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덤2' PD "케플러 띄워주기? 라인업 제외가 오히려 역차별" [N인터뷰]①

엠넷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2일 종영한 엠넷 '퀸덤2'(연출 이연규, 이형진, 유준상)는 K팝 대표 걸그룹들의 컴백 전쟁을 다루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2019년 아이돌 컴백 서바이벌의 첫 시리즈 '퀸덤'이 방송된 뒤 2020년 '로드 투 킹덤', 2021년 '킹덤: 레전더리 워'를 거쳐 올해 '퀸덤2'가 방영됐다. 걸그룹 버전은 3년 만에 방송되는 것이었기에 방송 전부터 기대감이 커졌다.

'퀸덤2'에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여섯 팀이 출연했다. '롤린'으로 역주행 신화를 썼던 브레이브걸스, 여자친구 출신들이 결성한 3인조 비비지, 한 방이 필요했던 데뷔 7년 차 우주소녀, 퍼포먼스 맛집으로 소문난 이달의 소녀, 데뷔 앨범 초동 20만 장의 신화를 쓴 케플러, 톱 걸그룹 씨스타 출신의 디바 효린 등 각양각색의 출연진이 '퀸덤2'로 모였다.

여섯 팀은 '퀸덤2'를 통해 각자가 가진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강렬한 칼군무부터 눈 뗄 수 없는 무대 구성, 세련된 퍼포먼스, 이야기를 담은 무대 등이 펼쳐졌다. 치열한 경쟁 끝에 우주소녀가 우승을 차지, 마지막까지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이연규 PD는 리얼리티와 쇼를 세심하게 연결해 각 팀의 이야기와 무대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퀸덤'의 새 시즌을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 무대는 기본이고 글로벌 평가단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안전하게 공연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어갔다. 덕분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특히 이형진 PD는 "'퀸덤2'를 통해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게 목적이었는데, 우리 방송을 보면서 이 팀을 새롭게 알게 됐다는 글을 보면 뿌듯하고 좋았다"라고 해 출연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퀸덤2'를 마친 이형진 PD, 이연규 PD, 유준상 PD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엠넷 제공 © 뉴스1

-'퀸덤2'가 4개월 여의 여정을 끝냈다. 소감이 궁금하다.

▶(유준상 PD, 이하 유준상) 준비 기간까지 하면 6개월 정도였다. 겨울에 시작해서 여름에 끝났으니까. 그동안 하면서 즐거운 프로그램들이 많았지만 '퀸덤2'는 특히 의사소통이 잘됐던 팀과 함께 했다. 아티스트들도 열심히 해줘서 좋은 시너지를 낸 것 같다.

▶(이연규 PD, 이하 이연규) 마침표를 찍었다는 게 기분이 좋고, 제작진과 아티스트 모두 큰 사고 없이 달려온 게 다행이다. 아쉬운 건 코로나19로 인해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달의 소녀는 1차 경연에 아예 참석을 못했고, 우주소녀는 은서가 확진된 뒤 다른 버전의 무대를 연습해야 했다. 온전히 무대에 힘을 쏟지 못한 상황이 생긴 게 아쉬웠다.

▶(이형진 PD, 이하 이형진) '퀸덤2'는 팬데믹 이후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행돼 방송 안팎으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관객을 모시면서도 객석 간 간격, 마스크 착용 등 방송 외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 특히 대면 공연 관람이 가능해지면서 변동되는 부분이 많아서… 무대도 관객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등을 준비하는 등 많이 신경 썼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제작진도 아티스트도 펜데믹을 같이 헤쳐나가면서 안전하게 끝나 뿌듯하고 다행이다.

-'퀸덤'·'킹덤' 시리즈가 방영할 때마다 화제가 돼 새 시즌을 연출할 때 부담감도 있었겠다.

▶(이연규) 앞선 시리즈들의 무대가 너무 훌륭하지 않았나. 부담감이 너무 컸다. 시즌 1이 나왔을 때 신선했고, (프로그램도) 잘 되지 않았나. 3년 만에 새 시즌으로 찾아가는데, 신선함이 사라진 포맷이니 우리가 어떻게 새롭게 바꿀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연규 PD/사진=엠넷 제공 © 뉴스1

-각 PD들의 역할은 어떻게 분배됐나.

