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교수, 4시간 90만원짜리 '강제 레슨'..3시간은 아내가

장나래 2022. 7. 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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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음악대학의 한 교수가 방학 기간에 학부생들에게 90만원가량 비용이 드는 레슨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과 소속 학생인 ㄷ씨는 "레슨이 총 4회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 레슨은 단 1시간뿐인데도 90만원을 내야 한다"며 "방학 때에 한회당 15만∼3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가며 교수 개인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90만원을 필수 레슨 한 번으로 걷어가니 경제적 부담이 정말 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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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클래스 학부생 필수 참여 공지
"교수 1시간 레슨인데 경제적 부담"
취재 시작되자 자율 신청으로 변경
게티이미지뱅크

연세대 음악대학의 한 교수가 방학 기간에 학부생들에게 90만원가량 비용이 드는 레슨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을 토로하며 음대 교수들의 불합리한 레슨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토로한다. 해당 교수는 “강제로 수강하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연세대 음대 피아노학과 ㄱ교수의 조교는 지난달 25일 클래스 학부생과 대학원생 전원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ㄱ교수 여름방학 마스터클래스’ 공지글을 올려 “이번 여름에 교수님께서 여름방학 중 클래스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하신다고 한다. 학부 전원 필수 참여해야 하며, 대학원 여러분도 희망하시는 분들께선 언제든지 참여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학교 교과 과정과 별개로 교수가 자체 구성한 방학 프로그램에 교수가 담당하는 학부생들의 전원 참여를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수강비용은 4시간 레슨에 90만원이었다. 4시간의 레슨 가운데 ㄱ교수의 레슨은 한 시간이고, 나머지 3시간은 ㄱ교수의 아내인 ㄴ씨가 맡았다. ㄴ씨는 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지만, 연세대 교수나 강사는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 학기에 560만원에 달하는 학비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방학 때마다 관행적으로 열리는 교수 레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 참여인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학부생 전원 필수 참여를 요구해 반발이 컸다. 해당 학과 소속 학생인 ㄷ씨는 “레슨이 총 4회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 레슨은 단 1시간뿐인데도 90만원을 내야 한다”며 “방학 때에 한회당 15만∼3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가며 교수 개인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90만원을 필수 레슨 한 번으로 걷어가니 경제적 부담이 정말 크다”고 호소했다. 학생 ㄹ씨는 “1학년 때 담당 교수가 정해지면 4년, 혹은 그 이상 대학원까지도 가는 구조여서 교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레슨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연세대 음악대학 피아노학과 ㄱ교수의 여름방학 마스터클래스 개최 공지. 독자 제공

ㄱ교수는 지난 2일 <한겨레>에 “방학 때 연습을 게을리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강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강압으로 느낄 수 있었겠지만, 부담이 되는 학생은 참가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여름 음악 마스터클래스는 수도 없이 많이 있기에 전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교 소속이 아닌 아내를 레슨 강사로 초빙한 데 대해서는 “학교 정규 과정을 만든 것도 아니고, 마스터클래스의 구성은 구성하는 사람의 자유다. 레슨 구성이 마음에 안 들면 참가하지 않으면 된다”며 “학교 교수인지 여부는 마스터클래스의 강사 적합성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ㄱ교수는 지난 3일 학부생 필수가 아닌 자율 신청제로 변경해 재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ㄱ교수의 조교는 공지 글을 올려 “마스터클래스가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학생은 당연히 참여 안 해도 괜찮다. 마스터클래스 취지는 교수님께서 연습을 미리미리해서 다음 학기 실기시험을 잘 보기 위해 도움 주시려고 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ㄷ씨는 “음대 내 부담스러운 레슨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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