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수배범을 목격한 아버지가 사라졌다[시네프리뷰]

2022. 6. 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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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는 소재적으로 사회가 외면하고 금기시하는 도덕과 관계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이런 요소가 관객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장치로서 역할이 크다.


제목 실종(さがす/ Missing)
제작연도 2021
제작국 일본, 한국
상영시간 124분
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가타야마 신조
출연 사토 지로, 이토 아오이, 시미즈 히로야, 미사토 모리타
개봉 2022년 6월 15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엔케이컨텐츠


근래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는 일본 영화감독들은 공교롭게도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때 고전 영화를 공부하며 일본 감독들의 이름과 작품을 섭렵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반가운 일이다.

최근 배우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브로커〉의 연출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맡았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데뷔한 이후 내놓은 〈원더풀 라이프〉(2001), 〈아무도 모른다〉(2005), 〈걸어도 걸어도〉(2009),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 대부분의 작품이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선 상업적으로도 크게 사랑받았다.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0년대 이후로 가장 주목받는 일본 영화계의 신예로 꼽히며 ‘제2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언급되는 하마구치 류스케 역시 대학원 졸업 작품 〈심도〉(2011)를 합작 형태로 한국에서 찍었다. 〈아사코〉(2019),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우연과 상상〉(2022) 등 내놓는 작품마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자주 한글이나 한국배우 등 한국과 관련된 이미지가 발견된다. 이번에 개봉하는 〈실종〉의 감독 가타야마 신조 역시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라고 먼저 소개되는 인물이다.

무서운 신예의 일취월장 두 번째 작품

2018년 내놓은 첫 장편영화 〈시블링스 오브 더 케이프(Siblings of the Cape)〉(2018)는 큰 논란을 빚으면서 화제로 떠오른 작품이다.

가난한 오빠는 자폐증을 가진 여동생을 돌보기가 버겁다. 오빠는 한쪽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된 후 둘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진다. 결국 그는 동생을 돈벌이에 이용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시작부터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소수자들의 불편한 상황이 비정하게 나열되는 이 작품은 파격적 노출까지 더해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종〉은 가타야마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영화다. 날것과 같았던 전작에 비해 장르적 구성이 치밀해지고 예술적 기교도 풍성해졌다. 루게릭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엄마가 죽고 난 후, 중학생 카에데(이토 아오이 분)는 종종 정신 줄을 놓고 빈틈이 많아진 아빠 사토시(사토 지로 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불안하기만 하다. 어느 날 저녁, 아빠는 딸에게 지하철 안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 분)를 목격했다며 포상금을 이야기한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휴대전화도 두절되고 만다. 학교 선생님이나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다들 형식적으로만 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이 커져만 가던 카에데는 스스로 아빠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염세적 세계관 속에 자리한 인간애

그의 영화는 2편밖에 안 되지만 확연히 눈에 띄는 공통분모가 있다. 일단 꽤 염세적인 세계관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그들과 비교해 평범해보이는 주변 인물들 역시 각자의 안위와 욕망을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소심하고 위태로운 심성을 드러낸다. 그들에게 완벽한 구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눈앞의 폭풍은 지나가지만, 욕망의 밑바닥부터 새로운 바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런 영화의 시선이 인물에 대한 섬세한 관심과 관찰을 통해 가능했다는 점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결국 그들 모두는 평범한 우리를 대변하는 자화상과 다름없다.

더불어 그의 영화는 소재적으로 사회가 외면하고 금기시하는 도덕과 관계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이런 요소가 관객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장치로서 큰 역할을 한다.

〈실종〉 역시 표면적으로 현상수배 중인 연쇄살인범과 그와 연루된 실종사건이라는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차용한다. 극이 전개될수록 과거로 후퇴하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결국엔 누가 선인이고 악인인지의 경계조차 모호해져 혼미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간만에 ‘영화적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작품을 보았다.

봉준호 감독의 조연출 출신 가타야마 신조

bunshun.jp


가타야마 신조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될 때마다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일본인 감독이 어떻게 봉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경험했을까?

2007년 여름에 그들은 처음 만났다. 당시 일본은 TV 프로그램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화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영화산업 전반이 회의에 빠져들고 있었다. 가타야마 감독은 10대 후반에 TV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을 시작해 조감독을 했지만,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즈음 한국인 친구에게서 봉준호 감독이 일본 촬영 스태프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감독과 함께 도쿄를 배경으로 한 합작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 중 〈흔들리는 도쿄〉편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타야마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여러 연출방식으로부터 자극받았다. 촬영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는 스토리보드, 배우와 스태프를 존중하는 소통방식, 무엇보다 작품만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모든 것을 통제해내는 능력을 보며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감독이 돼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가타야마 감독은 봉준호 감독 밑에서 좀더 영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차기작 〈마더〉에서도 조감독으로 지원했다. 한국어를 잘 못 해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받아주고 최소한의 소통으로도 작업할 수 있도록 가능한 역할을 맡겨준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가타야마 감독은 만약 봉준호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영화 만드는 일을 그만뒀을 거라며 은인이라고 말한다. 한참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일본의 젊은 감독을 우리가 예의주시하게 되는 이유 중 특별한 하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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