▶(이연규) 나는 전체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형진 PD는 쇼에, 준상 PD는 리얼리티에 집중했다. 우리가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함께 해 서로의 장점을 잘 안다. 셋이 모이면 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형진 PD는 편집도 잘하고 '엠카운트다운' 메인 PD 출신으로 무대적으로 역량이 있고 감각이 좋다. 준상 PD는 리얼리티에 특화된 친구다. 엠넷 서바이벌에 거의 참여했다. 이 셋이 모이면 '퀸덤2' 친구들의 면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유준상) (연규 PD는) 제작진이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셨다. 나도 이후에 메인 PD로 프로그램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에 많이 배웠다. '프로그램 잘 만들었다'를 넘어 수백 명을 컨트롤하고 윗선과 조율해나가는 역할을 잘해주셨다. 덕분에 모든 제작진이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

▶(이형진) 분위기가 되게 좋았다. 사실 여러 PD들이 모여있으면 연출하고자 하는 방향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후배 입장에서는 망설이게 되는 게 있는데, 이번에는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팀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제작진이 주인의식이 생겼다.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다.(웃음) 너무 잘하는 PD, 작가들이랑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퀸덤2' 캐스팅 기준이 궁금하다.

▶(이연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팀들을 기준으로 했다. 각 팀들의 서사를 다루고 싶었다. 브레이브걸스는 '역주행 신화'를 썼고, 이달의 소녀는 글로벌 팬덤은 탄탄하지만 국내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적다. 케플러는 신인이지만 당시 초동 20만장을 찍은 팀이고, 여자친구 출신으로 3명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비비지도 어떨까 했다. 걸그룹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효린도 솔로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형진) 우주소녀도 팀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명곡들이 굉장히 많은데 대중에게 덜 알려진 느낌이지 않나. 그 친구들도 조금 더 노력해서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스텝업을 할 거 같은데 답답해서 '퀸덤2'에서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형진 PD/사진=엠넷 제공 © 뉴스1

-캐스팅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듯한데.

▶(이연규) 캐스팅이 어려웠다. '하기 싫다' 이런 것보다는 경쟁 자체가 부담되고 10회 차이다 보니 스케줄상 참여하지 못한 팀도 있다. 브레이브걸스 측도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경쟁에 뛰어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그때 용감한 형제에게 국내를 넘어 글로벌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리자고, 맡겨달라고 설득했고 흔쾌히 출연 결정을 해주셨다.

-케플러는 CJ ENM 자회사 웨이크원 소속이라 라인업 발표 당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끼워넣기라는 비판도 있었고. 그런 시선을 감수하고 이 팀과 함께한 이유가 있나.

▶(이연규) '자회사니까 넣은 거 아니냐'라는 오해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런데 당시 데뷔 앨범으로 초동 20만 장을 넘긴 걸그룹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글로벌 팬들도 많고. 이 친구들을 제외하는 건 오히려 역차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팀을 K팝을 좋아하는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주자 싶었고, 서바이벌 경험자들이라 강단 있는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 외국인 친구들까지 K팝을 하겠다고 모이는 것도 힘들지 않나. 다국적 그룹의 다른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 싶더라.

▶(유준상) 새로운 이야기를 가진 팀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신인을 찾았을 때 케플러가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자회사 소속이라는 게 그들이 잘하는 걸 가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유준상 PD/사진=엠넷 제공 © 뉴스1

-시즌 1에 박봄, 시즌2에 효린이 솔로로 참여했다. 솔로 가수를 한 팀씩 꼭 참여시키고 싶었던 것인가.

▶(이연규) 솔로 아티스트를 꼭 끼려고 한 게 아니고, 조합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요즘 쟁쟁한 걸그룹들이 많은데 20대를 넘어 30대까지 알 만한 아티스트가 누가 있을까 했는데 효린이 떠오르더라. 무대 장악력도 너무 좋은 아티스트니까.

▶(이형진) 효린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걸그룹으로도 성공했고, 홀로서기를 한 후에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또 본인이 가진 탤런트도 많아 캐스팅하게 됐다. 사실 초반 독주는 예상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글로벌 팬층이 약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글로벌 팬들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현장 장악력이 뛰어나더라. 그런 예상 못했던 부분이 재밌었다.

-'퀸덤2'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연규) 이 친구들이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아이돌들을 찾아보는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졌지만, 대중에게도 매력을 어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팀도 팀이지만 개개인의 면면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싶어서 리얼리티부터 쇼까지 세심하게 연결하고자 고민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