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대출 완화로 2030세대 내 집 마련 가능할까

박원갑 2022. 6. 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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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선을 80%로 올려주기로 하면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젊은층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정부 출범 한 달이 넘어가면서 이제 부동산 정책의 골격이 잡히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5월 30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말 그대로 민생경제에 대한 대책이니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 민감한 이슈인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깎아주는 문제나 재건축 규제 완화 문제는 세부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주로 2030세대,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집을 사는데 대출 문턱을 낮추거나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경감 방안이 들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면 갈수록 규제 완화의 톤이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과 ‘교감’은 하되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극’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1주택자 중심 보유세 감면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 두 가지가 있다. 정부는 재산세의 경우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전체의 91%, 896만 가구)는 특례세율까지 고려하면 올해 재산세 부담은 2020년보다 낮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일종의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올해 100%)을 추가로 조정해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다소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소득세법 시행령이나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을 올해로 바꿔 적용하는 것은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예상됐던 대로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다. 대선공약에 종부세 부과기준 가운데 ‘호별이 아닌 금액’별로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 제도는 아무래도 집값이 싼 지방 사람들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이나 일부 수도권 아파트값은 워낙 비싸 금액별로 종부세를 산정하더라도 혜택을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는 국민의 세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정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놓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지난해 70.2%에서 2030년까지 90%까지 달성한다.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낮은 단독주택도 속도를 내서 2035년에 90%로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6월부터 연구 용역 후 공청회를 통해서 연말까지는 수정계획을 마련, 내년 공시가격 분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별도로 법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숨통

정부는 규제지역에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 배제 인정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이사를 위해 일시적 2주택자가 되는 경우 기존 주택의 매각 기한을 늘려주려는 것이다. 5월 10일 이전으로 소급 적용한다. 이 역시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서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규제지역에서 대출을 내서 집을 사면 종전 집을 6개월 이내에 팔고 전입까지 해야 하는 규정은 그대로 있다. 2020년 6·17 대책에서 도입한 투기억제책이다. 이 규정을 어기면 주택담보대출을 회수하고 향후 3년간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벌칙을 부여한다. 따라서 대출을 받아서 갈아타기를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양도세나 취득세 유예기간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대출 규제가 양도세나 취득세에 맞춰 바뀔지 여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원 장관은 “투기를 직접 건드리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이나 분양가상한제 등에 있는 실거주 의무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결론이 어떻게 하든 지금은 거래 두절이 심해지고 있어 갈아타기를 할 때 가급적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새 집을 사고 종전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유 주택을 먼저 팔고 새 집을 매수하라는 얘기다. 종전 집이 팔리지 않으면 새로 산 집을 되팔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시장이 불확실할 때 안전하게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올해 3분기(7∼9월)에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대출 완화하면 2030세대가 집 살까

정부는 7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선을 80%로 올려주기로 했다. 또 8월부터 청년·신혼부부에게는 최대 50년간 갚을 수 있는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2004년 최대 20년으로 출발한 정책 모기지의 만기가 민생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18년 만에 50년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시중은행이 최근 40년짜리를 내놓았고, 이번에 내놓을 모기지는 50년짜리 정책 대출 상품이다.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고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 수 있다. 가령 5억원 대출 시 금리를 4.4%로 가정한다면 40년 만기는 월 상환액이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를 적용하면 206만원으로 줄어든다. 실수요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 대출을 많이 내도 가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덜하다. 또 월세 시대를 맞아 목돈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장기로 빌렸다가 3년 지나면 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갚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젊은층이 집단적인 행동 방식으로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 파고’가 갈수록 높아져 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

한국은행은 지난 4·5월에 연이어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문제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는 연말에 2.25∼2.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향후 2~3차례 더 올리는 셈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잇따른 금리 인상에도 아직 집값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집주인들이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고 있어서다. 일부 수도권 외곽에서는 급매물이 제법 나오고 있다.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은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과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 양도세 절세 매물이 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크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산발적으로 급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절세 매물은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들이 12월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보고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올해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감면 조치가 없어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단 시장에서 매각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다면 내년 3월 이후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영끌빚투’를 했던 1주택자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무이자 대출인 세입자 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를 한 경우가 많아 매물은 예상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매물이 나온다면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 매물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매물은 거의 전월세를 끼고 있는 매물이라 실거주가 어렵다. 갭투자 이외에는 수요자가 많지 않아 매각에 어려움이 예상되니 미리미리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실수요자들은 절세 급매물을 사더라도 시간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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