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블스' 스타 정은혜 진짜 일상..러블리 다큐 '니얼굴'(종합)

조연경 기자 2022. 6. 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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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캐릭커처 작가 정은혜 일상 다큐 '니얼굴' 시사회
노희경 작가 tvN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하며 관심 급부상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성장 "은혜씨 매력에 흠뻑 빠지길"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이토록 매력적일 수 없다. 뭐든 혼자 두면 더 잘한다. 보는 이들을 그야말로 끙끙 앓게 만든, 귀염둥이 스타 작가 은혜씨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 장애 캐릭터 영희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가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을 통해 이번에는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니얼굴'은 발달 장애인 은혜씨가 문호리 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정은혜 감독의 친부인 서동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모친이자 활동 26년 차를 맞은 베테랑 만화가 장차현실 작가가 프로듀서 겸 출연자로 함께 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할 일이 없어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은혜씨는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연필을 손에 쥐었다. 2013년 스케치북 위에 그었던 선 하나는, 2022년 세상의 시선을 바꾼 배우이자 작가를 탄생 시킨 출발선이 됐다. '니얼굴'은 정은혜 작가가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셀러로 본격적인 외부 활동을 시작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의 시간을 담아냈다.

서동일 감독은 "은혜씨가 20대 중반이 됐는데 맨날 방구석에서 어디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이 뜨개질이나 하고, 혼자 싸우고, 거의 뭐 미친 사람처럼 새벽까지 안 자고 겨우 잠들면 오후에 일어나는 현실을 보면서 참 암담했다. 외면하고 싶었고 그로 인해 우리 가족도 늘 우울했다. 근데 그림을 그리면서 달라지더라.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하고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의지를 봤다. '그래, 아빠로서 너를 응원하마!'라는 마음에 그 과정을 기록했고 영화화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당초 '니얼굴'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와이드앵글을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그 해 개봉을 추진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 제의를 받게 되면서 히든카드로 꽁꽁 숨겨 놓게 됐다. 서동일 감독은 "드라마 설정상 은혜씨는 철저하게 숨겨진 인물로 노출이 되면 안 됐던 상황이라 영화 개봉도 드라마 방영 이후로 늦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드라마를 통해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은혜씨 매력이 날 것 그대로 담긴 우리 영화도 기분 좋게 소문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다운증후군의 외모, 표정, 말투, 행동 등 요소들이 사실 이전에는 이상하게 보이고, 낯설게 보이고,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요인들로 작용했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만 했던 시간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방영 후에는 은혜씨가 사랑스럽고 귀엽고 매력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것 같아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다. 은혜씨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발달 장애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니얼굴'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발달 장애인의 힘겹고 어려운 삶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정은혜라는 사람 본연의 매력을 아낌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 만사 불만인 듯 툴툴거리고 한숨을 내뱉는 것이 일상이지만, 흡사 인생 2회 차를 사는 것처럼 대꾸하는 대화들과 손님들을 맞이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부모조차 의구심을 내비쳤던 문호리 리버마켓 출근도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그림을 쓱쓱 그려내는 은혜씨로 인해 매 주 이어질 수 있었다. 은혜씨가 입을 열 때마다 객석도 빵빵 터졌다.

서동일 감독은 "솔직히 처음 리버마켓에 나갔을 땐 은혜씨가 혹독한 현장을 견뎌낼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나부터 그 곳에 나가있는 것 자체가 짜증스러워 반대를 하기도 했다. 근데 은혜씨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더라. 그림도 5000원으로 시작해 점점 실력이 좋아지면서 가격이 올라갔고 주문량도 밀렸다. 다른 셀러들과 당차게 소통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아빠를 넘어 감독으로서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곁에 두고 있었네?' 싶었다"고 회상했다.

