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45)길 나니 하나

김종목 기자 2022. 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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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길 다석철학 연구자

늙은이(老子) 42월은 길이 곧 한아(一者)요, 하나(一)라는 걸 깨닫는 글월이다. 39월에서 한아 얻은 이의 글월을 풀었다. 다석은 “한아님은 없이 계신이”라고 했으니 없이 계시는 님이다. 그 님의 큰숨이 움 솟아 돌면서 집집 우주에 두루두루 골고루 있지 않은 데가 없는 그것이 곧 ‘하나’다. 한아에 길 나니 하나다. 하늘이 그 하나를 얻어서 맑게 쓰고, 땅이 하나를 얻어서 편안케 쓰고, 신이 하나를 얻어서 령케 쓰고, 골이 하나를 얻어서 참으로 쓰고, 잘몬(萬物)이 하나를 얻어서 삶으로 쓰고, 임금들이 하나를 얻어서 세상고디 된다.

세상고디로 줄곧 뚫린 이가 참 씨알이요, 그 씨알이 임금이라는 것도 알아차리자. 닝겔, 흐르는 시선, 2008, 수채

세상고디로 줄곧 뚫린 이가 참 씨알이요, 그 씨알이 임금이라는 것도 알아차리자.

그러니 길이 하나를 낳았다느니, 하나가 둘을 낳았다느니, 둘이 셋을 낳고 또 셋이 잘몬을 낳았다는 둥 떠드는 것은 헛소리다. 길이 하나를 낳아 쪼개지면 길이 아니다. 길은 올바르고 똑바른 한아요, 하나다. 길이 한아요, 하나일진대 무엇을 낳는단 말인가! 하늘 ․ 땅 ․ 신(神) ․ 골(谷) ․ 잘몬 ․ 임금들이 한아(無極)에 움돌․숨돌(太極)로 길 솟나 하나로 돌아가는 그 하나를 얻어 쓴 것이다. 그 꼭, 가, 이른 한아를!

그 꼭, 가, 한아에 이르기 위해서는 뜻앎(意識)의 ‘높임’과 깨달음의 ‘높’을 닦아야 한다. 39월에서 “높임은 낮힘으로서 밑을 삼고, 높은 아래로 터 됐음이여”를 떠올리자. 하늘로 맑게 씀이 없으면 하늘이 찢어지고, 땅으로 편안을 씀이 없으면 땅이 흩어지고, 신으로 령함에 씀이 없으면 하는 일이 없어져 쉬고, 골로 참을 씀이 없으면 윽박지르며 을러대다가 그 힘이 다하고, 잘몬으로 삶을 씀이 없으면 잘몬 따위 다 없어지고 말 것이며, 임금들로 고디를 씀이 없이 높이기만 하면 믿음이 어그러질 것이라는 것도 되새기자. ‘높임’과 ‘높’에 큰 닦음의 깨달음이 있다!

‘높임’의 올바로는 저 스스로 ‘낮힘’을 키우는 것이다. 키워야 솟나 올라갈 수 있다. ‘뜻앎’은 늘 깨어서 알아차리는 것이다. 한울(하나) 두루(둘) 씨알(셋) 누리(넷) 다사리(다섯) 이음(여섯) 이룸(일곱) 여닫음(여덟) 아우름(아홉) 다엶(열) 온(백) 즈믄(천) 골(만) 잘(억) 울(조)까지 하나하나 오롯이 온통으로 그 올다스림(理致)을 꿰고 뚫어야 줄곧 솟구칠 수 있다. 하나하나마다 반드시 다 알아야 알아지고 그 다음이 열린다. 하늘․땅․사람 셋을 물음, 물음이 서면 하늘․땅․사람의 셋 물음을 불음, 불음이 불림으로 높아지면 하늘․땅․사람의 셋 앎이 풀어진다. 물음­불음­풀음 셋 잘 돌아 풀려 열리면 그 다음 위로 솟난다. 그렇게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가 올에 이르는 것이 그 꼭, 가, 이름이다.

잘 돌아 풀리기 위해서는 뜻앎(意識)을 위한 배움­실천­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음에서 배움­실천­이해, 불음에서 배움­실천­이해, 풀음에서 배움­실천­이해가 다 풀려야 다음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물음­불음­풀음이 ‘높임(솟구침)’을 위한 ‘낮힘’이다. ‘낮힘’을 제대로 키워 솟구쳐 ‘높임’이 열리면 아래 낮힘은 늘 열린 꼴로 알아진다.

