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8월 전세대란 없다지만 이젠 '월세' 걱정

채신화 2022. 7. 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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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우려 잠잠..금리인상에 '월세화' 가속
월셋값 상승 더 빠를 수..세입자 여전히 '한숨'

올 상반기만 해도 8월 '전세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전셋값이 크게 뛸 거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전망이 힘을 잃고 있다. 오히려 전세 매물이 쌓이고 가격 흐름도 특별한 변화 없이 잠잠해 하반기 전세시장 불안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전셋값이 높은 수준이고 수요가 몰린 월세 시장에서 급등세가 나타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8월 전세대란' 온다더니…생각보다 잠잠

최근 전세 매물이 늘고 전셋값이 하향 조정되는 등 전세 시장 불안이 한풀 꺼지면서 '8월 전세대란'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앞서 2020년 7월31일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을 시행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2022년 7월31일 이후부터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면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집주인이 자유롭게 전세보증금을 책정할 수 있는데, 향후 계약 갱신을 고려해 한 번에 4년치 인상분을 반영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임대차 시장에선 '공포의 8월'이 예상됐지만 우려와는 달리 전세 가격이 일부 하향 조정되고 매물이 쌓이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3주째 보합 또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1월24일 보합 전환한 뒤 반년 동안 상승 없이 보합하거나 하락했다. 올해 누적(1월3일~6월27일) 으로는 0.32% 하락했다. 수도권은 0.61% 떨어졌다. 

매물도 늘었다. 아실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365건으로 1년 전(2만275건) 44.8% 증가했다.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6월 마지막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94.3으로 지난해 12월6일부터 30주째 100을 밑돌고 있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전세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상생임대인' 제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직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을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하고 종전 양도세 비과세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조항도 면제하는 제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재 금리도 오르고 정부의 분양 또는 임대차 정책이 계속 발표되는 중이라 폭발적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8월 전세대란'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히려 월세 걱정…세입자는 여전히 괴롭다

그러나 정작 임대차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셋값이 소폭 떨어지는 추세지만 그동안 오른 것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고, 전셋값 상승 가능성이 아예 불식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지난 2018~2020년까지만 해도 4억원 초중반대였다. 그러나 2020년 7월 임대차2법이 시행되고부터 급등해 2021년 12월에 5억5950만원으로 전년 동기(4억5089만원) 대비 24.1%나 올랐다.

가장 최근인 5월 기준으로는 5억5700만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 1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1억원가량 높은 상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셋값이 상반기엔 거의 안 오르다시피 했지만 8월 지나면 '대란' 수준은 아니어도 오르긴 할 것"이라며 "지난 4년간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크게 올랐는데, 새로 계약할 때 그에 맞추려면 적어도 1억원 정도 확보를 해야 돼서 세입자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린다고 해도 월셋값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높은 전셋값과 대출 금리에 월세로 수요가 빠지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월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총 40만4036건 중 월세 거래는 24만321건으로 59.4%를 차지했다. 지난 4월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전세 비중을 처음으로 넘어선 이래 꾸준히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2020년만 해도 지수 100을 하회했지만 올해 5월 기준 102.5까지 올랐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전세에서 반전세 또는 월세로의 전환이 상당히 경직적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월세 변환이 빠른 적이 없었다"며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월세보다 싸고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어서 한동안 전세보다 월세 유사 계약이 많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원래 전셋값이 올라야 월셋값이 따라 올랐는데 이제 월세가 우선 상품이 되면서 가격이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며 "지금 남아있는 전세는 대부분 갭투자 매물이라 시장에서 전셋값 상승을 안 받아주면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금리가 월세보다 다시 낮아지거나 월세 상승세가 너무 빠르면 다시 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도 "올 하반기는 월세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상생임대인 제도 등 정부 정책을 통해 일부 전세 매물이 소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기존 전세 계약이 끝난 집주인은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거나 혹은 전셋값을 5% 이내로 올려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는 등 선택지가 늘어났다"며 "집주인이 자율적으로 전셋값을 유지 또는 소폭 상승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정책을 보완해 나간다면 전셋값 안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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