서 감독은 "다만 3년의 분량을 편집하려고 보니까 어떤 사건도 없고, 전개도 없고, 딱히 결말로 내릴 만한 것도 없더라. '이것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깊었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다"며 "그 결과 내가 현장에서 은혜씨를 볼 때 느꼈듯이 은혜씨가 가지고 있는, 당당함, 위트, 자존감, 매력들을 잘 녹여내 결국은 관객들이 기분 좋게 이 영화를 보고 나갈 수 있도록, 그래서 은혜씨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편집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엄마 장차현실 작가의 분량은 상당 부분 편집 됐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신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지만, 서동일 감독은 과감한 삭제를 결정한 것. 그는 "은혜씨가 좀 더 주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그녀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들을 더 많이 담아내고자 했다"고 단언했다. 이에 장차현실 작가는 "3시간 짜리 가편집이 나왔는데 내 모습 반, 은혜 모습 반이더라. 그때 서감독이 '당신은 다 빼버리면 어떨까?' 묻더라. 약간 기분은 나빴지만 또 괜찮은 생각인 것 같더라"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차현실 작가는 1997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 만화 '색녀열전'을 연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한겨레, 세계일보 등 여러 신문에 만화를 꾸준히 연재해온 그는 '작은 여자 큰 여자, 사이에 낀 두 남자' '또리네 집' 등 만화책을 발간하며 일하는 여성과 장애 부모로서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해왔다. 그간 은혜씨와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온 장차현실 작가는 '니얼굴'을 통해 은혜씨의 선배 아티스트이자 엄마로 자연스레 모습을 드러내며 작가 모녀의 특급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장차현실 작가는 "애초부터 영화를 만들려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서 감독이 우리의 가족 일상을 늘 영상으로 담고 있었는데, 한데 묶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도 좋을 것 같더라"며 "편집본에서 내 모습을 빼니까 온전히 독립적인 은혜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너무 좋은 엄마인 것처럼 굴면서 결국 은혜를 장애인 딸로만 인식했던 시간들이었다. 정은혜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힘을 그제서야 보게 됐다. 뭐든 주도하고 뒤를 봐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고백했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장 작가는 "내가 없으니까 오히려 은혜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하더라. 근데 내가 나타나면 자기가 하던 걸 다 멈추고 나에게 시킨다. '찍어' '그림 포장해'"라며 웃더니 "'은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부지런한 엄마가 길을 막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고, 수 많은 은혜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 또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사람 존재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전환을 끌어 내보자'는 의도로 영화는 기획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우리 부부가 은혜를 고정관념 속에서 바라봤듯이 '이 사람들을 비장애인의 시각으로만 바라 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장 작가는 "대부분 대화나, 요구나, 투쟁 등의 방식으로만 소비하지 않나. 물론 은혜의 존재 뒤에 많은 내 역할, 엄마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도 있다. 아직도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자녀를 위해 힘을 쏟는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친구들을 보다 더 온전히 들여다 보자는 마음이 컸다"고 토로했다.

장차현실 작가는 스스로를 '독한 엄마'라고 표현했다. 선선할 때 시작해도 됐을 법한 문호리 리버마켓 참여를 굳이 한 여름에 추진한 것도 장 작가였다. "2016년 8월 23일 가장 더운 날 시작했다. '제일 힘들 때 시작을 해야 여기를 견딜 수 있어'라는 마음이었다"며 미소지은 장 작가는 "하얀 천막 안에서 뜨거운 햇빛에 잘 익혀지기도 했고,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도 했다. 은혜는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 손이 시려도 그림을 그렸다. 마켓에 나가는 아침이 되면 보였던 은혜의 눈빛이 여전히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그는 "혹시라도 엄마 아빠가 안 나간다고 할까봐 두려워 하는 눈빛이었다. 곁눈질을 하면서도 옷을 갈아입고 우리 부부를 이끌었다. 내가 이제까지 키운 장애인 딸 은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갖고 있고, 좋아하는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비로소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었다"며 "문호리 리버마켓은 양평에 사는 여러 계층의 예술가들이 대부분 셀러로 참여한다. 예술을 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생각이 굉장히 열려있고 따뜻했다. 모든 관계에서 평등함을 느꼈다. 다 같이 행복했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동일 감독 역시 시선의 변화에 대해 거들며 "장애를 이야기 하는 다큐 작품들은 그 동안에도 많다. 하지만 주로 부모나 가족이 항상 늘 곁에 붙어있거나 의존하는 존재로 나왔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려고 하면 늘 마음이 무겁고 불편한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니얼굴' 만큼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발달 장애인이 겪어야 하는 소외, 차별, 외로움 그런 감정 보다는 유쾌함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거듭 꼬집었다.