‘높’은 아래가 저절로 터 됨으로써 열린다. 아래가 저절로 터가 되기 위해서는 ‘몸성히’ 닦음, ‘맘놓이’ 닦음, ‘바탈태우’ 닦음을 해야 한다. ‘낮힘’이 뜻앎을 알아 채우는 것이라면, ‘닦음’은 비우는 것이다. 비우고 비워야 저절로 아래가 터 된다. 빈탕으로 텅 비우고 비워야 등걸 밑동처럼 옹골차게 든든해진다. 그래야 저절로 열린다. ‘높’은 깊어지면서 넓어지는 것이다. ‘높’을 닦는 것은 몸­맘­얼을 밀어 밀고, 몸­맘­얼이 밀어져 믿어지면, 몸­맘­얼을 터야 한다. 밀기만 하면 믿어지지 않고, 밀어 믿기만 하면 우상이 된다. 믿어지면 밑을 터 비워야 한다. 밀음­믿음­밑음으로 돌아야 그 다음이 열려 비움이 커진다. 몸에서 맘으로 얼로 깊어져 올바른 참이 다 열리는 것은 바늘 끝에 이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깨달이와 떠돌이도 강을 건넜다. 강 건너의 땅은 환하고 캄했고, 또 캄하고 환했다. 크고 큰 숲이 눈이 부실 정도로 얼덜(恍惚)했다. 물내음이 맑고 깊었다. 꽃내음이 밝고 넓었다. 잘몬은 하나하나 빛을 드러내며 반짝였고 바람이 숲의 마음으로 흘러들어 자잘하고 싱그러웠다. 살아서 숨 쉬는 온갖 생명들이 서로를 휘어감으며 움을 틔웠다.

떠돌이 : 하나 둘 셋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냥 일 이 삼으로 보아서도 안 되고, 수를 헤아리듯 하나 둘 셋이라고 하면 어긋나겠어. 길 나니, 하나라는 건 그 하나가 한울이요, 한아이며 하늘이라는 뜻이겠지?

깨달이 : 그렇지. 길에 움 솟아 돌아가는 하나야. 없긋(無極)에 큰긋(太極)이 솟아 돌아가듯이 말이야. 그것들은 둘이 아니거든. 쪼개지지 않는 하나야. 여기서 길에 ‘나니’라고 해서 띄어쓰기 한 것은 ‘움 솟아 돎’을 뜻하기 때문이야. 바로 움 솟은 길 자리에 하나거든. 땅이 하늘 그리워 솟는 니은(ㄴ)이 싹트듯 솟았어(ㅏ). 그런데 그 솟은 니은이 제 자리(ㅣ)에 그대로 있거든.

떠돌이 : 가없고 밑 없이 큰 숨돌 하나 큰긋(太極)이 솟았네. 큰긋 움 솟아 돌아 나니 압(陽)이요, 그 움돌마루(動極)는 고요야. 고요가 나니 엄(陰)이지. 고요마루(靜極)는 돌아가는 움돌이고 말이야. 하나로 돌고 하나로 맑고 고요해. 서로 그 뿌리가 되어 갈마드니 한쪽은 엄, 한쪽은 압이라 그래. 그러니 그 엄압(陰陽) 한 꼴이 서지. 하나 나니, 둘이라는 뜻이야. 둘은 두루요 땅을 뜻하지.

깨달이 : 하나에 움 솟아 숨돌로 돌아가는 둘, 엄압은 큰긋에 한가지야. 큰긋 밑둥이 없긋이잖아. 그 숨돌의 둘이 돌면서 솟나니 셋이야. 씨알 살리는 움이지. 셋은 ‘세웃’이거든. 엄압이 잘 돌아야 세웃도 움 솟아 돌아가. 씨알은 ‘사람’을 뜻하는데, ‘사람’을 풀면 씨(ㅅ)가 솟되(ㅏ) 줄곧 흐르면서(ㄹ) 솟는데(ㅏ) 그 자리는 하늘땅이 돌아가는 미음(ㅁ), 곧 마음이요, 그 마음의 터가 여기라는 거야.

떠돌이 : 그러니 셋 나니, 잘몬이군. 세웃으로 곳곳에 움 솟아 돌아가는 것이 잘몬이니까!

