% 만취 운전 전력에 논문 중복 게재와 ‘조교 갑질’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자진사퇴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으로 보증금을 낸 공무용 렌터카를 임기가 끝날 때 개인용으로 인수하면서 보증금 1800여만원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고 떼먹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여서 또 ‘지인 찬스’ 논란이 불거진데다, 2014년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인물입니다. 어딜 봐서 ‘빈틈없고 도덕성에서 전 정부와 비교할 수 없다’는 건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5일 출근길
기자 “송옥렬 후보자나 박순애, 김승희 같은 경우 부실 인사·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
윤 대통령 “전 정권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
▶5일 김순애 교육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전임 정부 때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가리려는 ‘갈라치기’ 행태이자, 자신의 인사 실패에 대한 성찰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경제·민생과 관련해서도 논란성 발언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6월20일 출근길
기자 “미국 연준에서 기준금리 많이 올렸고 전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되는데 대책 있으신지?”
윤 대통령 “글쎄, 이게 지금 통화량이 많이 풀린데다가 고인플레이션,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전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지금 쓰고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거를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 타깃은 우리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물가를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잡기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뒷부분에 ‘민생물가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책임의식을 찾아보기 힘든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은 한가한데 경제 장관들만 모여서 대책을 세우고, 결과적으로 내용이라는 것이 유류세 인하 정도 발표하는 걸 보면서. (…) 앞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경제현안을 챙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위기 돌파하기 매우 어렵다.”(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6월20일 비대위 모두발언)

이런 비판이 있고서야,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뒷북’ 소리를 듣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민생을 챙겨야만 합니다. 앞에서 봤듯이, 한국갤럽 7월1주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2위가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12%)였다는 점을 깊이 새기기 바랍니다.

김건희 여사 행보 논란에 대해서도

[논썰] 윤 대통령에 등돌리는 민심 왜? 김건희 ‘비선’ 논란 전말. 한겨레TV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었죠.

▶6월15일 출근길
“어떻게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

이런 안이하고 자기 편의적인 인식이 ‘사적 지인 순방 동행’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남의 탓만 되풀이해온 윤 대통령의 행태가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인 셈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전 정권 탓’ ‘세계 경제 탓’ ‘처음이라서’ 같은 남탓과 변명을 멈춰야 합니다. 무너져가는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절박하게 대책을 찾아 내놔야 합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논썰에서도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도움 채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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