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기술](69) "코웨이, 정수기 중금속 알고도 숨겨".. '고지의무 위반' 집중해 집단소송 勝

김지환 기자 2022.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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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자사 제품서 니켈 검출됐지만 은폐
소비자들 집단소송, 남희웅 변호사 대리
2심서 '고지의무 위반'에 집중
정수기 계약한 8만7000여명, 배상 길 열려
홍콩 전자전에 코웨이가 차린 부스 전경. /조선DB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

코웨이하면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시장에서 오랜 기간 ‘깨끗한 정수기’로 자리매김했던 2016년, 코웨이(당시 웅진코웨이)를 향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빗발쳤다.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이 발견됐고, 이를 알고 있었던 코웨이가 1년 가까이 숨겼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크게 분노한 소비자들 600여명(가족단위 약 2500명)이 집단소송에 나섰다.

6년여가 흐른 올해 5월 26일 이 사건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코웨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근거는 계약서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고지의무 위반’이다. 코웨이가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를 저버렸다는 취지다. 특히 이 판결과 같은 내용의 판결이, 같은 날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그리고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에서도 나왔다. 이에 따라 코웨이는 문제가 생긴 정수기 계약자 총 591명에게 100만원씩 배상하게 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점도 이번 소송의 관전 포인트였다. 총 세 갈래로 진행된 소송을 모두 이끈 건 남희웅(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다. 그는 개인 사무실(남희웅 법률사무소)을 운영 중이다. 3차례 소송의 1·2심에서 코웨이를 대리한 건 법무법인 광장이었다. 광장은 2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패소했다. 각 상고심에서는 코웨이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알고도 숨겼던 코웨이, 은폐는 얼마 못 갔다

지난 2015년 8월, 코웨이는 소비자 제보로 판매 중이던 얼음정수기 3개 모델(한뼘얼음정수기·커피얼음정수기·스파클링아이스정수기)에서 니켈(섭취 시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것을 인지했다. 모두 회수해 보니 에바(증발기·얼음을 만들어내는 부품)의 색이 변하면서 도금이 벗겨졌고, 니켈이 검출된 것이다. 직원들이 사용하던 정수기 20여 대에서도 니켈이 나왔다.

하지만 코웨이는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동시에 코웨이는 ‘거름망’ 서비스를 고안했다.

코디(정수기 점검·관리 등 서비스를 해주는 직원)를 각 소비자들에게 보내 “정수기 성능을 업그레이드 해준다”며 정수기 에바에 거름망을 씌웠다. 이 작업은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진행됐는데, 각 코디들은 소비자들에 얼음이나 물에 니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코웨이는 해당 모델 1010대의 수질을 조사해본 결과 90% 이상에서 니켈이 검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7월 언론을 통해 모든 사실이 낱낱이 공개된 뒤 코웨이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보도에 대한 원론적 내용이었다. 문제가 생긴 제품은 생산된 제품 중 일부였고, 1년 전부터 안전장치를 설치해 97% 이상 문제없도록 조치한 데다, 사용료를 반환해주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정부는 민관 합동 제품결함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고, 문제가 발생한 모델의 정수기 100대 중 22대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지는 손상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엇갈린 1심 판결... “고지의무 위반” “증거 없다”

소송은 코웨이 정수기 피해자 대표가 남 변호사에게 자문을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남 변호사는 원고 모집과 함께 알레르기 등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인하대 연구팀의 임상시험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특히 인하대 연구팀은 정수기 사용 후 문제를 호소하는 피해자들 5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남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호소한 장염이나 피부병 등 증세와 정수기 사용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고자 노력했다”며 “피해자를 상대로 이뤄진 녹색병원의 피해사례 조사와, ‘독성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한 인하대 연구팀의 논문 등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남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 위반, 민법 750조상 불법행위, 민법 390조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원고에 계약자 가족까지 포함해 1인당 300만원씩 청구했다.

원고 모집에 시간이 걸리면서 소송 접수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코웨이 측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문제의 제품들을 회수했다. 1대당 3~5만원하는 렌탈비를 모두 돌려주면서 제품을 가져간 것이다. 남 변호사는 이를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했다.

코웨이 측은 니켈이 검출된 제품은 단 1대로 제조물 결함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니켈은 어떤 자연환경에서도 미세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독성물질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선 것이다.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 만큼 1심 결과도 나뉘었다. 우선 1차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당시 부장판사 김동진)는 2018년 11월 남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전제돼야 하지만, 인정하기 어렵다”며 제조물 책임법 위반·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하자가 발생했고, 계약(렌탈 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해 계약당사자가 해야 할 고지의무를 저버렸다”며 100만원을 배상토록 판결했다.

하지만 2차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당시 부장판사 김인택)는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이 사용한 정수기에서 니켈이 떨어졌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코웨이가 사후 조치를 한 점 △정수기 사용 기간이 2년을 넘지 않은 점 △니켈 박리 현상이 일부에 불과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3차 소송에서는 1차와 같은 판단이 나왔다.

남희웅 변호사. /조선DB

◇남희웅 변호사, 2심서 승소... 일부 주장 포기가 주효

남 변호사는 대형 로펌을 상대로 승소한 비결로 ‘선택과 집중’을 들었다.

남 변호사는 1차 소송의 2심에서 주위적 청구를 포기했다. 주위적 청구는 제조물 책임법 위반과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었는데, 재판부별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남 변호사는 ‘고지의무 위반’만을 강조하면서 청구액수도 줄였다.

남 변호사는 “코웨이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건강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코웨이에 고도의 책임이 있으며 ‘깨끗한 수질’을 광고한 코웨이는 철저하게 고지하고 알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코웨이 측은 “1대에서만 니켈이 검출됐고, 고지의무가 없었다”며 “이미 환불을 해줌으로서 700억~8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맞섰다. 1심과 유사한 논리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1차 소송의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민사12-1부(부장판사 천대엽)는 남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계약은 사용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그 안전성·신뢰성을 책임짐으로써 깨끗한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코웨이의 약속”이라며 “이에 따라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니켈 검출 사실을 알았더라면 문제가 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았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며 “정당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한 데 따른 소비자들의 상당한 정신적 충격 등을 손해의 발생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코웨이가 보도가 나오기 전 고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라고 봤다. 이후 2·3차 소송의 2심도 천 부장판사의 결론과 같은 판단을 내놨다.

남 변호사가 주위적 청구를 포기한 건 자신의 소송인단에 포함된 원고뿐만 아니라, 8만7000여대의 정수기를 구매한 약 8만7000명의 소비자들을 고려한 결과였다.

1차 소송의 2심을 심리한 당시 천 부장판사(현 대법관)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면, 8만7000대에 대해서 판결하는 것과 같다”며 “8만7000명의 원고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주장을 포기했다는 것이 남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1·2·3차 소송에서 모두 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당시 코웨이의 제품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들은 소송을 내게 되면 1인당 100만원씩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 변호사는 “이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해당 제품의 계약자로 추정되는 8만7000여명은 니켈 검출 유무와 상관없이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100만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기업 논리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것을 조금이나마 보상하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남희웅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 200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1(시유지)의 펀스테이션 수분양자 사건을 맡아 성남시로부터 분양대금 250억원을 회수했고, 가수 싸이 소유 건물의 임대차분쟁에서 임차인측을 대리해 승소했다. 서울시 문화유산인 ‘공씨책방’(헌책방의 대명사) 관련 분쟁에서 임차인을 대리하여 분쟁을 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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