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부담 숨통 틔워준 정부.. "여전히 똘똘한 한채가 대세"
무주택자 내집 마련 기회 확대.. 이달 후속대책 주목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재산세는 1세대 1주택자를 대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하향한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100%에서 60%로 내리면서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 3억원의 특별공제를 도입하는 등 다주택자와 1주택자 모두의 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대출한도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기준 80%로 확대해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형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3분기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 방식을 개선해 차주의 소득 흐름이 보다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출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유주택자의 주택 보유 부담이 줄어들고 무주택자의 매수 기회가 확대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시적 조치에 불과한 만큼 똘똘한 한 채로 흘러가는 대세적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달 발표될 후속 조치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 ”고가주택 보유자 보유세 20% 안팎 줄 듯”
16일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운용 비전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공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재산세는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60%에서 45%로 하향 조정된다. 종부세는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된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올해에 한해 ‘특별공제 3억원’을 적용해 과세기준금액이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낸다.
이번 조치로 고가주택을 보유한 유주택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20%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에 의뢰해 보유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올해 기준 공시가격이 각각 20억2600만원, 22억6600만원인 은마아파트(전용 84㎡)와 잠실주공5단지(전용 83㎡)를 보유한 2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하향 조정되면서 내야 할 보유세가 지난해 9970만원에서 올해 7827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세대 1주택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공시가격이 14억1024만원인 이촌동 한가람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내야 하는 보유세는 지난해 430만원에서 올해 350만원으로 18.5%가량 줄어든다. 공시가격 16억5000만원짜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114.7㎡)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가 484만원으로, 작년에 낸 보유세 655만원보다 26%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와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매물압박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1주택자의 경우 대출금리가 부담되더라도 굳이 급히 팔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줄었지만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금 혜택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유세만 해도 다주택자와 1주택자의 과세기준이 다르고, 양도세도 1주택자의 비과세 혜택이 더 크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주택 한 채만 남겨두려는 집주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우병탁 팀장도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라면서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똘똘한 1채 현상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무주택자 주택 매수기회 확대 긍정적 평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의 매수기회가 확대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정부는 우선 3분기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 적용되는 LTV의 상한을 지역·주택가격·소득에 상관없이 80%로 했다. 생애최초 LTV 우대 시 적용하고 있는 대출한도는 현행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다.
LTV가 80%까지 완화되면 연 소득이 높은 직장인들의 대출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 소득이 1억원인 직장인이 서울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일반 주택구매자와 마찬가지로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소득이 1억원 미만인 사람만 생애최초 LTV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가능한 금액은 3억6000만원(금리 3.46%·30년 원리금 균등상환 기준)이다. 이번 조치로 소득조건이 사라지면 LTV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므로, 최대 한도인 6억원 이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연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은 DSR 조건이 유지되는 한 대출한도가 늘어나지 않는다.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받을 경우 제도 도입 전·후 모두 3억73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중·저소득자들의 대출한도는 DSR 기준 완화와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3분기 중 상환기간 중 차주의 소득흐름이 보다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방식을 개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LTV 80%가 적용되고 대출한도도 6억원까지 늘어나면 서울 외곽이나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까지 구입할 수 있다”면서 “DSR까지 완화되면 무주택자의 주택마련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 당분간은 관망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도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외에 분양가상한제, 임대차법 2년차 등 주택시장에 추가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들이 있어 앞으로 후속 대책들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앞선다. 정부는 이달 중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제1차 회의를 열고 ‘임대차 시장 보완방안’과 ‘부문별 3분기 추진 정상화 과제’ 등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에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제 혜택이 주로 1주택자에게 적용되면서 시장 수급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어떤 대책들이 나올지를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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