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6국 수출 ‘투란도트’… 딤프 개막작으로 귀환

대구/박돈규 기자 2022. 6.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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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현장
2011년 대구서 창작한 뮤지컬, 대본과 음악 등 로열티 받아
“한국 뮤지컬의 달라진 위상 목격”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 개막작으로 초청된 슬로바키아 뮤지컬 ‘투란도트’. 2011년 대구에서 초연된 후 유럽 6국에 수출한 라이선스(대본과 음악)로 현지에서 만든 작품이다. 공연할 때마다 한국 창작진이 로열티를 받는다. /딤프 사무국

“맞춰봐 내가 숨긴 수수께끼/ 맞춰봐 여전히 희망이 있는지~.”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개막작 ‘투란도트’가 올라간 지난 24일 밤 대구오페라하우스. 슬로바키아 배우들이 그 나라 말로 노래하고 한국어·영어 자막을 붙인 이 뮤지컬은 원산지가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made in Korea)’이다. 대구시와 딤프가 2011년 초연 후 유럽 6국에 수출한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가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선스 버전으로 제작돼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라이선스(이야기와 음악) 수출 이후 이 뮤지컬은 공연할 때마다 로열티 12%를 한국 창작진이 받고 있다.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 대형 뮤지컬 시장에는 수입·번안한 작품이 많아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외국이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는데 ‘투란도트’는 정반대 사례”라며 “’라이선스 수출국’이라는 한국 뮤지컬의 달라진 위상을 대구에서 처음 목격한 셈”이라고 했다.

투란도트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슬로바키아 뮤지컬 ‘투란도트’는 공연할 때마다 한국 창작진이 로열티를 받는다. /딤프 사무국

◇다시 태어난 ‘투란도트’

뮤지컬 ‘투란도트’는 수수께끼를 내 구혼자들을 죽이는 잔혹한 공주 투란도트의 이야기다. 작가 이해제와 작곡가 장소영은 원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배경을 바닷속 왕국 오카케오마레로 바꾸고 음악을 창작했다. 무대는 온통 핏빛. 기둥과 계단도 차가운 직선이 지배했다. 폭풍을 만나 배가 뒤집히고 이 왕국에 도착한 칼라프 왕자는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투란도트 공주에게 반한 그는 “당신의 저주를 풀겠다”며 목숨을 건 게임을 시작한다.

올해 딤프 개막작으로 초청받은 이 뮤지컬은 2020년 3월 슬로바키아 노바스체나 극장에서 초연한 슬로바키아 라이선스 버전이다. 현지에서 시즌 프로그램이 될 정도로 흥행했다. 내한 무대에서 배우들은 가벼운 한국어를 사용해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궁중 광대 핑, 팡, 퐁, 팽의 도깨비 분장도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남아 있는 한국적 감성, 유럽에서 덧댄 색깔 등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28일까지 공연한다.

대구 동성로 ‘만원의 행복’ 티켓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딤프 사무국

◇3년 만에 북적이는 달구벌

지난 25일 오후 대구 동성로 ‘만원의 행복’ 부스 앞은 줄이 길었다. 딤프의 모든 유료 공연을 각 1만원에 구매(1인당 2장까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윤모(25·서울)씨는 “오늘 뮤지컬 ‘쇼맨’을 보고 싶었는데 이미 매진됐다. 올해 4년째 딤프를 방문했는데 코로나 이전처럼 붐비고 활기를 되찾은 느낌”이라며 “다음 주에 친구들과 대구로 1박 2일 뮤지컬 여행을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개·폐막작을 해외에서 초청한 건 코로나 이후 3년 만이다. 당초 폐막작으로 검토한 러시아 뮤지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전격 취소됐다. 그 자리를 채운 ‘더 콰이어 오브 맨’(7월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은 영국 올리비에상 후보에 오른 펍(pub) 뮤지컬. 포크부터 록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모두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세상에서 아무 능력 없이 태어난 평범한 주인공을 그린 ‘스페셜 5′, 역대 최고 경쟁률을 뚫고 초연된 ‘산들’도 주목받았다.

뮤지컬 '스페셜5' /딤프 사무국

◇서울에서 100분 거리

대구는 지금 새로 만든 뮤지컬을 가장 먼저, 가장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 도시다. 국립뮤지컬센터도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3년 만에 재정비된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대구는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니라 ‘테스트 마켓’으로 자리를 잡았다. 해외로 역수출한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 같은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딤프는 7월 11일까지 이어진다. 관객 절반은 서울·부산·울산·창원·대전 등지에서 온 외지인.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시속 300km로 동대구역에 닿는다. 100분 거리다.

슬로바키아 버전의 뮤지컬 '투란도트'. 투란도트 공주가 저주에서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다. /딤프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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