깨달이 : 잘몬 그늘을 지는 것은 엄(陰)이요, 볕을 품에 안는 것은 업(陽)이라고 했어. 지고 안는 것은 큰긋(太極)으로 움 솟아 돌아가는 걸 뜻해. 큰긋이 없긋(無極)이니, 텅 비어 빈 빈탕의 김(沖氣)으로 두루두루 골고루 고르지. 김은 숨이니까 숨김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떠돌이 : 39월에서 “하나로 솟아 세상 고디가 된 임금들이 저 스스로 말하기를 외롭이, 홀아비, 쭉정이라고 하지.”라고 했어. 외롭이, 홀아비, 쭉정이를 사람들은 아주 싫어하지. 그건 세상 고디가 된 임금들이 저 스스로를 그렇게 이름 지어 부르는 거거든. 25월에서는 “몬 있어 온통 되니, 하늘땅보다 먼저 났네”라고 했어. 그러면서 “몬은 먼지의 옛말이지.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이어서 눈에 보이는 게 아냐. 첫숨(元氣) 웋숨이 열릴 때부터 몬은 숨과 함께 했지. 몬은 숨이 감아 돌면서 태어났거든. 숨이 환빛(靈光)으로 터져 열려서 감아 도는 환컴(恍惚)이 되자 몬이 일어 온통이 되었지. 말로 풀어 그리되었다고 할 뿐 그것은 처음에 하나로 한꺼번에 비롯된 온통이야.”라고 풀었어. 몬이 꼴몬으로 바뀔 뿐 꼴몬이 몬은 아니니 더는데 더하기도 하고, 더하는데 덜기도 하지. 늘 온통의 몬으로 있기 때문이야.

깨달이 : 노자 늙은이에서 자기를 굳세게 내세우는 말 하나는 “남 가 가르치는데는 나도 또 가르쳐 가리니”라는 말이야. 앞에서 그가 “그 꼭, 가, 이른 한아”를 말했기 때문이야. 남이나 나나 모두 그 꼭, 가, 이른 한아를 알아야 하거든.

떠돌이 : 그렇지. 노자 늙은이는 숨은 자(隱遁者)가 아니야. 오히려 글월에 소리울림을 실어서 사람 마음을 텅텅 울리게 하는 율려(律呂)라고 해야지.

떠돌이 : 텅텅 울리게 하는 율려를 마음에 품지 못하는 억지 센 놈이 있어. 그런 놈은 죽음을 얻지 못하니, 죽을 수도 없단 얘기야. 사람의 몸이 죽어도 마음은 죽음을 얻지 못한단 소리지. 억지를 내려놓는 마음공부가 필요해.

깨달이 : 마음공부! ‘높임’으로 키워 솟구친 만큼, 스스로 저절로 아래 터가 열려 ‘높’ 오르기 위해서는 수준에 따른 앎의 공부와 마음챙김을 해야 하지. 조금 알고 조금 열려 위아래가 보인다고 건너뛰기 하면 안 돼. 맨꼭대기는 늘 없꼭대기요, 맨꽁무니도 밑 없다는 걸 알아야 하거든. 늘 ‘모름지기’로 돌아야 새 앎이 커지고 그만큼 깨달음도 깊어져. 커지고 깊어지는 그 사이를 오르내리며 ‘모름지기’로 묻고 불리고 풀면서, 또 밀어 밀면서 믿고 밑을 터야 해.

떠돌이 : 밀음 믿음 밑음. 몸에서 가온찍기까지 열다섯 번의 밑음이 이뤄져야 온통으로 다 뚫려 ‘줄곧뚫림’이 올발라져. 길 나니, 하나 한울이요. 하나 나니, 둘 두루요. 둘 나니, 셋 씨알 세웃이라. 씨알 세웃으로 나고 나니 잘몬이라는 그 참올(眞理)의 올다스림을 가르침으로 애빌 삼아야지. 자, 그럼, 글월을 다시 새겨볼까?

■김종길은

다석철학 연구자다. 1995년 봄, 박영호 선생의 신문 연재 글에서 다석 류영모를 처음 만났는데, 그 날 그 자리에서 ‘몸맘얼’의 참 스승으로 모셨다. 다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민중신학과 우리 옛 사상, 근대 민족 종교사상, 인도철학, 서구철학을 좇았다. 지금은 그것들이 모두 뜨거운 한 솥 잡곡밥이다. 함석헌, 김흥호, 박영호, 정양모, 김흡영, 박재순, 이정배, 심중식, 이기상, 김원호 님의 글과 말로 ‘정신줄’ 잡았고, 지금은 다석 스승이 쓰신 <다석일지>의 ‘늙은이’로 사상의 얼개를 그리는 중이다.

■닝겔은

그림책 작가다. 본명은 김종민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큰 기와집의 오래된 소원>, <소 찾는 아이>, <섬집 아기>, <워낭소리>, <출동 119! 우리가 간다>, <사탕이 녹을 때까지> 등을 작업했다. 시의 문장처럼 사유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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