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임차인 모두 윈윈하는 '상생 임대인'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는 모두가 힘들었다. 그중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더 힘들었다. 때맞춰 착한 임대인 바람이 불었다. 상가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 준 것이다. 착한 임대인 바람은 부동산으로도 번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6.21 부동산 대책’ 중의 하나가 상생 임대인 제도다. 큰딸도 이 정책에 동참해 상생 임대인이 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상생 임대인 제도는 직전 계약 대비 전월세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에게 양도세 비(非)과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2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기존에는 혜택 대상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에 한정됐었다. 이번 대책에서는 집값 기준이 없어져 모든 주택이 대상이 됐다.
왜 이런 정책을 마련했을까? 임대차 3법에 따라 2년 후 재계약하는 시점이 8월이다. 4년 치 보증금과 월세가 한꺼번에 오르는 전월세 시장 대란이 올 수 있다. 정부가 임차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상생 임대인 제도다. 이는 착한 임대인 운동처럼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것이다.
딸의 경우를 보자. 딸은 2020년 8월 소형 아파트를 구매했다. 전세를 끼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 신혼집을 미리 마련한 것이다. 원래 2년 임대 후 결혼해서 들어가 살려 했지만, 예비 신랑 직장 문제로 여의치 않았다. 신혼집은 신랑 직장 근처에 마련하기로 하고 다시 2년을 임대하기로 했다.
딸이 재임대를 하려면 임대차 3법 적용을 받는다.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은 임대인이 살던 집에서 2년을 더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기간 중 1회에 한해 갱신 요구가 가능하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5% 이내로 증액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하려는 경우는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딸의 아파트는 9월 9일이 전세 만기다. 전세나 월세 기간 만료 6개월~2개월 전까지 임차인이나 임대인이 계약 변경 유무를 통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자동 계약 기간이 연장된다. 이를 법률 용어로 전월세 묵시적 갱신이라고 한다.
딸 집에 전세를 사는 사람은 임대 만기 3개월을 앞두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했다. 전세금을 5% 이내로 올려 달라는 것이다. 신혼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딸은 정부 발표를 보고 상생 임대인이 되기로 했다.
임차인 요구에 따라 딸은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재계약은 부동산에 가서 했다. 딸이 직장 일로 내가 대리인이 되어 대신 계약했다.
재계약을 위해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다시 썼다. 새 계약서에는 증액된 보증금, 계약 기간 변경 등을 특약사항으로 기재했다. 특약사항에는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보증금을 증액하여 계약서를 재작성한다는 사항을 명시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연장 계약은 한 번만 가능하다. 딸의 집 아파트 임차인은 2년 거주 후 2년 더 임대 기간이 연장돼서 2년 후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다.
계약을 도와준 부동산중개사는 혹시라도 모르니 계약갱신청구로 인한 계약임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증명, 확약서, 휴대폰 문자 등으로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게 좋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갱신청구로 인한 연장인지, 묵시적 갱신으로 인한 연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수 있다. 2년 후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확약서를 쓰고 확실히 해두었다.
부동산중개사는 임차인에게 기존 계약서도 꼭 보관하고 확정일자도 다시 받으라고 했다. 임대차 기간만 연장이 되는 경우라면 확정일자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되지만, 금액이 증액된 경우라면 연장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기존 보증금뿐만 아니라 증액된 보증금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딸이 상생 임대인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가장 큰 게 2년 실거주 요건 면제다. 딸의 아파트는 투기과열지구로 2년 실거주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위한 조건이다. 딸은 아파트 구매 후 계속 임대해서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했는데, 상생 임대인 제도로 실거주 요건을 면제받게 됐다. 상생 임대인 혜택은 2021년 12월 20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체결된 계약분을 대상으로 한다. 전세 계약 만기는 2024년 12월 31일을 넘어도 계약만 기한 내에 하면 된다.
또한 지금까지는 임대 개시 시점에 기준시가 9억 원 이하 1세대 1주택자만 상생 임대인에 해당됐지만, 앞으로는 다주택자도 상생 임대인이 될 수 있다. 단, 혜택을 받으려면 주택을 양도하는 시점에 1세대 1주택자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은 임차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재계약을 하러 온 임차인은 임대료 인상을 걱정했는데, 많이 올리지 않아 고맙다고 했다. 2년 전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상승한 전월세금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생 임대인 제도가 이런 불편함을 줄여주고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