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엉덩이를 핥아' 작곡..장난기 많은 '음악 신동'

기자 2022. 6. 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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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작품 쾨헬 번호 231번(W. A. Mozart, Leck mich im arsch k. 231) '내 엉덩이를 핥아'는 반주 없이 단순한 선율에 "레∼크 미∼히 임 아∼르슈"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곡이다.

독일어로 '레크 미히 임 아르슈'라고 하면 두 가지의 뜻이 있는데 하나는 '내 엉덩이나 핥으시지'라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이고, 다른 뜻으로는 친한 사이에서 '웃기시고 있네. 됐거든!' 정도의 악의 없이 장난기 섞인 시니컬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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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모차르트

파티에서 부르기 위해 만들어

웃기지만 진지…악의는 없어

주변 사람 즐겁게 해주려 고민

모차르트 작품 쾨헬 번호 231번(W. A. Mozart, Leck mich im arsch k. 231) ‘내 엉덩이를 핥아’는 반주 없이 단순한 선율에 “레∼크 미∼히 임 아∼르슈”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곡이다. 청아한 선율은 하나에서 두 개가 되고 점차 덧붙여져 6성부의 질서 있고 경쾌한 돌림노래로 발전한다. 흔히 듣던 고전 음악 카논 형식의 남성 6중창이다.

2분이 약간 넘는 노래인데 가사를 음미하고 있자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레크 미히 임 아르슈’라는 제목과 노랫말 때문이다. 독일어로 ‘레크 미히 임 아르슈’라고 하면 두 가지의 뜻이 있는데 하나는 ‘내 엉덩이나 핥으시지’라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이고, 다른 뜻으로는 친한 사이에서 ‘웃기시고 있네. 됐거든!’ 정도의 악의 없이 장난기 섞인 시니컬한 표현이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레크 미히 암 아르슈(leck mich am arsch)’라는 표현 대신 ‘레크 미히 임 아르슈(leck mich im arsch)’로 가사를 고쳐 썼다. ‘내 엉덩이나 핥으시지’에서 ‘내 엉덩이 안(항문)을 핥으시지’로 그 의미가 매우 더럽게 바뀐다. 고작 전치사 하나를 바꿔 자신이 창조해 낸 비속어가 모차르트에게는 그렇게도 기쁘고 자랑스러웠을까? 그는 이 곡을 친구들과 파티에서 같이 부를 요량으로 6성부의 남성 중창곡으로 만들어낸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중에 소위 ‘신전의 횃불을 지키는 사제’라 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로 장중하고 무거운 주제를 선호한다. 클래식 음악이 시작되면 부동자세는 기본이고, 어떤 감흥의 순간에도 실눈보다 더 가느다란 미소 정도가 전부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묵묵히, 클래식 음악 전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클래식 애호가 특유의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며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적 의지의 표현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일관적인 엄숙함은 어쩐지 숨이 막힌다.

연주가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연주 프로그램만을 내놓지 않는다. 작품을 연구하고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진지한 음악보다 오히려 밝은 음악이 더 어렵다. 오죽하면 “베르디는 울면서 시작해서 웃으며 끝내고, 모차르트는 웃으며 시작해서 울며 끝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모차르트의 작품을 연구하다 보면 그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언젠가 나의 독일 교수님은 이런 얘기를 하셨다. “유머는 존경의 표현일세.” 진지함과 진정성만으로는 어딘가 벽이 생기고 그만큼의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나를 배려한 상대의 유머 한마디에, 나를 염두에 둔 위트 있는 대화 주제에 마음이 열리고 호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시대 중년들의 그러한 노력이 이따금 ‘아재 개그’로 야유받기도 하지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위트남’으로 변신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머리 희끗한 중년들의 아재 개그에, 그리고 모차르트의 ‘내 엉덩이를 핥아’에 기꺼이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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