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임대인, 무주택자에겐 기회.."올해 전세 만료 주택 갭투자 타깃"[부동산360]
실거주요건 사라져 갭투자 기대감 '업'
"당장 전세안정 효과는 미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올해 12월 31일까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후, 2024년 12월 31일 이전에 임차인과 5% 이내 인상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하면,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23일 오후 186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최대 부동산 카페 ‘부동산스터디’ 게시판에 올라온 상생임대인 제도에 관한 궁금증이다. 무주택자인데 연말까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하면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 카페엔 정부가 21일 발표한 ‘상생임대인 제도’에 대한 수백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주로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자신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상생임대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상생임대인 지원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윤석열 정부가 8월 이후 우려되는 전월세 불안을 막기 위해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다. 임대료를 5% 이내 인상하는 소위 착한 집주인에 대해 혜택을 늘리는 방안인데, ‘갭투자 증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폐지’ 대신 ‘개선’ 택한 상생임대인 제도=윤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으로 상생임대인 제도를 선택한 건 다소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선 이 제도 도입 초기 “정책효과가 미미한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7월 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월세 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실효성없는 임시방편책을 내놓았다는 의미에서다.
최초 상생임대인 제도는 임대인이 전세 재계약 때 직전계약 대비 5% 이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경우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요건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해 주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2017년 8월 이후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을 양도할 때, 비과세 조건이 되려면 2년 이상 거주하는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데 이 기간을 줄여주겠다는 조건이다.
당시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임대차2법 시행 2년째가 되는 2022년 8월 이후, 우려되는 전월세 불안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도입 당시 시장에선 실효성 논란이 컸다. 1가구1주택자에만 해당하고, 임대 개시 시점의 공시가격이 9억원(시세 12억~13억원) 이하 주택의 전세로만 대상을 한정하는 등으로 적용 대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어 시장 안정화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윤 정부는 지금까지 논란에도 상생임대인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개선해 활용하는 쪽을 선택했다. 새 정부 역시 8월 이후 전세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하다고 판단하는데,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생임대인 제도의 세부 내용은 대폭 수정했다. 기존 상생임대인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이다. ‘임대 시점 1세대1주택자’, ‘9억원 이하 주택’이라는 상생임대인 인정 요건은 폐지하고, 대신 ‘임대개시 시점에 다주택자여도 향후 1주택자 전환 계획’이 있으면 됐다. 현재 2주택자이건 3주택자이건 상관없이, 향후 임대를 놓는 1주택만 제외하고 판다는 조건만 맞으면 상생임대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제도 적용 기간도 2024년 12월 31일로 2년 연장했다.
▶늘어난 혜택…갭투자 증가 가능성=개정된 조건에 따르면 상생임대인에 대한 혜택도 늘었다. 이전 제도에선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해 실거주 요건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여주는 정도였지만, 이번엔 아예 2년 거주요건을 없앴다. 최대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한 조건에도 2년 거주요건을 면제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양도세 면제를 위한 실거주 요건이 없어지면, 무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넓어진다”며 “가을 이사철 전셋값이 들썩이면 상생임대인 제도를 활용해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주택자가 집을 한 채 사서 임대를 놓는 방식의 갭투자를 도모할 여건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윤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23년 5월 9일까지 시행하는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매물을 받아줄 수요자가 확대됐다는 의미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거래 위축이 심각한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매물이 나오면 집값 하락세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매물을 받아주는 갭투자 수요가 늘면서 매매시장을 활성화하는 절묘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내 전세 만료 주택 주요 타깃될 것”=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이 상생임대인 제도를 활용해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주택은 올 12월 이내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주택으로 한정될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상생임대인 제도가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임대차 ‘직전계약’과 ‘5% 이내로 올린 재계약’의 임대인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집주인인 내가 처음 계약한 임차인과 2년 후 재계약(5% 임대로 인상)을 하면 된다. 이는 사실 현재 시행 중인 임대차2법을 따르면 된다는 소리다. 다만 가장 큰 변수는 이 제도가 2024년 12월 31일까지만 시행된다는 것이다.
만약 A씨가 오는 8월 전세계약이 1년 남은 아파트를 ‘갭투자’로 산다고 하자. 이 아파트에는 내년 8월 전세가 만료되는 세입자가 있다. A씨는 이 아파트 세입자와 내년 8월 재계약을 할 때 5% 이내로 인상한다고 해도 상생임대인이 되지 못한다. 이 아파트 세입자와 직전계약을 한 사람은 전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A씨가 상생임대인이 되려면 기존 세입자든 새로 세입자를 구하든 전세계약을 새로 한 후, 법이 정한 최소한의 전세기간(합의를 했다면 1년6개월도 가능)을 유지해 2024년 12월 31일 전에 5% 인상 갱신계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A씨의 경우 내년 8월 이후면 세입자와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2024년 12월 31일까지 자신이 계약한 세입자와 최소 전세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해 결과적으로 상생임대인이 되지 못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상생임대인 혜택을 이용해 갭투자를 하려는 무주택자들은 올해 말까지 전세 계약이 끝나는 주택 가운데 대상을 찾게 될 것”이라며 “신규 주택 수요가 다소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시장 안정 효과는 ‘글쎄’=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당초 목적처럼 단기간 임대차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1가구1주택자에 한해서만 상생임대인 혜택을 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정부는 현재 다주택자라고 해도 임대 한 주택 1채만 남기고 모두 팔면 상생임대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2주택자라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한다. 여전히 1가구1주택자에 대해서만 상생임대인 혜택이 있는 것이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다주택자 중에 자신이 살던 집까지 팔고 스스로 불안한 임대차 시장의 세입자가 되면서까지, 상생임대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대시장은 오히려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입주량이 줄면서 추가로 전월세 임대 물량이 나올 가능성은 작은데, 정부가 이번에 저리의 버팀목 전세대출 등 전세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월세 및 임차보증금 원리금 상환액 지원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곽창석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확인했 듯이 전월세 대출을 확대하면 임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하반기엔 서울 등 인기지역의 입주물량 감소 등의 효과로 전세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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