서 감독은 "은혜씨와 같은 발달 장애인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경계인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방치된 삶을 살고 있었던 은혜씨지만 그림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했다. 은혜씨는 그림을 통해 어느 누구도 초대해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세상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에 초대한 것이다. 아티스트로 성장해 세상의 중심에 당당하게 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르튼 손, 시선, 눈빛, 표정 하나 하나에서 '나도 살아갈 이유가 있어' 증명 받고 싶어하는 의지를 봤다"고 언급했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이 날 시사회에서도 정은혜 작가는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며 시종일관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본인이 출연한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게 된 데 대해 정 작가는 "즐거웠고, 추억도 많이 만들었고, (그 시간이) 그립고 좋다"며 "드라마는 촬영하면서 긴장하거나 떨림 없이 재미있게, 신기하게,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노희경 작가님은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어서 멋지고 정말 감동했다"는 존경심도 표했다. 다만 "'니얼굴'은 여러 번 봐서 그런지 좀 지루하다"며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영화에서 정은혜 작가는 4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는 모습 만큼 느낌 있게 춤추는 모습도 여러 번 내비친다. "아이 참"이라며 쑥스러움을 내비친 정 작가는 "춤은 기분 좋을 때만 추는데 허리가 안 좋아서 좀 그런 게 있다"며 "그림을 오래 그렸지만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일 중요하고 행복하다. 나는 사람들을 만난 순간을 그림으로 그린다. 진짜 많이 그렸다. 그러면서 실력도 더 늘고 더 늘었다. 나중에는 속도도 빨라졌다"고 자랑했다.

이와 함께 "기억나는 손님의 얼굴이 있냐"는 질문에는 "손님들 얼굴은, 그 사람들이 나를 기억했을 것이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그려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도 밀린 사람들이 있다. 줄줄이"라며 한숨을 내뱉어 또 한 번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멋지다. 잘한다. 재능 있다.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정 작가. 영화에서 '혼잣말 하는 신'과 '살찐 비주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오늘 너무 아름다우십니다"라는 말에 "그쳐~"라고 대꾸해 모두를 기어이 녹다운 시켰다.

엄마, 아빠의 말에 '찌릿' 시선을 보내고 "한 달에 두 번 씩은 이혼했던 것 같다"는 장차현실 작가의 발언에 "시끄러!"라고 단박에 외칠 정도로 에너지도 넘친 정 작가다. 그럼에도 '6월 23일 개봉'은 완벽하게 각인된 듯 홍보에 열을 올려 취재진들의 박수까지 이끌었다. "6월 23일 개봉하니까 많이 와 주세요! 감사하고, 미워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랑해 주세요"라는 인사.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선물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성장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서동일 감독)'이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정은혜 작가의 부모인 서동일 감독과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작품과 사회적 시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서동길 감독은 "원래는 우리가 은혜씨의 부양 의무자였다. 근데 지금은 내가 감독이면서 또 하나의 직책이 생겼다. 은혜씨의 로드매니저가 됐고, 이제는 은혜씨가 우리 부부의 부양 의무자가 된 것 같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은혜씨는 지금 동료 작가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월급 받는 예술 노동자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발달 장애 예술은 자기 삶을 살아가는 힘, 노동으로 인정받고 좋아하는 일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고 어필했다.

또한 "발달 장애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어려워 하는 이유는 '언어적 소통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언어 발달 장애가 사회적 소통을 이어가기 힘든 것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비언어적 감정 의사 표현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이 그림 그리는 예술 활동이다. 예술을 통해 발달 장애인들이 외로운 개인의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 갈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공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차현실 작가는 "최근까지도 발달 장애인 분들에 대한 안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그런 가족의 어려움, 발달 장애 당사자의 어려움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이 너무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다. 난 아침마다 드라마 댓글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 줄 수가 있어?' 싶더라. 우리 영화를 보면서도 발달 장애인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고, 슬프지만 불행한 삶 만은 아니라는 것을 좀 많이 느끼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아이를 포기하는 일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일도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가는데 힘을 합쳤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고 응원했다.

정은혜 작가가 활동한 문호리 리버마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를 피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조금 더 좋은 환경 공간으로 이사해 현재는 매일상회라는 이름으로 매일 열리고 있다. 정은혜 작가는 최근 바빠진 스케줄로 인해 매일 문을 열지는 못하지만, 뜨거운 관심과 애정에 보답하고자 토요일은 일정만 없다면 꼭 손님 맞이를 하려 한다고. 정은혜 작가가 만나게 될 늘 '뷰티풀' 한 '니얼굴'들도 더 많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화는 23일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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