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임대인' 조건 완화·범위 확대..전월세 안정 내세워 '집주인 감세'
정부가 21일 내놓은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은 오는 7월 말 ‘임대차3법’ 시행 2년째를 맞아 불안해질 우려가 높은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임대차3법 개선’이 공약이었지만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두루 담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임차인보다는 임대인 지원에 무게가 실렸고, 이로 인해 효과가 불확실한 임대차 시장 안정을 명분 삼아 집주인들에게 폭넓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려 한다는 인상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앞세운 것은 ‘상생 임대인’ 제도 확대 시행이다. 현재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해 말까지 1년간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인상한 임대인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2024년 12월까지 연장하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 혜택을 더 주기로 했다. 현재 2017년 8월3일 이후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취득한 주택을 양도할 때 비과세를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데, 임대료 인상을 억제한 임대인에게는 이 가운데 ‘1년 거주’를 채운 것으로 인정했던 혜택을 이번에 ‘2년 거주’로 늘리고 적용 기간도 2년간 더 연장한 것이다. 여기에다 상생 임대인은 1세대1주택자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인 2년 거주요건도 채운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상생 임대인 인정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는 임대를 개시하는 시점에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세대1주택자에 한해 상생 임대인 자격을 인정하는데, 다음달부터는 9억원 기준을 없애고 다주택자라도 이후 매각 시점에 1주택자가 된다면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상생임대’를 명분 삼아 다주택자에게까지 폭넓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월세 세입자 지원을 위한 월세액 소득공제도 확대된다. 월세 세액공제율을 현행 최고 12%에서 최고 15%까지 올려 총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는 월세액(연간 750만원한도)의 15%를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총급여액이 5500만원 초과 7천만원 이하인 경우는 월세 세액공제율이 기존 10%에서 12%로 올라간다. 전세자금 대출이나 월세 보증금 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늘린다. 현재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해 연 300만원 한도로 40% 소득공제가 가능한데, 공제 한도를 연 4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1년간 갱신 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에 대해서는 전세대출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 정부는 만 19~34살, 연소득 5천만원 이하, 부부 합산 순자산 3억2500만원 이하 임차인에 대해 저리의 ‘버팀목 전세 대출’을 지원하는데, 계약 만료 때 보증금과 대출 한도를 함께 늘려준다. 이 경우 수도권 기준 보증금 한도는 3억원에서 4억5천만원으로, 대출 한도는 1억2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으로 각각 올라간다. 확대된 한도는 다음 달 주택도시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거쳐 오는 8월부터 적용한다.
무주택자 또는 1주택 보유자 등이 새 집을 살 때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도 시행된다. 우선 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이 현재 6개월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신규주택으로 전입해야 하는 의무는 아예 폐지해 신규주택이 임대 매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갭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수요자가 주담대를 받을 때는 일정 기간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새 집에 입주하도록 한 규제는 2018년 9·13 대책 때 처음으로 도입된 뒤 단계적으로 강화돼 2020년 6·17 대책 때 현재 규정이 만들어졌으나 이번 조처로 2019년 12·16 대책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마찬가지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계약자에게 부여되는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최대 5년간 실거주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즉시 2~5년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데 앞으로는 즉시가 아닌 해당 주택의 양도·상속·증여 전까지만 실거주 기간을 채우면 된다.
그 밖에 시가 9억원 초과 고가 1주택 보유자에게 전세대출보증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도 완화해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세 상승으로 인해 고가주택 보유자로 전환되는 경우라면 퇴거 시까지 전세대출보증 연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1억원 한도로 묶어 놓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올해 안에 2억원까지 늘리고, 가계부채·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완화도 검토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양한 임대차 시장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임차인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던 것들 외에 새로운 대책은 없고, 특히 청년·신혼부부 등은 전세자금 대출, 소득공제 확대 외에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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